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가 피고인 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세금 포탈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피고인 진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교회에 130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주식거래는 실무 장로들이 한 것으로 알지 못하고, 탈세 혐의 건은 회계 법인이 처리한 것으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진술했다.

1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3부(조용현 재판장) 심리로 열린 12차 공판 피고인 진술에서 조 목사는 주로 '네', '그렇습니다' 같은 짧은 답변을 내뱉었다. 변호인이 "법정에 선다는 것 자체가 말할 수 없는 치욕이고, 한국교회의 불명예라는 것을 잘 아느냐"고 묻자 조 목사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피고인의 자식인 조희준과 공모해 교회 핵심 장로들을 도구 삼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죠?"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주식거래가 있었던 2002년은 복음 전파에 열정을 쏟던 때였고, 교회 내부 살림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교회 실무는 박 아무개, 김 아무개, 나 아무개 장로 등이 맡았다며 "장로님들은 굉장히 유능한 분들입니다"라고 치켜세웠다.

조 목사는 영산기독문화원과 영산기독문화원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아이이서비스가 뭔지 몰라서 애를 먹었다"면서 아이서비스 주식을 보유했던 영산기독문화원도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영산기독문화원은 1997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방송 선교를 위해 200억 원을 출연해 세운 비영리단체다. 부실 운영 등의 이유로 2003년 청산했고, 잔여 재산은 (재)순복음선교회(조용기 이사장)에 귀속됐다.

60억 원대의 탈세 혐의도 부인했다. 고의로 문서를 조작해 세금을 적게 냈느냐는 질문에 조 목사는 헛웃음을 지으며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헌법상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조 목사는 세금을 내겠다고 고집하느냐'고 (반발)했고, 상당한 분쟁이 있었다. (당시) 장로들이 공신력이 있는 단체에 조사를 의뢰하자고 해서 삼일 회계 법인에 맡겼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피고인 진술은 30분 동안 이어졌다. 검사는 조 목사 신문은 따로 하지 않았다.

앞서 오전 공판에는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피고인 진술에 나섰다. 조 전 회장은 주식거래와 영산기독문화원 청산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조 전 회장은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으로 있었던 것은 맞지만, 주요 사안은 교회가 처리했다고 했다.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을 그만둔 이유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은 문제의 주식거래가 있기 나흘 전인 2002년 12월 2일 박 아무개 장로로 바뀐다. 조 전 회장은 2001년 언론사 세무 조사로 실형을 받은 탓에 교회 측으로부터 대표이사를 더는 역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12월 6일 이뤄진 주식 매매는 법인 이사장이 주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실질적으로 교회가 주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조 목사의 지시에 따라 주식거래와 영산기독문화원 청산 절차가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법정에서 조 전 회장과 날 선 공방을 벌인 바 있는 피고인 박 장로는 "조 전 회장이 영산기독문화원 청산을 부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은 "당시 박 장로가 '교회에서 영산기독문화원 청산을 준비 중이니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신세 한탄을 늘어놓기도 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로 2001년 8월 17일 구속된 조 전 회장은 그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실질적인 <국민일보> 사주인 조 목사를 대신해 구속됐다 풀려났지만, 자신의 혼인신고 건과 맞물려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했다. 아버지 조 목사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고, 아들처럼 키운 동생들이 대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생을 포기할 만큼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교회도 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게 됐고, 현재도 불면증과 울화병에 시달린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조용기·조희준 피고인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법원이 의뢰한 2002년 아이서비스 주식 가치 감정 평가 결과, 1만 원 정도 오른 3만 4386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교회에 131억 원으로 손실을 입힌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동안 검찰은 주식 가격을 한 주당 2만 4000원으로 계산, 교회에 157억여 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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