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임에 도전하는 홍재철 목사의 대표 공약은 한교연과의 통합이다. 홍 목사는 연임에 성공하는 즉시 한교연과의 통합에 힘쓸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한교연 측의 입장은 냉소적이다. 지금까지 홍 목사가 통합을 위한 제안이나 연락을 한 번도 취해 온 적이 없다면서 지극히 선거용 멘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뉴스앤조이 이명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에 도전하는 홍재철 목사(경서교회)의 일등 공약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박위근 대표회장)과의 통합이다. 본래 한 몸이었던 한교연을 끌어안아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 기관으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다. 한기총은 금권 선거 폭로 이후 정관 개정 문제 등에 봉착하면서 지난 2012년 한교연과 둘로 나뉘었다.

한기총은 2011년 2월 9일 이광선 목사(신일교회)의 금권 선거 폭로로 갈등에 휩싸인다. 이 목사는 16대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금권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폭로 시기였다. 당시는 길자연 목사가 17대 대표회장에 취임한 직후였던 것. 길 목사 측은 이 목사의 폭로로 마치 17대 선거에서도 금품이 오간 것처럼 비춰졌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며칠 뒤 실제로 금권 선거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길 목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두 건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당사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길 목사 측의 선거운동원이었던 홍재철 목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홍 목사는 "그런 적 없다"며 부인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과 한국교회, 금권 선거 폭로로 휘청)

한기총은 이광선 목사 측과 길자연 목사 측으로 나뉘어 갈등을 지속했고, 다수를 점한 길 목사 측이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소송 공방을 벌이던 양측은 정관 개정 문제로 인해 두 단체로 갈라서게 된다. 길 목사 측은 기존 대표회장의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렸고, 각 회원 교단이 돌아가면서 맡기로 한 대표회장 순번제는 폐지했다. 이에 따라 홍재철 목사는 같은 예장합동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길 목사에 이어 2012년 2월 14일 18대 대표회장에 당선된다. 한기총정상화를위한대책위원회는 이에 반발하며 같은 해 3월 29일 한교연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한교연은 예장통합·고신·백석, 기성 등 34개 교단과 10개 단체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홍 목사는 연임에 성공하는 즉시 양 기구의 통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수차례 발언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26일 임시총회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할 것이다. 임기 동안 한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월 10일 열린 대표회장 후보 공청회에서도 한교연과의 통합을 언급하며, 한교연 소속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홍 목사는 통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놓은 즉시 미련 없이 대표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덧붙였다.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된 한교연은 떡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한교연 측은 홍 목사로부터 통합에 대한 제안이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발언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교연 관계자는 "공 기관의 대표자가 사전 접촉이나 물밑 작업도 없이 연거푸 통합 발언을 했다. 이는 타 연합 기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목사의 발언은 진정성이 없는 선거용 멘트라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한교연을 이끌어 온 박위근 대표회장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한교연 내부적으로 한기총과의 통합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 대표회장은 "추구하는 방향에 관한 근사치가 있어야 통합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면서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교연 내부에서는 한기총이 이단 해제에 앞장서면서 사실상 두 기구의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2011년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했던 한 목사는 결국 문제는 홍재철 목사라면서 "연합 기관을 독점해 오다시피 한 홍 목사가 떠나면,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기총과 한교연은 각각 1월 21일과 27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회장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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