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일반 기업 제품으로 치면 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신뢰도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작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홍정길 이사장)의 의뢰를 받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수행한 글로벌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일반 기업은 5점 척도로 3.75점 이상을 받아야 제품을 출시한다. 그런데 한국교회 신뢰도는 2.62점이다"며 일반 기업체에 빗대 낮아도 너무 낮은 한국교회의 신뢰도를 꼬집었다.

▲ 기윤실이 2월 5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열매나눔빌딩 나눔홀에서 '201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기조 발제를 맡은 조성돈 교수가 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조 교수는 불편하더라도 한국교회의 현실을 정확하게 점검하여 정직하게 문제를 직시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기윤실은 2월 5일 서울 명동 열매나눔빌딩 나눔홀에서 전날 발표한 '201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는 시간을 마련했다.

안팎으로 커지는 불신

▲ 2008년에 비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한 비개신교인 응답자의 비율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한 교회 교인은 2013년 47.5%로 2008년 65.6%에 비해 18.1%나 감소했다. 절반 이상의 교인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았다. (자료 제공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윤실의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교회 내부에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개신교 응답자가 47.5%로 2008년 65.6%, 2009년 56.4%, 2010년 59%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가장 신뢰하는 기관을 묻는 질문에도 개신교인 응답자 중 종교 기관을 꼽은 비율은 19.3%로, 2010년 47.5%보다 급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23.2%의 신뢰를 받았다.

▲ 이원규 교수는 점점 높아지는 교인들의 불신이 교회 이탈로 이어져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기윤실은 교인들의 커지는 불신이 한국교회 쇠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 위기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는, 교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갱신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지만, 교인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현상으로 이어져 한국교회가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에서의 불신도 문제지만, 교회 밖에서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훨씬 참혹했다. 무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 비율은 8.4%, 불신 비율은 56%로 부정적인 평가가 7배에 달했다. 세부 항목에서 기독교인의 신뢰 지수는 4.4%, 목사는 11.5%, 한국교회는 18.8%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인들만의 신앙적 게토로 변질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과 불교에 비해서도 한국교회는 무종교인들에게 가장 믿을 수 없는 종교였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 항목에서 한국교회를 꼽은 무종교인들은 8.6%에 불과했다. 반면 가톨릭과 불교는 32.7%, 26.6%의 신뢰를 받았다. 기윤실은 나이별 신뢰도에서 20대에게 최저 수준의 신뢰(12.9%)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한국교회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만성 불신 한국교회, '착한 사마리아인' 되어야"

▲ 신뢰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 항목이 '봉사 및 구제 활동'을 제치고 1순위를 기록했다. 윤리 회복 요구가 2009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봉사 활동 요구는 급감했다. 기윤실은 많은 봉사 활동보다 윤리적으로 '진정성' 있는 삶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료 제공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4%가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윤리 도덕 실천' 항목을 꼽았다. 이는 2010년(28.1%)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이전 세 번의 조사에서 계속 1순위였던 '봉사 및 구제 활동'(36.4%)보다 높은 수치였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는 "사람들이 사회봉사를 가장 많이 하는 종교로 한국교회를 꼽는 동시에 윤리·도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고 판단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 회복을 요구하는 사회의 시선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세포가 건강하지 못한데, 장기가 건강할 수 없다"며, 교인과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바로잡아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원규 교수는 교회 지도자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의 수준은 교인을 넘지 못하고, 교인의 수준은 목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 이 교수는, 한국교회 신뢰 회복의 열쇠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있다며, 목사들의 삶이 세상의 기준보다 월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윤실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작년 12월 10일부터 11일 이틀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이 가운데 개신교인은 22.5%, 무종교인은 44.8%)를 했다. 표본 오차 ±3.1%에 95%의 신뢰 수준을 보였다. 다음 조사는 3년 뒤인 2016년에 실시한다. 기윤실 조제호 사무처장은 "수치로 환산되는 전화 설문 조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2016년에는 면접 조사를 통한 정성적인 평가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 2시간 넘게 진행된 세미나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료집을 보며 기윤실의 결과 발표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한 청중은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완전히 발가벗겨졌다고 탄식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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