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 교회 목회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예장통합 교회자립위원회 2013년 6월 자료). 최근 <목회와신학>이 목회자들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4월 호).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목회 외에 직업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 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팀별 기획으로 내놓는 첫 열매입니다.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현상(1),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주요 논점(2), 이중직 목회의 자발적 사례(3), 이중직 목회의 불가피 사례(4)를 하루에 하나씩 올립니다. -편집자 주

목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들이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각자 특별한 뜻을 갖고 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이유도 있었고,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자발적으로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목사들을 만나 봤다.

흩어지는 교회 추구하는 진정한교회, 목사도 평일에는 직장으로

진정한교회 최성윤 목사는 'HISWILL'이라는 마케팅 회사에서 경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기독교인 사장이 사원들의 고충·갈등을 듣고 상담해 줄 수 있는 직원을 구하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최 목사를 만난 것이다.

5년 동안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최 목사는 직장인 선교사를 자처했다. 다른 직원과 똑같이 일도 하면서, 동료들의 갈등과 고민을 해소하는 것은 별도로 주어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목사인 동료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었다.

최 목사는 선교 단체 간사를 하면서 만난 이경석 목사와 함께 진정한교회를 개척하면서, 교회의 표어를 '흩어지는 교회'로 세웠다. 교인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선교사적 마인드로 살아갈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함께 교회를 개척한 이경석 목사도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진정한교회는 마포구 합정동 허그인카페를 빌려 주일예배를 드린다. 올해 개척한 교회는 현재 네 가정과 싱글 두 명이 출석하고 있다. 목회자들이 모두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 재정 중 장소 사용료 이외에 별다른 지출은 없다. 최 목사는 남은 재정은 선교 헌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주 중에 학원을 운영하는 함께하는교회 김성률 목사는 김지희 간사, 이종수 전도사, 김보형 강도사(사진 위, 왼쪽부터)와 팀 목회를 하고 있다. 주일 예배 공간인 바오밥북카페(사진 아래)는 평일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카페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직업을 가진 사역자들이 함께하는 교회…사역도 유기적으로 분담

함께하는교회 김성률 목사는 평일에는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그는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있는 좋은나무학원에서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3년 전, 김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김 목사를 비롯한 함께하는교회 사역자들은 모두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김보형 강도사는 인천에서 FM7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FM7은 차량용품·차랑/건물 썬팅 등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이다. 이종수 전도사는 좋은나무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사회·과학을 가르치고 있고, 김지희 간사는 바오밥북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바오밥북카페는 함께하는교회가 작년에 비영리 목적으로 연 카페다. 주일에는 교회가 예배와 모임을 위해 사용하고, 평일에는 마을 주민들이 일반 카페처럼 이용한다. 비영리 카페라 녹색어머니 교통대, 학부모 모임, 주부 동아리 등 주민들이 무상으로 장소를 쓸 수 있다.

함께하는교회는 팀 목회로 운영된다. 모든 사역자들이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역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팀 목회란 교회의 대표목사를 세우지 않고, 사역자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역을 분담하는 걸 말한다. 이들은 주일 설교와 새벽 예배, 금요 성경 공부를 돌아가면서 맡고, 유기적으로 사역을 돕는다. 김 목사와 이 전도사가 중간고사 기간으로 학원 업무가 많아지면, 김 강도사가 대신 새벽 예배와 주일 설교를 맡는다. 팀 목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역자는 자비량으로 한다'…무지개교회, '자비량' 정관 세워

자비량 목회를 아예 교회 정관으로 세운 교회가 있다. 무지개 교회의 얘기다. 박성진 목사는 2009년 은평구 구산동에서 무지개교회를 개척하면서 ‘사역자는 자비량으로 한다’는 조항을 교회 정관에 추가했다. 일명 '자비량' 정관이었다. 목회자가 돈 문제에 매이기 시작하면 온전히 사역할 수 없다며, 재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택배 일을 하는 박 목사는 단순 일용직만을 선택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목회에 방해를 받지 않아서다.

▲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가 운영하는 가족 카페 즐거운 반딫불이('즐;반')는 동네 사랑방이자 청소년 문화 쉼터다(사진 위). '즐;반'에는 청소년을 위한 통기타/가죽 공예 강좌가 열린다. 오후가 되면 '즐;반'은 학생들과 학부모로 가득찬다(사진 아래) (사진 제공 산울림마을교회)

지역 활동가 목사, 지역에 뿌리박은 교회 꿈 꿔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는 교회 개척을 준비하면서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라면파티'라는 음식점을 4년간 운영했다. 자비량으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은평구 녹번동에서 가족카페 '즐거운 반딧불이(즐;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 '즐;반'은 학부모 모임에서 탄생했다. 한 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학부모들이 자녀 양육 문제로 모임을 가져오다, 작년 조 목사와 '즐;반'을 만들었다. '즐;반'은 카페 운영 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이다. 지역 활동가로 일하는 조 목사는 '즐;반'이 도시의 사랑방이자 청소년 문화 쉼터로 기능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 목사는 올해 산울림마을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즐;반'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여기에는 조 목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산울림마을교회가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닌,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조 목사는 산울림마을교회의 주요 가치로 △대안 경제 △변혁 △생명·평화 △수도사 영성 △공동체를 세웠다.

일하는 즐거움과 섬기는 보람 모두 느껴…앞으로도 일과 목회 병행할 것

<뉴스앤조이>가 만난 목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일과 목회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함께하는교회 김보형 강도사는 "사업을 하는 현장과 말씀을 전하는 교회 모두 하나님께서 부르신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을 하는 즐거움과 교회를 섬기는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진정한교회 최성윤 목사는 교인들이 직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게 됐다며, 삶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목회와 일을 병행할 계획이다.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는 교회가 커지고 사역이 많아지면 다른 목회자와 동역하면 된다며, 지역 활동가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교회도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재정 규모도 넉넉해졌지만, 대부분은 목회자 사례비보다는 선교 헌금과 마을 지원 사역에 더 쓸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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