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파이퍼(68) 목사가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고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미주뉴스앤조이)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라는 미국 복음주의 명망가인 존 파이퍼 목사의 발언이 지난 8일 한국 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다. <뉴시스>가 처음 보도한 후 각 언론이 미국 기독교 매체인 <크리스천포스트>와 <프리리퍼블릭>의 기사를 직접 인용하면서 <뉴시스> 기사에 살이 붙었다.

 

특이한 점은 파이퍼 목사의 비판 기사를 처음 번역해 <뉴시스>에 제공한 곳은 정상추(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시민네트워크)라는 것이다. 정상추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부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관련된 외신들을 번역해 나른 곳으로 유명하다.

이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보수 언론들이 정상추로부터 도움받지 않은 기사라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사의 분량이 확대된 느낌이다. 파이퍼 목사의 발언이 국내 언론에 실린 배경을 설명하는 까닭은 이 기사가 그만큼 비중 있게 다뤄질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단신으로 그칠 수 있었던 기사의 비중을 키운 것은 정상추와 보수 언론의 불편한 관계다.

물론 파이퍼 목사는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목사이고 조용기 목사는 최근 횡령 배임 등으로 형을 선고 받은 자로 시의적절한 기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파이퍼의 발언은 유명인의 발언으로서만 의미 있지 새로운 것이 없다. 그가 동료 목회자들에게 말한 메시지에도 별 신선한 것은 없다.

그는 ▲부에 대한 욕망을 버려라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따로 관리자를 두라 ▲ 수입의 근원을 투명하게 처리하라 ▲당신의 보물은 땅이 아니라 천국에 있음을 보여 줄 만큼 단순하게 살아라 ▲ 장로들과 함께 리더십을 구축하라는 다섯 가지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미 교회 개혁 운동을 해 온 국내 활동가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 온 말이다.

파이퍼 목사는 조용기 목사가 "그리스도를 욕되게 했다"라면서 동시에 그가 자신의 '말씀'도 욕되게 했다고 밝혔다. 조목사의 '말씀'을 설교로서 인정했다는 동업자 의식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파이퍼 목사가 비판해 온 번영신학의 대표적인 예가 조용기 목사의 설교인데, 거기에 뭐 더 욕될 일이 있겠는가?

파이퍼 목사의 조용기 목사 비판이 공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더 이상 낮아지라고 하지 않고 더 가지려고 하지 말라고만 권고한다.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전형적인 자기 안전주의다. 그는 조용기의 설교가 거짓이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윤리적 권고에 머물러 버린다. 조용기 목사의 문제는 윤리적 권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다.

그가 대형 교회를 일궈 상당한 부의 소유자가 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이 문제라는 판단만 있을 뿐 그 성공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심지어 조용기 목사의 추종 교인들은 고난을 통한 단련 과정이라는 조 목사의 '설교'에 아멘으로 화답한다. 교회의 규모에 상관없이 수많은 목회자들이 번영과 축복을 향해 간다. '법을 위반하지 않는 조용기'가 되고 싶은 목사들이 그 신학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존 파이퍼 목사의 윤리적 권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을 향해 과감하게 바알의 사제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존 파이퍼가 번영신학의 대표 격인 조엘 오스틴을 비롯한 다른 대형교회 목사들을 실명으로 비판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파이퍼 목사는 2007년 빌리 그레이엄의 90회 생일 헌사를 통해 그에 대한 극진한 존경을 표했던 사람이다. 이라크 전에 나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축복 기도를 해주고, (2007년 이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롬니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모르몬교를 이단 리스트에서 뺐던 빌리 그레이엄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 존 파이퍼다.

미국 내의 수많은 번영신학 설교가들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고 태평양 건너 목사에게만 (무딘) 날을 세우는 그의 발언이 정치적 편의주의를 감춘 언론 플레이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용기 사태를 보면서 우리 모두는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신학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기대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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