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에 있는 수지새소망교회(김요한 목사)에 다니는 ㅈ 집사는 지난 4월부터 어린이집 보조 교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안 살림만 하던 ㅈ 집사가 일을 시작한 것은 대출 이자를 내기 위해서다. 2009년 집을 담보로 2억 6000만 원을 대출해 교회에 빌려 주었는데, 직장인인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이자를 내면서 생활하기가 빠듯했다.

작년 8월에는 집을 경매로 넘기겠다는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교회가 건축 자금을 위해 17억 원을 대출한 은행으로부터였다. 남편이 보증을 섰는데, 교회가 이자를 내지 않자 보증인에게 압류가 들어온 것이다. 급박해진 ㅈ 집사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급전을 꾸어 간신히 길바닥에 나앉는 위기를 모면했다. "오는 6월부터는 원금 일부도 갚아야 해서 매달 200만 원씩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데, 생활이 너무 힘드네요." ㅈ 집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지새소망교회 교인 중 ㅈ 집사와 비슷한 처지의 교인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많게는 10억 원에서 적게는 4000만 원까지 십수 명의 교인이 빚을 내어 2009년부터 시작한 교회 건축에 돈을 빌려 줬다. 교회를 통해 확인한 금액만 총 35억 원이었지만, 돈을 빌려 준 일부 교인들은 최소 40억 원은 된다고 주장했다.

▲ 2010년 8월 준공된 수지새소망교회다. 지하 2층, 지상 3층의 연건평 600평 규모다. 2008년 12월 김요한 목사는 익명의 교인이 교회 부지를 기증했다며, 건물을 세울 건축비만 마련하면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에 헌금을 부탁했고, 일부 교인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해 빌려 줬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교인들 집 담보대출 권유 80억 공사…교회는 '파산' 위기

2000년에 김요한 목사가 설립해 상가에서 예배해 온 수지새소망교회는, 2009년부터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익명의 교인이 교회에 7000평의 땅을 기증했다며, 건물을 세울 건축비만 마련하면 된다고 했다. 건축비는 23억 원이었는데, 당시 교회가 가진 돈은 8억 원이 전부였다. 김 목사는 교인들에게 헌금을 부탁했고, 집을 담보로 대출해 줄 교인은 자발적으로 작정하라고 했다. 교회를 완공하면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약속했다.

교인들은 건축 규모가 크지 않고, 김요한 목사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기꺼이 돈을 빌려 줬다. 하지만 기존의 23억 원이었던 건축비는 공사 직전 80억 원으로 늘어났다. 교회가 부흥할 것으로 생각한 김요한 목사가 기존에 계획했던 400석 규모의 예배당을 1500석으로 확장하면서 공사 규모가 커진 것이다.

4배로 늘어난 건축비를 감당하기 위해 김요한 목사는 무리한 대출을 감행했다. 이자율 11%로 제2금융권에서 교회 부지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 교회는 2010년 8월 완공됐지만, 고액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올해 초 경매로 넘어갔다. 김요한 목사가 지난 3월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해 간신히 파산을 모면했다.

기증받았다는 7000평 땅, 알고 보니 담임목사가 매입

교회에 돈을 빌려 준 교인들 중 일부는 김 목사가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처음 문제를 느낀 것은 2011년 말이다. 건물이 완공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교회가 돈을 갚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한 집사가, 교회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떼어 살폈다. 교회 부지는 2002년 김요한 목사가 직접 매입한 땅이었고, 건축 전부터 땅을 담보로 40억 원의 대출이 있었다. 익명의 교인이 땅을 기증했다는 김 목사의 말과 상반된 사실이었다.

