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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이팔청춘의 '순결', 욕망 앞에 무릎 꿇다

혼전 순결 약속했던 기독 청년들은 표류 중…한국교회탐구센터 설문, 미혼 남 59%, 여 44% 성 경험 有

임수현   기사승인 2014.04.29  2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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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은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한국교회탐구센터-글로벌리서치 2013년 11월 자료). 혼전 순결을 당연시해 왔던 교회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목사의 이중직' 기사에 이은 두 번째 팀별 기획물입니다.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교회탐구센터 4차 포럼 스케치(1), 교회의 순결 서약과 서약 청년들의 사례(2), 청년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성' 상담 고충(3),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의 '순결' 입장(4)을 하나씩 올립니다. - 편집자 주

"막상 스킨십 순간이 되면 순결 서약은 생각도 안 나요." 오재민 씨(30·남·보험업·가명)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혼전 순결을 서약했다. 교회에서 증표로 나눠 주는 은반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은반지를 갖게 된 기억이, 대학생이 된 재민 씨가 처음으로 여자 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날부터 다른 이성 친구를 만나 성관계를 나누는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결혼 전까지는 성관계를 자제할까 한 번쯤 생각해 봤다. 좀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까 싶어서이지, 순결 서약을 의식한 건 아니다.

   
▲"TRUE LOVE WAITS(진정한 사랑은 기다리는 것)" 1993년 미국 남침례 교회의 혼전 순결 서약 운동 캐치프레이즈다. 사람들은 '혼전 순결' 하면, 으레 교회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 미혼 기독 청년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교회 앞에 내놓였다. 실제 청년들의 '성' 이야기와 교회의 현실을 짚어 볼 때가 됐다. 사진은 The Keep Calm 시리즈.

혼전 성관계에 자유로운 재민 씨의 사례가 교회 안에서 특이한 걸까. 최근 한국교회탐구센터가 발표한 기독 청년들의 성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자 절반 이상이 성 경험이 있다(남 59.4% 여자 44.4%, 2013년 말 기준). 기독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주 2~3회 5.4%, 주 1회 16.1%, 월 2~3회 22.4%). 한국교회가 공공연하게 혼전 순결을 강조해 온 것에 비해 많은 미혼 청년들이 성관계를 갖고 있었다.

순결, 서약으로 사수하라!

교회는 말만 하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혼전 순결을 서약으로 다짐할 것을 권했다. 재민 씨가 순결 서약의 증표로 받은 은반지는 데니 패틴 목사가 처음 고안했다. 그가 1995년부터 펼친 '은반지 끼기(Silver Ring Thing)'라는 순결 서약 운동에 미국 전역과 호주 등 9개 나라에서 약 55만 명이 참가했다. 참석 대상을 기독교 여성으로 한정한 순결 서약 운동도 있다. 2012년 헤더 린지는 'The Pinky Promise'를 설립하고 매년 컨퍼런스를 열어 순결 서약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1만 3000명의 여성들이 결혼 전 순결을 '하나님 앞에서' 약속했다.

우리나라 기독교 사립학교인 한동대도 혼전 순결 서약 행렬을 잇는 곳 중 하나다. 한동대학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순결 지키기'를 주창한 1995년, 한동대만의 축제로 '순결 서약식'을 기획했다. 학교 설립 첫 학기에 시작한 '순결 서약식'은 올해로 37회를 맞았다. 학기마다 거행된 서약식을 통해 많게는 120명, 적게는 30명의 학생들이 순결 약속을 해 왔다. 대체로 여학생들의 참여율이 높고 학년 구분 없이,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이뤄진다.

한동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화와 지면 인터뷰로 직접 들어 봤다. 접촉한 학생들 대부분 서약식만큼이나 이전 한 달 동안 이뤄지는 세 번의 순결 강의를 중요하게 여겼다. 서약하는 학생들은 몸·사회·영으로 나뉜 순결에 관한 세 번의 강의를 이수해야 한다. 남자 친구와 함께 2012년 순결 서약을 한 A 씨(22·여)는 강의와 서약식을 결혼 과정에 비유했다. 세상에 눈 돌리지 않고 신부 되신 그리스도를 모시겠다는 약속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했다. 처음엔 서약을 내켜 하지 않던 A 씨의 남자 친구도 세 번의 강의를 들으면서 순결을 다짐했다. A 씨 커플은 서약에 따라, 고민스러웠던 스킨십 수위를 정했다.

