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재철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홍 목사는 당선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앞서 공청회에서 밝혔듯, 한교연과의 통합을 비롯해 서울역 노숙인 이전, 기독교식 템플스테이 운용 등 범기독교적인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12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18대 대표회장에 당선된 직후 대표회장 임기를 기존의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던 홍재철 목사(경서교회)가 19대 대표회장에 당선돼 2년 더 한기총을 이끌게 됐다.

한기총은 1월 21일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제25회 정기총회를 열고 대표회장 선거를 치렀다. 총회 대의원 291명 중 251명이 모였고, 투표는 오전 11시 50분경에 시작해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홍 목사는 251표 중 171표를 얻었고, 공동회장을 세 차례 역임한 엄기호 목사(성령교회)는 78표에 그쳤다.

연임에 성공한 홍 목사는 취임사와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비판해 온 언론을 질타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각에도 한기총과 저를 폄훼하는 언론이 있다. 속된 말로 어떤 언론은 제 팬티까지 다 벗겨 검증했지만 결과는 부정 비리 없이 깨끗했다"고 말했다.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7인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절차를 밟아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해 한교연 관계자들과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보수 기독교 연합 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목사는 "한기총에서 제명된 강성파 몇 명이 보수 단체를 만들려 했다. 예장합동도 시도했지만 결국 가입할 교단이 없어서 무산되지 않았느냐"면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선거는 일부 회원이 발언권을 요청하며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엄기호 목사 측 한 회원이 질의를 요청했지만, 사회를 맡은 이승렬 선관위원장은 질의를 받는 시간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질의 요청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회의를 방해하면 퇴장시킬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이를 놓고 엄기호 목사는 "정관 개정은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았느냐"고 묻고자 함인데, 이마저도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 한기총은 1월 21일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제25회 정기총회를 열고 대표회장 선거를 치렀다. 총회 대의원 291명 중 251명이 모인 가운데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홍재철 목사는 251표 중 171표를, 엄기호 목사는 7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사진은 개표 중인 개표위원들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엄 목사는 대표회장 후보자 소견 발표에서 선거 과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후보 접수를 먼저 했음에도 기호 2번을 배정받았고, 선거운동 기간 중 불공평한 제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 목사는 현직 대표회장으로서 선거운동 기간 중 임원회와 식사도 하고 대접도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내가 조금만 일을 하면 (벌금을) 50배 물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 가서 돈을 받겠다"는 식의 으름장을 놓았다고 했다. 엄 목사는 기독교하나님의성회 여의도(이영훈 총회장) 소속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승렬 선관위원장은 엄 목사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홍 목사가 먼저 접수했기 때문에 1번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1월 10일 열린 대표회장 후보자 공청회에서 "관례에 따라 현 대표회장을 1번으로 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놓고 홍재철·엄기호 격돌)

홍 목사도 엄 목사의 말을 반박하며 금권 선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단독으로 출마한 지난 18대 대표회장 선거부터 금권 선거가 사라졌다면서 "3년 전까지 10당 5낙(10억 당선, 5억 낙선) 이야기가 돌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홍재철 목사는 17대 대표회장을 역임한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를 등에 업고 지난 2012년 2월 14일 18대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당선과 함께 한기총이 정치·사회적 활동에 앞장설 것을 예고했다. 실제 한기총은 학생인권조례안 폐지를 비롯해 차별 금지법 철폐, WCC 총회 반대 운동 등에 앞장섰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신천지 연루 의혹에 휩싸이자 자체 조사를 벌이며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두둔하기도 했다.

▲ 투표에 앞서 엄기호 목사 측과 홍재철 목사 측 간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엄 목사 측이 "발언을 못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홍 목사 측은 회의장 중앙으로 나서는 엄 목사 측을 향해 "야, 이 XX야, 나와. 깡패야, 뭐야"라는 막말을 내뱉으며, 잠깐 동안 파행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기총은 홍 목사 체제 이래 줄곧 이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예장통합은 지난 2011년 12월 26일, 홍 목사를 이단 연루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예장통합 개혁 다락방전도총회 영입 감사 예배에서 격려사를 전하며 이단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예장통합, "홍재철 목사는 이단 연루자") 한기총은 2013년 1월 다락방 류광수 씨를 이단 해제한 데 이어 12월에는 박윤식 목사를 이단 해제함으로써 예장합동, 고신 등 주요 회원 교단이 탈퇴하는 빌미도 제공했다. 현재 한기총에는 공식적으로 69개 교단이 가입해 있으며, 7개 교단은 행정 보류된 상태다.

한편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제24-1차 임시총회 결의 효력을 본안 확정 시까지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김재호 재팡장)는 "신청인들은 임시총회에서 정관 개정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기총 대표회장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당장 정기총회를 중지해야 할 이유와 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1월 20일 기각했다. 비대위는 대표회장의 임기에 관한 정관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계수가 잘못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홍 목사는 당선 소감을 전한 뒤 엄기호 목사를 무대 중앙으로 불러내 포옹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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