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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으실까'

[기자 수첩] 같은 날 울려 퍼진 다른 기도…국가조찬기도회, 시국 기도회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4.03.14  10: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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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일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렸다. 정치·경제·종교계 인사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참석자들이 기립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1. 지난 3월 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 입구는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황우여 회장) 참석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종교계 인사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초대받은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자는 5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사전 등록한 이들이었다. 주최 측은 이번 조찬기도회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소개했다.

황우여 회장은 개회사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기독교인은 나라와 위정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고 가르쳤다"면서 나라를 위한 공 기도는 기독 국민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라(딤전 2:1~2)"는 말씀을 들며 "통일의 길을 준비하시는 박근혜 대통령님과 나라의 지도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림은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김삼환 목사의 설교에 장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박 대통령도 김 목사의 설교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이날 설교를 전한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는 서두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기여한 기독교의 업적을 강조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전 대통령을 통해 대한민국은 경제와 민주주의라는 두 날개로 높이 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서도 그런 시대가 올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녀를 추어올리는 설교에 행사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고 박수갈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도 김 목사의 설교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행사 이후 참석자들은 스테이크를 조식으로 먹은 뒤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찬을 마친 대통령이 행사장을 벗어난다는 사회자의 말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배웅했다.

   
▲ 김진표 의원(사진 오른쪽)은 개회 기도에서 박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하나님과 국민 앞에 좀 더 겸손한 자세로 헌신하게 해 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입장한 박 대통령은 함께 찬송을 부르고 기도했다. (사진 제공 청와대)

#2. 같은 시각, 서울 명동 향린교회(조헌정 목사)에서는 민주주의회복을위한사순절연합새벽기도회(연합 기도회)가 열렸다. 지난해 6월부터 시국 기도회를 이어 온 40여 교회와 단체는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 회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3월 5일부터 연합 새벽 기도회를 시작했다.

기자가 연합 새벽 기도회 현장을 찾은 건 3월 12일. 오전 6시 30분, 향린교회 1층 친교실에는 20여 명이 묵상을 하고 있었다. 유신 시절 정권에 맞서며 노동 선교의 깃발을 든 성문밖교회 교인 윤재승 씨는 관권과 부정선거로 당선된 정권으로부터 이 나라를 바로잡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 서울 명동 향린교회(조헌정 목사)에서는 민주주의회복을위한사순절연합새벽기도회(연합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는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 회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3월 5일부터 연합 새벽 기도회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설교는 용산 참사 현장,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현장,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반대 현장, 4대강 규탄 현장 등에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 온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가 전했다. 아모스 6장 1~14절을 본문으로 한 설교 제목은 '화 있을진저 실패한 지도자여'였다. 최 목사는 이명박 정권 이후 사회에 불의가 만연해지고 집단적 타락 증후군에 교회도 물들었다고 했다. 정부를 비판하기만 하면 신앙적이지 않다고 하고, 무조건 위정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더 큰 신앙으로 생각하는 한국교회 풍토도 꼬집었다. 최 목사는 잘못된 권력과 정권에 대항해야 할 교회가 침묵한다면 희망은 없다면서 순교적인 자세로 기도하며 나아가자고 말했다.

예배 이후 참석자들은 인근 식당에서 김치국밥을 한 그릇씩 먹은 뒤, 을지로입구역까지 가두 행진을 하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피켓엔 '불법 부정선거 주모자 이명박 구속하라', '박근혜는 사퇴하라', '김연아 은메달에만 분노하세요? 불법 부정선거에는 분노하지 않으세요?'가 적혀 있었다.

같은 시대와 공간 속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기도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나라와 위정자를 위한다며 권력자 앞에서 목 놓아 기도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면서 사회정의와 정권 퇴진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과연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성서한국 성명서 바로 보기 : 정교유착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를 규탄한다.

   
▲ 참석자들은 '부정선거 규탄 이명박 구속, 박근혜 사퇴' 플래카드를 내걸고 을지로입구역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교인들이 을지로입구역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김동한 위원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은 "정치와 종교는 모든 게 정상일 때는 상호불관여가 원칙이지만, 자정 능력을 상실하면 관여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패가 부패를 불러온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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