A 씨는 오는 6월 7일, 37회 순결 서약식의 디렉터다. 그의 역할에는 서약 신청자들의 대부 혹은 대모를 섭외하는 일도 포함된다. 서약은 개인이 하지만, 약속의 증인 되고 이후의 삶을 함께하겠다는 이들이 바로 대부나 대모다. 보통 서약하는 학생이 직접 교수나 부모,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요청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행사 진행자들이 대신 섭외한다. 대부나 대모가 보는 앞에서 서약한 학생들에게는 은반지가 주어진다. 늘 끼고 다니며 '순결' 약속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한동대가 매 학기 진행한 순결 서약식이 오는 6월, 37회를 맞는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순결 서약식은 사전에 세 번의 강의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사진은 순결 서약 증서를 쓰는 모습, 대모가 서약 학생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서약식 전체 모습. (한동대 서약식 홍보 영상 갈무리)

'순결' 다른 말은 '죄책감'? 기독 청년들은 '참' 괴롭다

사람들 앞에서 순결 서약을 한 학생들이 '순결' 못지않게 빠뜨리지 않고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 '죄책감' 혹은 '자괴감'이다. 22살에 순결 서약을 한 B 씨(25·남)는 서약 여부와 관계없이 혼전 순결을 지키지 못한다면 죄책감이 클 거라고 예상한다. 교회 분위기 자체가 순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B는 기독 청년들이 어차피 순결을 지켜야 할 바에야 서약식을 하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보면, 한동대에 재학 중인 C 씨(25·여)가 서약식에 참여한 건 당연했다. C는 평소 순결을 잃는 것을 대죄로 여겼다. 그러던 중 최근 연애를 시작하면서, 혼전 순결이 무조건 주장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순결을 '강박관념'처럼 요구하는 이들이 이따금씩 불편하다. 그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잣대로 혼전 순결이나 서약을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정죄하는 듯한 시선 때문에 가중된 고통을 겪는 기독 청년들이 보인다고 했다.

   
▲많은 기독 청년들에게 순결은 지켜야 할 가치인 것과 동시에 죄책감을 주는 무거운 짐이다. 젊은 시절의 성욕과, 교회에서 배우는 가치관의 충돌에서 이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장이 필요하다. (Wikimedia Commons 제공)

6년 전 순결 서약을 한 D 씨(26·남) 같은 경우다. 그는 "한때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한 후 그가 지키지 못한 건 순결만이 아니었다. 지인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자괴감이 D를 오래 괴롭혔다. 순결 서약식이 대부와 대모 등 여러 사람 앞에서 이뤄지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크게 찾아왔다. 성관계에서 죄책감을 느낀 D는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지속할 수 없었다. 인간관계도 힘들었고 나중엔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모범 청년으로 알려진 D는 성관계를 경험하고 오히려 혼전 순결이 꼭 지켜야 할 것이라고 여기게 됐다.

미국에서 순결 서약 운동을 주동한 데니 패틴과 헤더 린지도 결혼 전 무분별한 성관계를 맺었던 그들 자신의 과거가 운동의 동기였다. D는 그들과 달리 후배들에게 서약식을 추천하진 않는다. 순결이 서약으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스스로 그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 앞에서 만난 오재민 씨는 D와 생각이 좀 다르다. 서약식 자체로 성욕을 제어할 수 없다는 입장은 같다. 하지만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가 생각하기엔 남자 나이 평균 30세에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결혼 전 15년쯤,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가장 넘치는 성욕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나이 어릴 때 맺는 성관계가 무분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재민 씨도 인정한다. 여자 친구와 맺고 싶은 육체관계만큼 대화가 깊어져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재민 씨는 교회가 정작 청년들이 고민하는 부분에서 '성' 얘기는 금기시한다고 했다. 그는 혼전 순결만 강요할 게 아니라 성욕과 이성 교제에 이해를 돕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일반 청년들은 느끼지 않을 순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기독 청년들은 건전한 삶을 살기가 더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팔청춘'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성욕, 길을 찾아라

