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순결'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 "음행을 피하라 사람이 범하는 죄마다 몸 밖에 있거니와 음행하는 자는 자기 몸에 죄를 범하느니라"(고전 6:18). 송인규 교수는 지난 26일 열린 한국교회탐구센터 포럼에서 이 성경 구절을 근거로 기독 청년들의 혼전 순결을 강조했다. 자녀들의 혼전 성관계를 반대하는 기독인 부모들 역시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성서의 가르침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교회 안에서 혼전 성관계는 술·담배와 더불어 3대 죄악 중 하나로 치부된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기독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기독 청년 중 남성 59.4%, 여성 44.4%가 성관계 경험이 있다. (관련 기사 : 청춘의 성(性)과 교회의 성(聖), 누가 더 센가)

<뉴스앤조이>는 조금 난감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기독인 부모들에게 던졌다. 대답한 부모들 90% 이상이 자녀들의 혼전 성관계를 반대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녀들이 '순결'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고, 혼전 순결은 기독교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으로 여겼다. 그러나 통계대로라면, 자녀가 둘인 경우 한 명은 이미 성 경험이 있다.

부모들은 혼전 성관계를 반대하는 이유로 대개 성서의 가르침과 기독교 교리를 내세웠다. 생명의 소중함을 들어 무분별한 성관계에서 오는 폐해들(성병, 낙태)을 지적하기도 했다.

소수이지만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야 한다고 답한 부모들도 있었다. 자녀가 누구의 간섭이 아닌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원했다. 아무리 부모라지만, 성인인 그들의 성 문제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으며, 단독자로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인 부모들, 적절한 스킨십은 '손잡기·어깨동무'…"절제의 복 사모하자"

▲ 많은 부모는 손잡기·어깨동무까지를 연인 사이에 가능한 스킨십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80% 이상의 기독 청년들은 굳이 연인 사이가 아닌 남녀라도 그 정도 스킨십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갈무리)

부모들이 생각하는 적정 스킨십 역시 청년들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독 청년 1000명 중 845명이 친구 사이에도 손잡기나 어깨동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성 간 손잡기·어깨동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인 부모 중에서는 연인 사이라도 키스나 포옹은 안 되며 손잡기·어깨동무까지만 가능하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키스는 결혼을 전제로만 가능한 스킨십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적정선'을 넘어가면 제어가 안 된다고 말했으며, 성적 충동은 '절제의 복'을 사모할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보았다.

둘만이 떠나는 여행. 연인이 생기면 가장 해 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부모들에게는 이것 역시 어림없는 소리였다. 자녀가 이성 친구와 여행을 간다고 한다면, 무조건 막겠다고 했다. "단둘이 있을 때 일이 터진다",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 요셉처럼 유혹을 만난다", 급기야 "정말 가야 한다면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답한 부모도 있다. 이와는 달리, 여행을 허락한다는 한 부모는 "마냥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나. 차라리 피임을 꼭 하라고 현실적으로 충고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자녀의 혼전 순결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자녀가 이성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조언)을 하겠냐고 묻자, 대부분의 부모는 "일단 멘붕", "생각하기도 싫다", "슬퍼서 아무 생각도 안 들 것 같다", "너무 절망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자녀들이 혼전 순결을 어기는 건 말 그대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엄마·아빠한테는 절대 말 못해요"…숨기기에 급급한 '성'

▲ 통계대로라면 기독 청년 중 둘에 한 명은 성관계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의 혼전 순결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에게 성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뷰티세이 홈페이지 갈무리)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에게 성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학생인 A는 남자 친구와 성관계 후, 부모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생각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고민 끝에 A는 친구인 B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B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자신만의 일이 아닌 듯해 조금은 안심했지만,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한동안 떨칠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독 청년 중 성관계 후 죄책감에 시달릴 때, 부모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지속해서 섹스를 하는 기독 청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그들의 고민은 종교적인 죄책감보다는 "줄 거 다 줬는데 상대방이 책임감 없이 떠나면 어쩌지"라는 고민이었다. 기독 청년들은 '첫 경험' 이후 잠깐 자괴감에 빠지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이내 성관계에 익숙해진다.

자녀들 성 문제에 속수무책인 아버지…예나 지금이나 말 못하는 건 매한가지

근래의 부모와 자식은 허물없이 지낸다고들 한다. 하지만 '성' 문제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듯했다.

"엄마는 그나마 낫다. 어떤 조언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히 잡히지 않는다." 자녀들과 성 문제를 나누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 아버지의 반응이다. 두 딸을 둔 50대 남성 C는 자녀들이 이성 친구가 생긴 걸 알게 됐을 때 "항상 조심해라. 너무 깊은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해라" 정도로 조언해 준 게 고작이라고 했다. 자녀가 남자인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 문제를 자녀들과 툭 까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자녀가 자위행위를 한 휴지를 보거나 포르노를 보는 걸 알아도, 못 본 척 지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아버지도 있었다. 대개의 아버지는 자녀들의 성 문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 역시 청년 시절에 성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상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50대 남성 D는 "어렸을 적부터 엄격한 청교도 신앙을 배우며 자랐다. 그런 탓인지 여자 앞에 서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성 문제를 부모님께 얘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겸연쩍어했다. 40대 남성 E 역시 "교회에서는 무조건 죄라고 하고, 부모에게는 말 걸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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