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성경을 읽다 보면 질문이 떠오른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은 모든 동물을 만드신 후 사람을 만드신다. 그런데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신 후에 들짐승과 새를 빚으신다. 뭐가 맞는 걸까. 1장과 2장을 쓴 사람이 다른 건가. 성경은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기록한 게 아닌가?
예수님은 "나를 말미암지 않고서는 아버지께 올 자가 없느니라"라고 하셨다. 그럼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훌륭하지만 예수님을 몰랐던 사람들은 지옥에 갔을까? 예수님은 포도주를 만들기도, 마시기도 하셨는데 왜 기독교인들은 술을 마시면 안 될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교회에서 궁금한 걸 자꾸 물으면 믿음 없단 얘기를 들을 것 같다.
CBS '낸시랭의 신학 펀치'(신학 펀치)는 기독교인이 '오직 믿음!'이란 말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채운 질문의 족쇄를 풀어 준다. 언제 어디서라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당신의 마음 한편에 묻어 둔 궁금증을 안고 링 위에 오른다.
낸시랭은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수련회를 끝으로 교회 언저리로 나왔다. 교회 안의 가식적인 분위기, 교인들 안에 형성된 계급과 체계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회를 다니지만 예배만 드리고 바로 나온다. 그래서 성경을 읽으며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도, 대답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낸시랭은 링 위에서 질문 펀치를 날리는 게 신나고 재미있다. 녹화 때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해갈을 느끼기 때문이다.
링 위에서 낸시랭의 질문 펀치를 받을 상대는 숭실대 권연경 교수와 연세대 김학철 교수. 신약학을 전공한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신학 펀치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다. 무슨 얘기를 해도 욕먹을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믿음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 반해 질문은 금기시해 왔다.
"지질학 교수나 역사학 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강의하면, 자기가 지금껏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도 받아들여요. 하지만 신학 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가르치면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성경 구절을 외웁니다. 그러면서 교수님은 지금 성경에서 빗나간 얘길 하고 있다고 비판하죠."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김 교수는 많은 기독교인이 자신이 뭘 믿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회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권 교수 역시 교회를 오래 다닌 이들일수록 기독교적 언어는 많이 알고 있지만 그 함의는 잘 모를 때가 많다고 한다.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성경 강해를 하면서 교인들이 담임목사님께 묻지 못한 질문들을 쏟아 놓는 걸 접하기도 했다.
그래서 권 교수는 신학 펀치에 참여하는 것을 "한국교회를 태반으로 삼고 살아가는 신학자로서 좀 더 보편적인 방법으로 교회를 섬길 기회"로 생각한다. 김 교수 역시 한국교회 안에서 자라고 배운 신학자로서, 신학 펀치를 통해 자신이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나누려고 한다.
낸시랭과 두 신학자를 링 위에 세우는 데 성공한 신동주 피디는 교회 밖 사람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곤혹스런 질문들로 인해 기독교가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게 아니란 걸 알았죠. 결코 기독교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습니다."
질문의 고삐는 늦출 생각이 없다. 묻고 답하고, 그 답에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즉석에서 다시 묻고 답하길 반복하려고 한다. 권 교수와 김 교수는 즉석에서 날아오는 질문이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자신도 했던 고민이었으니까. 정해진 모범 답안을 말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두 신학자는 자신의 고민과 답을 솔직하게 시청자들과 나눌 준비가 돼 있었다.
신 피디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던 신학적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장으로 신학 펀치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펀치를 받아 줄 패널도 두 신학자로 국한시키지는 않았다. 주제와 내용에 따라 여러 신학자들을 등장시킬 욕심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한국교회는 신학과 신앙의 거리를 벌려 두었다. 신학은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앙생활을 하면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진다. 권 교수는 그게 바로 신학의 출발점이며, 신학이란 자신의 신앙을 더 이해하고 탄탄하게 세우는 작업이라고 했다. 신앙을 가진 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신학이란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은 신학을 성직자의 전유물로 여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신학적 이해는 주일학교, 중고등부 시절에 배운 내용에서 멈춰 있다. 김 교수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히브리서에 쓰여 있듯 장성한 자가 되어 단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려면, 신학이라는 즐겁고도 고통스런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낸시랭의 신학 펀치는 그 즐겁고도 고통스런 작업이 낯설고 두려운 이들에게 "곤혹스런 질문에 맞서며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고 말을 건네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성경 무오설을 건드렸고, 다음은 보편 구원론을 다룰 차례다. 근육 운동은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링 위에 선 이들이 지금처럼 솔직한 질문과 유쾌한 수다를 이어 가 준다면 고통은 경감할 것 같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낸시랭과 신학자들이 선보일 링 위의 대결이 한국교회에 막혀 있던 "질문하는 신앙의 길"에 얼마만큼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낸시랭의 신학 펀치 1회 '성경에는 왜 불일치하는 게 나오나요?' 유튜브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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