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의 전횡이 교회 분쟁의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넘게 교회를 상담한 결과, 분쟁의 원인은 대부분 담임목사의 독단적 교회 운영, 세습 및 목회자 청빙, 성 문제, 부당한 치리 등이었다. 개혁연대는 소수의 목회자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한국교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도 교회 분쟁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혁연대는 지난 12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펴내, 총 189개 교회 437건의 상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복수 응답으로 알아본 결과, 상담의 주요 주제는 교회의 재정 전횡이 230건(53.1%)으로 가장 많았고 행정 전횡이 165건(38.1%)으로 뒤를 이었다. 부당한 치리와 표적 설교가 153건(35.3%), 교회 건축 및 매매가 98건(22.6%), 담임목사의 허위 이력이나 청빙 문제가 65건(15%)으로 집계됐다. 목회자의 성폭력도 60건(13.9%)이나 됐다.

▲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개혁연대가 상담한 내용 통계. 담임목사의 재정과 행정 전횡, 부당한 치리와 표적 설교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개혁연대의 2012년과 2013년 상담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에는 40건의 상담 중 11건(27.5%)이 담임목사의 독단적 교회 운영으로 인한 상담이었다. 담임목사의 재정 전횡이 9건(22.5%), 목회자 청빙 6건(15%), 담임목사의 성 문제 3건(7.5%) 순이었다. 2013년 역시 담임목사의 재정 문제가 전체 58건 중 21건(36%)으로 가장 많았다. 교회 세습 및 목회자 청빙 문제 11건(18%), 담임목사의 독단적 운영 8건(13%), 담임목사의 성 문제가 7건(12%)이었다.

▲ 2012년 통계(위)와 2013년 통계(아래). 10년간의 통계와 마찬가지로 담임목사가 연루된 문제가 많다.

대부분 담임목사가 직간접으로 연루돼 있다. 개혁연대는 한국교회가 담임목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런 구조 안에서 담임목사의 일방적인 소통이 분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높은 빈도를 보인 재정 문제는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통한 불신에서 야기됐다. 개혁연대는 상담을 신청해 온 사람들이 교회의 재정 관리를 믿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은 교회 내에서조차 재정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교회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재정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교회가 교인들에게 재정을 공개하기를 꺼린다. 지난해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서초역 앞 새 예배당을 짓는 데에 들어간 비용을 알아보기 위해 교회에 재정 장부를 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축비로 수천억 원을 썼다는데 정확한 금액은 몇 명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교회는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교인들은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정 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했다. 제자교회와 분당중앙교회 교인들도 법원의 판단 후에야 재정 장부를 열람할 수 있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재정 장부 보기 참 힘드네)

▲ 개혁연대는 지난 12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연감 보고서를 출판했다. <교회 개혁, 그 길을 걷는 사람들 10년의 발자취>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교회 상담뿐 아니라 개혁연대가 진행한 교회 개혁 운동이 종합되어 있다. 보고서는 개혁연대 홈페이지(www.protest2002.org)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담임목사의 성 문제도 목회자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교회에서 많이 일어났다. 개혁연대의 2013년 상담 결과를 보면, 목회자의 성 문제로 상담소를 찾은 사람들이 교회의 재정이나 담임목사 세습 문제를 동시에 의뢰한 경우가 많았다. 즉, 성 문제가 일어나는 교회는 담임목사가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크고 당회장직을 세습할 수 있을 만큼 권력이 집중된 곳이라는 뜻이다.

대다수의 교회 문제가 담임목사를 비롯한 운영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개혁연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평신도가 많았다. 2002년에서 2011년까지 412건의 상담 중 절반이 넘는 214건(51.9%)이 집사 직분을 가진 교인들과 진행됐다. 장로는 99명(24%), 목회자가 60명(14.6%), 권사가 24명(5.8%)이었다. 2013년에는 49명의 교인들이 상담을 요청했고 그중 장로와 집사가 각각 18명(37%)으로 가장 많았다.

교회가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교단의 대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연대는 총회와 노회가 일반적으로 사건의 내용을 축소하고 목사를 중심으로 편파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봤다.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총회·노회의 결정을 불신하게 되고 분쟁은 더욱 복잡해졌다. 서울 신당동에 소재한 신일교회는 2012년 후임 목사의 목사 자격에 시비가 있었다. 교인들은 총회에 이 문제를 소원했으나, 총회가 목사 자격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엉뚱한 중재안을 내놓은 바람에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관련 기사 : 노회와 총회의 미봉책에 갈등 여전한 두 교회)

대형 교회에 갈등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교인 수 500명 이하의 교회들도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개혁연대가 상담한 교회를 종합해 보면, 132개 교회 중 교인 수 100명 이상 500명 미만의 교회가 51개(38.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100명 미만이 31개(23.5%), 1000명 이상이 27개(20.5%), 500명 이상 1000명 미만이 23개(17.4%)였다. 2013년에도 상담 교회는 규모와 관계없이 분포됐다. 100명 이하 4곳, 500명 이하 5곳, 1000명 이하 5곳, 2000명 이하 3곳, 5000명 이하 4곳, 1만 명 이상이 3곳이었다.

분쟁을 겪는 교회들이 소속한 교단은, 반수가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71개 교회 중 예장합동이 42개(24.6%), 예장통합이 41개(24%)로 집계됐다. 감리회가 22개(12.9%)로 뒤를 이었다. 이 세 교단은 소속 교회가 많은 만큼 분쟁이 발생하는 비율도 높았다.

12년간의 교회 상담을 진행해 온 개혁연대는 교회 분쟁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교회가 여전히 담임목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이고, 재정 공개를 꺼리며, 남성 중심적인 강압적인 회의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개혁연대는 분쟁이 긍정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교회가 쪼개지거나 소수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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