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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사꾼인가 선교사인가

인디언 원주민 자립 위해 비즈니스 선교에 매진하는 김진수 장로

김종희   기사승인 2014.01.15  18: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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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 밭에서 김진수 장로. 작년 11월 한국에서 만난 김 장로의 손에는 건조 고사리와 송이버섯 한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그가 전하는 비즈니스와 선교에 대한 경험, 간증이 실려 있는 보따리였다. 김진수 장로는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통해 인디언 원주민들의 자립과 선교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진수)

김진수 장로는 송이버섯과 고사리를 팔러 다니는 장사꾼이다. 작년 11월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포장한 건조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한 보따리 들고 왔다. 장신대․총신대․대전신대 등지를 다니면서 신학생들을 만났다. 올해 2월에도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 기간에 협성대를 들른다. 신학생들에게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파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와 선교에 대한 경험, 개인 간증을 그들과 나누려는 것이다.

김진수 장로(59)는 미국 동부 뉴저지에 살고 있다. 일 년에 서너 달은 캐나다 서부 지역으로 날아가서 밴쿠버에서 1000킬로미터 북쪽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인근의 인디언 원주민 보호 구역인 기탄야우(Gitanyow)라는 마을에서 지낸다. 원주민들이 따온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말리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사업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 2011년 세운 회사 이름은 긱섬(Gitx Mushroom Inc.)이다.

캐나다 자연산 송이버섯과 고사리 제품

처음에는 원주민들이 꺾어 온 고사리를 말려서 이것을 상품화하여 판매했다. 캐나다 서북부에는 고사리가 천지에 널렸기에 굳이 재배할 필요가 없다. 이곳 고사리는 무공해 청정 지역에서 자라는 자연산인데다가 풍부한 강우량과 일조량 덕분에 매우 부드럽다. 봄철에 할 일이 없는 원주민들에게 고사리는 좋은 일거리를 제공해 준다.

지난해부터는 건조한 자연산 송이버섯을 상품화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자연산 송이버섯 역시 많이 채취되는 때는 가격이 폭락한다. 중간 상인에 의해서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원주민들은 대처 능력을 갖지 못해서 분만 뿜어낼 뿐 손해를 본다. 김 장로가 올해부터 송이버섯에 손을 댄 것은, 원주민들이 가격 폭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완 역할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송이버섯은 자연에서 채취한 지 보름 안에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소비되지 않으면 가격이 폭락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송이를 건조하는 것이었다. 일단 건조된 송이는 시간을 가지고 판매할 수 있기에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아 준다. 자연산 송이버섯은 재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비싸고, 잘 건조된 송이는 사업성이 충분하다.

김 장로는 긱섬에 20만 불을 투입해서 18만 불의 매출을 작년에 달성했다. 작업장과 건조 시설에 투자한 장기 비용을 고려하면 작년에 거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회사는 창업한 지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지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성장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한국으로도 수출한다. 한국에서 이 건조 송이버섯과 고사리를 구매하면 캐나다에 사는 인디언 원주민들의 자립과 선교에 보탬이 되는 셈이다.

   
   
▲ 포장된 고사리와 송이버섯. 캐나다 서북부 무공해 청정 지역 고사리는 풍부한 강우량과 일조량 덕분에 매우 부드럽다. 재배하지 않아도 잘 자라지만 많이 채취될 때는 원주민들이 가격 폭락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진수 장로가 올해 송이버섯 재배를 시작한 이유다. 자연산 송이버섯은 재배가 되지 않아 비싸기 때문에 잘 건조하면 사업성이 충분하다. (사진 제공 김진수)

원주민을 회사 주인으로, 20년 내다본다

원주민들의 자립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들의 의식과 습관이 금세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의 의욕이 꺾인 상태에서 외부에 의존하여 살아온 지난한 세월이 쌓여 있다. 몇 년 만에 삶의 모습이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성급한 착각이다.

1850년대, 백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독차지했다. 그들은 높은 산과 넓은 들 곳곳에서 여기저기 모여 살던 인디언 원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는 보호 구역이라는 그럴 듯한 철장 안에 가두어 버렸다. 200년 가까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음미하지 못한 채 정부가 주는 보조금과 자녀 양육비에 의존해서 살다가 결국 알코올과 마약의 늪에 빠져 무력해진 모습은 오늘날 캐나다 원주민을 상징한다.

김 장로가 당시 출석하던 교회에서 원주민 단기 선교를 하러 왔다가 이들의 희망 없는 삶이 눈에 밟혔다. 김 장로 형제들의 가슴 아픈 인생살이 때문에 이들의 삶이 더 애잔했다. 김 장로는 강원도 삼척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큰형은 알코올중독으로 40대에 세상을 떠났고, 작은형은 군대에서 자살했다. 누나는 학교 문턱도 넘어 보지 못했다.

김 장로 눈에는 자기 가족사와 인디언 원주민의 삶의 정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에게 복음을 들려주고 삶의 의욕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원주민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게 하시고 또 성공하게 하신 이유가 바로 이들을 돕게 하려고 섭리하신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원주민 회사를 만든 이유다.

