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교바모)은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교회 재정 비리 의혹과 함께 조 목사와 한 여성 간의 스캔들도 폭로했다. 스캔들 당사자는 <빠리의 나비부인> 저자로 알려진 정 아무개 씨.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정 씨와 조 목사의 스캔들은 "정 씨의 입을 막기 위해 15억을 주었다"는 교바모의 폭로 이후 12월 17일 방영한 MBC PD수첩에서도 다루어졌다.

당사자인 조용기 목사는 11월 16일 <국민일보>에 광고를 내고 정 씨와의 불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이 해외 선교에 나서면 많게는 10명 이상의 장로가 수행하며 24시간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때문에 사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 정 씨는 1993년 5월부터 이듬해 4월 한국 방문 당시까지 이어진 한 대형 교회 목사와의 내연 관계를 책에 상세히 그렸다. 그러나 상대가 조용기 목사라고 밝히지는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11월 17일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강희수 위원장)를 꾸리고 조 목사의 비리 의혹에 관련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김창명 장로회장은 스캔들 의혹과 관련, 프랑스 파리에 사람을 보내 진위를 파악하고, 공개된 물품들에 대한 조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여의도순복음, 조용기 목사 비리 진상 밝힐까)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늦어도 12월 말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 목사의 불륜 의혹에 관한 발표가 먼저 나왔다.

<국민일보>는 12월 27일 자 1면에 "<빠리의 나비 부인>은 허구의 소설 무책임한 폭로 법적 책임 물을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정 씨를 직접 만났다는 이종찬 장로의 인터뷰와 정 씨가 이 장로에게 줬다는 사실 확인서를 토대로 보도했다. 이 장로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씨는 허구의 소설에 불과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한 이종근, 하상옥 등 일부 장로들에 분노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장로가 공개한 정 씨의 사실 확인서에는 조 목사와의 불륜 관계는 전혀 없었고, 장로들이 기자회견과 PD수첩을 통해 거짓을 폭로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나와 있다. 사실 확인서에서 정 씨는 기자회견을 연 관계자들과 PD수첩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출두 요청이 있으면 즉시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씨, "책 회수 조건으로 장로에게 돈 받아"

정 씨는 과거 책과 관련해 합의서와 협약서, 각서 등에 서명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거액의 돈은 조 목사에게 받은 게 아니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책이 출간될 무렵 교회 장로들이 정 씨를 찾아가 "책으로 인해 믿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목사님의 명예에도 좋지 않다"며 설득했다. 정 씨는 이후 책을 회수하는 조건으로 사업가인 장로에게서 돈을 받기로 하고 이 일을 장로들과 '비밀'로 약속했다. 그런데 정 씨는 장로들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뿐만 아니라 조 목사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고 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장로는 12월 22일 파리에서 정 씨로부터 책 <빠리의 나비부인>의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 확인서와 민형사상 조치를 위임하는 위임장, 신분증 사본을 받았다. 2003년 10월에 발간된 이 책은 1993년 5월부터 이듬해 4월 한국 방문 당시까지 이어진 한 대형 교회 목사와의 내연 관계를 상세히 담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상대가 조용기 목사라고 직접 밝히지 않는다.

파리의 오페라 가수가 자전적 성격의 책에 한국의 대형 교회의 목사와 불륜 이야기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정 씨는 책을 자신이 직접 쓴 게 아니며, 파리에 거주하는 이 아무개 씨가 대필했다고 밝혔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살았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책을 써 보라는 권유를 받아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 장로에 따르면 정 씨는 결혼을 못 한 한을 풀기 위해 서울의 한 대형 교회 목사와의 로맨스를 지어냈다.

▲ 정 씨와 조용기 목사가 함께 찍은 사진. 그러나 정 씨는 사실 확인서를 통해 이 사진은 네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찬 장로는 네 명이 같이 찍은 사진을 <국민일보>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제공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정 씨, 2004년 <일요신문>에 조 목사와의 불륜 제보?

그러나 9년 전 정 씨의 행적을 돌아보면 이 장로의 말이 진실인지 의문이다. 조 목사의 스캔들이 확산된 건 2004년 10월 <일요신문>의 보도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제보자가 정 씨였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11일, <일요신문>은 정 씨와 조 목사 간의 스캔들을 다룬 '나를 유혹해 놓고 추문 일자 모른 척'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정 씨의 주장과 <빠리의 나비부인>을 토대로 한 내용이었다. 정 씨는 자신이 조 목사와 같은 시기에 묵었던 호텔의 영수증을 보내는 등 취재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지 얼마 안돼 정 씨는 초상권 침해로 <일요신문>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출신인 심상기 회장(77·서울미디어그룹)은 지난 5월 출간한 <뛰며 넘어지며>에서 이 사안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다. 심 회장은 13년 전인 2000년 9월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국민일보>를 둘러싼 조 목사 일가의 족벌 운영 체제 등을 비판하는 건의문을 올렸다가 출교·제명된 장로 중의 한 명이다. (관련 기사 : "조용기 목사, 도적질 말라 설교할 수 있나")

"<일요신문>에 자신의 주장과 책 내용이 보도된 직후 그녀(정 씨)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면서 <일요신문>과 <우먼센스>를 상대로 각각 2억 원씩, 4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기삿거리를 제보해 놓고도 거꾸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아마 그녀가 <일요신문>에 소송을 낸 것은 교회 측과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였으리라 여겨진다. 신문에 기사가 난 만큼 교회 측으로서도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조 목사의 불륜 의혹을 폭로한 교바모 하상옥 장로는 <국민일보> 보도에 나온 증거와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장로가 공개한 사실 확인서는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교바모는 정 씨가 조 목사와 만난 시간과 장소를 적어 둔 자필 확인서부터 정 씨가 모 기자와 통화한 25분 분량의 녹음 파일 등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 장로는 필요하다면 추가 자료를 공개할 것이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방송에서 정 씨의 육성을 공개한 PD수첩 제작진은 정 씨가 왜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형윤 PD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에 공개된 육성은 일부라며 책 속 인물이 조 목사라는 걸 강조하는 내용이 더 있다며, 사태가 계속 진행되면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송이 허위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거나 소송을 걸면 추가 보도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 정 씨는 기자회견을 연 관계자들과 PD수첩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출두 요청이 있으면 즉시 귀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진은 11월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과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교회)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재정 비리 의혹과 조 목사의 스캔들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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