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임, 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후 취재진을 피해 준비된 차량에 올라타고 있는 조 목사의 모습. 조 목사는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피고인 조용기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억 원을 선고한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500만 원을 1일 급여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 2월 20일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 조용현 부장판사가 배임과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방청석에서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숨을 한 번 고른 판사는 판결문을 계속 읽어 나갔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피고인 조용기에게 5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신음은 곧 안도의 한숨으로 변해 흘러나왔다. 공판 내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조 목사의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 법정 425호는 재판 1시간 전부터 만석을 이뤘다. 좌석 양옆 통로는 취재진과 교인들로 북적였다. 개정 20여 분을 앞두고는 몸을 돌리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법정을 메웠다. 뒤늦게 도착한 피고인들은 힘겹게 피고인석에 들어서야 했고, 공판 검사는 법정 옆문으로 입장했다.

조용기 목사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일찍이 법정을 찾았다.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는 변호인과 함께 재판 30분 전에 입장했다. 그 뒤를 이어 피고인 박 아무개 장로도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공판에서 "조희준의 지시로 영산기독문화원을 청산했다"고 진술하며 조 씨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 장로가 조 목사에게 인사를 건네자, 조 목사는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재판 시작과 동시에 눈을 감은 조 목사는 판사의 말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 감정이 잘못됐고, 조세 포탈의 시효가 만료됐다"는 조용기 목사 측의 변론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6명의 피고인 가운데 4명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과 달리 조 목사를 포함한 5명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희준 씨는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조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법정 구속했다. 판사가 최후 발언의 기회를 줬지만 조 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천장만 바라봤다. 조 목사와 몇 마디 말을 나눈 조 씨는 법정 경위를 따라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재판이 끝난 직후 일부 교인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면서 격려했다.

조 목사는 교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법정을 벗어났다.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로비는 조 목사의 등장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 목사를 취재하려는 기자들과 이를 막아서는 교인들이 충돌하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이 쏟아졌지만, 조 목사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 조용기 목사가 탄 차량을 취재진들이 에워싸고 있다. 취재진들과 조 목사를 수행하는 교인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극심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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