그냥 돈을 주는 것은 그들을 더욱 의존하게 한다. 그들을 도와주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방식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자립의 기반을 만들어 주고 옆에서 돕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김 장로가 진두지휘를 하고 있으나, 언젠가는 원주민들이 이 회사의 주인이 되게 한 후 자신은 떠날 예정이다. 20년을 내다보고 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이지만,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 못지않게 원주민들이 주인 의식을 갖도록 격려하고 가르치는 일이 김 장로에게 더 중요한 이유다.

   
▲ 언젠가 원주민들이 주인이 될 긱섬은 김진수 장로가 출석하던 교회에서 원주민 단기 선교를 갔다가 하나님의 섭리를 느끼고 창립한 회사다. 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후원이 아니라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의 지원을 택했다. (사진 제공 김진수)

그래서 원주민 2명과 같이 회사를 시작할 때 이익의 50%를 원주민 지역사회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창업 목적에 명시했다. 그중 최소한 20%는 선교와 교육에 쓰도록 하고 있다. 원주민 청소년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와서 여행을 함께 하면서 꿈을 키워 주고 공부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들이 커서 이 회사의 주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후원이 아니라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택한 것은 그의 정체성이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사업가이되 돈이 목적이 아니라 섬김과 나눔이 목적이었다.

김 장로는 30대 초반인 1986년에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22년 전인 1992년에 미국에 IT 관련 회사를 세웠다. 혼자 세운 회사가 97년부터 급성장해서 직원이 500명이나 될 정도로 성장했다. 회사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회사 이익의 10%를 떼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쓰기로 결심하고 실천했다.

2010년에 회사를 전략적인 합병 과정을 통하여 CSC라는 대기업에 팔았다. 이때 직원들에게 회사 지분을 나누어 주어 여러 명의 백만장자가 탄생하게 하였다. 그리고 매년 회사 이익의 거의 30%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나누어 주었다. 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피땀 흘린 직원들과 성공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회사를 판 금액의 많은 부분을 자신이 설립한 Grace Charity Foundation이라는 자선 단체에 기부하여 교육과 선교 분야에 해마다 20만 불을 쓰고 있다.

Business For Mission이 아니라 Business As Mission

   
▲ 김진수 장로는 비즈니스 자체가 선교가 되는 총제적인 선교 개념을 가지고 있다. 김 장로를 만나면 사업과 선교가 혼재되어 있는 치열한 현장에서 고투하는 사례를 들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김 장로는 비즈니스가 선교를 하기 위한 도구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자체가 선교가 되는 총체적인 선교, 즉 Business For Mission이 아니라 Business As Mission 개념을 가지고 있다. 선교를 목적으로 단순히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비즈니스를 함으로 비즈니스 자체가 선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통하여 발생한 이익으로 선교를 후원함으로 외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자생하는 선교 모델이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독교적으로 사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심각한 고민을 현장에서 입증해야 한다. 돈과 신앙이라는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가치를 놓고 처절한 영적 전쟁을 벌여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바르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이익이 생기면 어떻게 안팎으로 나눌 것인가, 구성원들의 관계를 상하 서열이 아니라 인격적이고 평등적으로 정립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김 장로는 이러한 온갖 과제와 치열하게 싸워 가고 있다.

그는 선교가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최종 가치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동안 비즈니스를 소홀히 하거나 수단이나 도구 정도로 여기는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대립적인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붙잡고 완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교사는 한 마리의 양을 위해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사업가는 99%의 가능성을 선택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겠는가. 그래서 한 사람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보다는 사업가와 선교사가 동역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함께 분투하는 수밖에 없다.

장래 사장으로 키우려고 하던 매니저를 얼마 전에 해고했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데, 그에게는 사장이 될 만한 가능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해고로 끝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에게 매우 좋은 가격으로 회사의 주식을 사도록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 적대 관계로 관계가 끝나는 것을 예방했다. 이러한 일을 과연 선교사가 할 수 있을까?

김 장로를 만나면 사업과 선교가 혼재되어 있는 치열한 현장에서 고투하는 생생한 사례들을 들을 수 있다. 2009년에 <인생은 불확실하나 하나님은 확실합니다>라는 책을 출판했고, 지금은 판권을 회수하여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PDF 파일로 주고 있다. 아마존(Amazon)에서 <성공적인 실패>라는 제목으로 E-Book을 구입할 수도 있다.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창업, 성공, 나눔, 비즈니스 선교 등의 주제로 간증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을 위한 코스타의 단골 강사이기도 하다. 또한 프린스턴신학대 이사로 한국 신학생들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jinsoo.kim.355)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고 있다.

BAM(Business As Mission) 개념은 최근 한국과 미국 한인 교회 선교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제법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지만, "이것이다" 하고 내놓을 수 있는 현장 모델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김 장로의 사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웹사이트 
www.gracecfoundation.org 
www.facebook.com/jinsoo.kim.355
* 이메일 
jinsoo.kim@gracec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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