완공 후 교회 건물과 땅을 담보로 2011년 시중은행에서 95억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등기부 등본을 통해 알게 됐다. 김 아무개 집사는 교인들의 빚을 갚겠다고 약속한 김 목사가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교회 부지 중 건물을 제외한 다른 땅을 팔아 교인들 돈을 갚아주겠다고 말을 바꿨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땅을 70억 원에 사겠다는 건설사가 있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해 왔는데, 몇 년째 구체적인 설명 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교회 건축에 80억 원이 지출됐다는 것도 의심스러웠다. 2013년 5월 감정 평가 사무소에 의뢰해 알아본 결과 교회 건물의 가치는 4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김 목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된 일부 교인은 2013년 6월 교회 앞에서 건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빌려 준 돈을 상환하라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 목사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예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출교했다. 출교당한 교인들은 5월 9일 김요한 목사를 사기와 배임·횡령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 교회에 돈을 빌려 준 교인 중 일부는 2013년 6월 교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기증받았다는 땅이 알고 보니 담임목사가 매입한 땅이었고, 건축비로 80억 원이 들었다는 건물의 실제 가치가 40억 원이라는 감정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목사에게 건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촉구했지만, 김 목사는 이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예배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출교했다. (사진 제공 수지새소망교회 김 아무개 집사)

지난 4월 29일 <뉴스앤조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김요한 목사가 상습적으로 교인들에게 돈을 빌려 가고 갚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급전이 필요하다며 교인에게 사업자 등록을 내어 대출하도록 유도하고, 100만 원 등의 소액을 여러 교인에게 꾸고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분개했다. 앞뒤가 다른 김 목사 때문에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 300여 명에서 현재 100여 명만 남았다고 했다.

한편, 김요한 목사는 시공사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교회 건축을 도맡았던 시공사인 히람산업개발(장두제 대표)은 공사비 일부를 받지 못해 김요한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두제 대표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법원의 조정 절차를 통해 김요한 목사가 미지급된 공사비 4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아직 돈을 주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내부 실내장식 등을 맡았던 다른 업체에게도 약속한 공사비를 주지 않아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요한 목사, "돈 허투루 쓴 적 없어"…교회 어려움은 일부 교인 탓

김요한 목사는 건축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거나 돈을 허투루 쓴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빚을 갚을 상황이 안 됐던 교회 사정을 설명했다. 먼저, 교회 부지 7000평은 자신이 매입한 것임을 인정했다. 수지새소망교회를 함께 개척한 다른 교인 몇몇과 돈을 모아 2002년 교회와 기독교학교, 외국인 학교를 짓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땅을 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자란 금액이 있어 땅을 담보로 40억 원을 대출했다고 했다.

교인들의 빚은 늘어난 건축비 때문에 갚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11년 은행에서 95억 원을 대출했지만, 모두 미지급한 공사비로 지출했다는 것이다. 대신 교회 건물이 들어선 3000평을 뺀 나머지 4000평의 땅을 순차적으로 팔아 빚을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부지로 교회 땅 700평을 70억 원에 매입하겠다고 나선 건설사가 있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회 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일부 교인들이 시위하지 않고 교회를 세우는 방향으로 참고 기다렸다면, 지금쯤 교회가 부흥해서 1500석을 다 채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일예배를 방해하고 자신에 대한 악 소문을 퍼트린 탓에 새 신자들이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 교인 중 절반 이상의 교인들이 자신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하며, 시위한 교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 교회 형편에 맞지 않게 무리한 공사를 감행한 것이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교회 재정을 훨씬 초과하는 예산의 건축을 추진하다 파탄이 난 교회는 수지새소망교회만이 아니다. 작년 7월 종교 시설로는 역대 최고 감정가인 526억 원에 경매로 나온 충성교회는 건축 과정에서 대출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두 차례 경매에서 유찰된 이 교회는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 화곡동에 있는 은성교회(정봉규 목사)는 8년 전 교회 재정 20억 원을 가지고 600억 규모의 예배당을 건축하다 빚더미에 올라 파산했다. 그 과정에서 담임목사를 믿고 교회에 돈을 빌려 준 교인들은 생활의 어려움과 가정불화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더 큰 예배당을 지으려던 무리수로 빚어진 참극이 한국교회에 끊이질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