성교육·성 상담 전문 기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박현이 부장은 죄의식으로 성을 억압하게 되면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일렀다. 아하가 성관계에서 결혼 전이냐 아니냐보다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는 교육 부분은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과 안전하게,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판단이다. 아하는 성관계가 자신의 정황에 맞는가, 상대방과 충분한 소통을 했는가, 성관계 이후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한다. 교육받은 이들 중에는 성관계에서 비롯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스킨십의 선을 정하는 사례가 많다.

   
▲전문 성교육 기관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성관계에서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는 교육 부분은 결혼 전이냐 아니냐보다 당사자가 '성' 문제에 주체로서의 힘을 갖췄느냐이다. 사진 위는 박현이 부장이 성 문화 토론회에서 설명하는 모습. (아하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청년들이 혼전 순결을 지키지 않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교회의 성교육 부재에 있다고 봤다. (낙태반대운동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아하에 성교육을 의뢰하는 기관들 중에는 교회도 있다. 박현이 부장은 전체에서 극히 적은 수라고 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이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조사된 기독 청년들의 높은 성 경험 수치는, 그간 성교육이 부재했던 교회 현실이 드러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청소년, 청년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리 교육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회는 생리 교육 단계를 넘어서 남녀의 특성 및 성생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생애 주기별로 교육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김현철 회장은 교회가 실제적인 성교육을 하지 않고, 청년들의 순결을 지켜 주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성 실태 조사를 실시한,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소장 송인규 교수에게도 이메일로 의견을 구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두 가지 면에서 성적 이슈에 부적합한 모습을 취했다고 진단했다. 첫째, 이미 많은 청년들이 성 경험을 한 상황에서, 덮어 놓고 혼전 순결을 강조해 죄의식을 가중시켰다. 둘째, 정죄하는 식의 위압적 조치로 성 고민을 제대로 돕지 못했다. 송인규 교수는 교회가, 개개인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 줘야 한다며 무턱대고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대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백소영 교수는 남자 친구와의 성관계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끔 몇 가지 질문을 건넨다. 백 교수는 순결을 여자 쪽에만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 문제에서 여자가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가 오늘날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순결 문제에 대해 자가 진단과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그는 혼전 순결 서약식이 유혹을 견딜 동기를 주는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지만, 서약 이후 그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교회가 지켜 주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문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사회윤리학을 전공한 백소영 교수(이화인문과학원 HK연구) 역시 혼전 순결이라는 교리화된 정답을 이 시대에 던지는 건 무익하다고 본다. 백 교수는 자신과의 성관계를 원하는 남자 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더러 만나는데, 아래와 같은 8가지 질문을 그들에게 건넨다.

1. 두 사람 모두 성 경험이 기쁘고 만족스러운가? 의사 결정에 힘의 균형과 자기 결정권이 충분히 작용하는가?
2.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성이 더욱 견고해지고 자라는가?
3. 둘의 관계로 인해 다치는 제3자는 없는가?
4. 상처 입을 3자는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가? 그 사람과의 관계성을 숙고해 보자.
5. 1번의 기쁨과 3번의 고통 중에서 당신은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는가?
6. 만약 3번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1번의 기쁨보다 크다면, 이것은 연인인 두 사람의 관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7. 건설적인 해결책을 위해 둘은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화했는가?
8.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무엇일지 기도하며 묵상했는가? (교회 전통이 가르친 성 윤리가 아닌 신앙 단독자로서, 자유혼으로서, 하나님과 교통하는 과정으로서의 기도)

백소영 교수는 성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마음 열고 찾아오는 곳이 교회가 되길 바랐다. 청년들이 자신의 성을 바르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회가 적실한 담론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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