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임원회는 개인 회원 4명이 지난 임시총회에서 불법 난동을 주도했다며 제명 처리했다. 제명당한 일부 회원들은 "발언권도 주지 않은 총회가 어디에 있느냐"며 제명 처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재철 대표회장이 임원회를 주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새해 초부터 회원 제명을 단행했다. 한기총 임원회는 1월 2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제24-1차 임시총회 회의 절차를 문제 삼은 개인 회원 4명과 6개 교단을 제명했다.

제명된 개인 회원으로는 김용도·김영신·김창수·박상하 목사 등 4명이다. 임원회는 이들이 지난해 12월 26일 임시총회에서 불법 난동을 주도한 것으로 규정했다. 제명된 교단은 그리스도의교회교역자협의회(최제봉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고려개혁(손용현 총회장)·피어선(김희신 총회장)·보수합동(김대형 총회장)·합동개혁(윤선중 총회장)·연합총회(정초자 총회장) 등 6곳이다. 특히 보수합동과 합동개혁은 각각 김창수 목사와 김영신 목사가 총무로 있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고려개혁과 피어선은 한교연(한국교회연합·박위근 대표회장)에 중복 가입, 연합총회는 교단 내부 문제에 따라 제명됐다. 앞서 그리스도의교회교역자협의회는 탈퇴 공문을 낸 바 있다.

임원회가 제명한 4인은 지난해 12월 26일에 열린 임시총회에서 회의 진행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임시총회에서는 대표회장의 임기를 2년 단임제에 2년 연임제로 변경하는 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김용도‧지덕 목사 등은 여러 총대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달라고 홍재철 대표회장에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길자연 총장(총신대)도 발언권을 두 차례나 요청했지만 얻지 못했다. 홍 대표회장은 "이 자리는 가부를 묻는 자리지 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홍 대표회장은 일부 회원들이 신문 등을 통해 한기총을 음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원회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홍 대표회장의 밀어붙이기 진행으로 개정된 정관은 임시총회를 통과했지만 표결 절차에 의문이 뒤따랐다. 기립 투표로 진행했는데 결과 발표를 신뢰할 수 없을 만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홍 대표회장은 정관 개정과 관련해 총 211명 중 찬성 205명, 반대 6명이라고 발표했다. 다수의 총대가 안건에 찬성하며 기립했지만, 안건에 반대하며 앉아 있던 총대도 수십 명에 달했다. 한 총대는 찬성 인원이 143명에 불과하고, 의결 정족수인 2/3도 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기총은 이날 저녁 총 239명 중 찬성 205명, 반대 6명, 기권 28명이었다고 정정 발표했다.

임시총회 회의 절차에 반발한 회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길자연·엄신형·이용규·지덕 전 대표회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회원들은 임시총회가 불법이었다면서 한기총불법임시총회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이들은 12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제명당한 회원들, "한기총 이대로 안 된다" 성토

임시총회 회의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제명이라는 철퇴를 맞은 회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박상하 목사(생명수교회)는 타락한 한기총에 더는 관여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실한 단체로 거듭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김창수 목사(보수합동 총무)는 "측근들의 발언만 듣고, 정관 개정에 반대되는 발언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면서 비대위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 갈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한기총은 연합 단체인 만큼 큰 교단 출신의 목사가 연합회장을 독점하는 것보다 중소 교단 출신의 목사도 대표회장을 할 수 있도록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기총 임시총회에 처음 참석했다고 밝힌 김영신 목사(합동개혁 총무)는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회의 진행 방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기억했다. 김 목사는 "대표회장의 임기 문제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그러나 (홍 대표회장은) 발언할 기회도 주지 않고, 궤변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김용도 목사(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장)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임원회에 참석한 김 목사는 대표회장의 임기 개정에 반대한 게 아니라 발언권을 주지 않은 홍 대표회장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고소한 적도, 고소할 일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제명은 피하지 못했다. 홍 대표회장은 회의 시작 전 김 목사를 향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핏대를 세우며 나무라기도 했다.

임시총회 회의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길자연·이용규·지덕 전 대표회장은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창수 목사는 "교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길자연 총장과 이용규‧지덕 목사를 징계하기에는 (한기총으로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은 1월 21일 오전 11시 정기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선출한다. 

▲ 지난해 12월 26일에 열린 제24-1차 임시총회의 모습. 이날 홍 대표회장은 임시총회에서는 가부만 물을 수 있다며 여러 회원들의 발언 요청을 거부했다. 홍 목사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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