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답이 없다." 청년 사역자들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미혼 기독 청년 52%가 성관계를 경험했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사전 예방에도, 사후 처방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청년들에게 혼전 성 문제가 심각한 고민거리라는 것은 알지만, 사역자들은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그러다 한 번씩 이런 통계를 접하면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만 쉰다.

단지 통계 때문만은 아닐 터. '필드'에서 뛰고 있는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와 교회 청년부 목사들은 통계가 사실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텐데. 비기독교인과 별로 차이 없지 않아요?" 기자에게 되묻는 사역자도 있다. A 간사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통계를 받아들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막상 자신이 사역하는 곳의 청년들이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성관계 후 대부분 죄책감 느껴…위로·공감해 주지만 효과는 '글쎄'

▲ '필드'에 있는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들과 교회 청년부 목회자들은, 기독 청년의 혼전 성관계 비율이 52%라는 것을 대부분 인정했다. 종종 청년들이 섹스 문제에 대해 상담을 신청해 오지만, 자신의 조언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통계를 들고 CCC·IVF·SFC·JOY 등 캠퍼스 선교 단체 간사들과 대형 교회 대학·청년부 목회자를 만났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청년 사역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통계에 비해 청년들이 섹스에 대한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B 목사는 다른 상담을 하다가 알게 된 경우는 있어도, 14년 동안 당사자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학기에 한 번 꼴로 성 상담을 한다는 C 간사가 그나마 많은 축에 속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들은 대부분 성관계 후 죄책감을 한 짐씩 짊어지고 있었다. C 간사는 상담을 요청해 오는 청년이 전부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몸을 버렸다", "더러워졌다"부터 "결혼이 두렵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D 간사는 특히 여자들이 죄책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모태 신앙일수록 더 깊은 죄책감에 눌려 있었다고 E 목사는 말했다.

이런 일을 만나면 사역자들은 일단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최대한 위로하고 공감하려 한다고 했다. 더러워진 것도, 결혼 못하는 것도, 인생 종 친 것도 아니라고 말해 준다.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에서부터 대화를 풀어 나가 성경적인 관점을 교육한다는 E 목사. 당사자가 음지로 숨지 않게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는 것이 일순위라는 D 간사. 신학적인 접근보다 여자가 임신하게 됐을 때 개인·사회적으로 겪게 될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는 A 간사…. 사역자들은 개인의 내면과 신앙, 사회적 관계까지 언급하며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대처하지만 효과는 어떨까. 기자가 만난 사역자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웃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대처가 현실성이 떨어졌다. D 간사는 성 문제를 계속 소통하자고 독려했지만, 이런 권면을 불편해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사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리 없이 선교 단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E 목사는 성 문제를 극복하려면 긴 시간 고민이 필요한데, 그 고민을 교회 내에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섹스 얘기 못하는 교회 + 성욕 자극하는 사회 = 혼전 순결?

이렇다 할 답이 없었다. 사역 경력이 쌓이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는 면도 있지만 실효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속한 선교 단체나 교회에서 공동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멀고 먼 이야기다.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성 담론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대책은커녕 현실 감각이 상당히 뒤처진다. E 목사는 교회가 사랑·용서 등 추상적인 말만 하면서 정작 섹스 얘기는 쉬쉬한다고 말했다.

앉아 있는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갈 데까지 가 본' 상황인데,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하는 성, 이성 교제 강의는 아직도 '순진한 교회 청년들'을 전제하고 있다. A 간사는 "결론이 뻔하니 학생들이 팔짱 끼고 듣는다. 이미 사역자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고 말했다. C 간사는 젊은 사역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강의는 없는 실태라고 말했다.

혼전 순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비현실적이라고 C 간사는 말했다. 교회가 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에서 금지한다'는 명제로만 주입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고민 없이 몸만 커져 버린 기독 청년들은 스킨십이 깊어지는 상황을 만나면 '끝까지 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역자들은 이런 사람들이 섹스 후 필요 이상의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혼전 순결이 절대적인 명제로 강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혼을 빨리 할 수도 없으니, 인생에서 성욕이 가장 왕성한 10여 년을 그냥 참으라는 말이다. 현실이 이런데 무조건 혼전 순결을 외치는 것은 오히려 부당해 보이기도 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도 교회지만,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더욱 '답이 없게' 된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평균 30세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혼전 순결이란 결국 성욕이 가장 왕성한 10년 이상 동안 '버티라'는 말이다. D 간사는 이런 상황에서 결혼이라는 유일한 기준을 두고 그 전에는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스스로도 기만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제 밥벌이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시대에, '참기 힘들면 결혼을 빨리 하라'고 말하기도 뭣하다.

게다가 요즘같이 성욕을 자극하는 문화도 없다. F 목사는 청년들이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온갖 미디어가 욕구를 건들고 섹스를 권하는데, 교회가 하는 일이란 청년들을 모아놓고 '혼전 성관계는 안 된다'고만 되뇌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역자들은 빨리 공론의 장을 만들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혼전 성 경험 52%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그렇다고 사역자들이 혼전 성관계를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상담 사례를 보더라도 결혼 전에 하는 섹스가 서로에게 좋은 결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초반은 서로를 책임지기 어려운 나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관계는 만족보다는 후회가 큰 게 사실이었다. 성경 해석에 대해서는 사역자마다 차이가 있었다. 성경이 혼전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섹스에 대한 성경 해석이 너무 근본주의적이라며 해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게 경험적으로도 나은데, 혼전 순결을 얘기하자니 이미 선을 넘은 청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라도 참으라'는 말은 그다지 효과도 없고 사회 상황을 봐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피임법이나 질병을 막을 수 있는 실용적인 성교육을 하자고 주장하면, 한국교회 정서상 돌이나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청년 사역자들은 뭔가 뾰족한 수를 궁리해 보지만, 사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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