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7일 부천 경서교회는 원로목사 추대 예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목사는 당회장에서 은퇴했다. 사진은 홍재철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겠다며 교인들이 서약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명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의 원로 추대 예배에 세습 목사들의 세습 두둔 발언이 넘쳐났다. 12월 7일 부천 경서교회는 원로목사 추대 예배를 열어 홍 목사를 원로목사로 떠받들었다. 이 자리에서 홍 목사는 당회장에서 은퇴했다. 경서교회는 홍 목사가 당회장직을 맡고, 2010년부터 아들 홍성익 목사가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방식으로 변칙 세습 절차를 밟아 왔다.

추대 예배에는 세습에 앞장섰던 한기총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은 세습 스타일) 왕성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길자연 목사가 설교했고, 강남제일교회를 세습한 지덕 목사와 성남성결교회를 아들에게 대물림한 이용규 목사가 격려사를 전했다. 대표회장을 지낼 당시 세습을 두둔하는 성명을 냈던 이만신 목사도 홍재철 목사의 은퇴를 축하했다. 이외에 전 대표회장 이광선·엄신형 목사, 공동회장 김성광·김용도·이승렬·이영훈 목사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민주당 원혜영 의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치인도 내빈으로 자리했다.

▲ 세습에 앞장섰던 한기총 인사들을 비롯해 김무성 의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치인도 원로목사 추대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길요나 목사 위임 예배 때 홍재철 목사에게 설교를 맡겼던 길자연 목사는 '한물간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한때 이스라엘 백성의 사사로 이름을 떨치던 삼손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나서였다고 짚었다. 음녀 델릴라에게 현혹된 삼손이 눈을 뽑히고 연자 맷돌을 돌리는 신세가 된 것은 자신의 힘을 믿고 자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길 목사는 세상과 하나님, 두 가지를 겸하여 섬길 수는 없다면서 마귀가 우리를 쓰러뜨리려고 기회를 노리니 끝까지 조심하자고 조언했다.

순서를 맡은 이들은 대부분 홍재철 목사의 은퇴를 축하하는 데 집중했지만, 일부 인사는 세습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광선 목사는 "후임 목사를 잘 둬야 한다. 경서교회는 후임 목사가 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용도 목사는 "다윗은 솔로몬에게 나라를 물려주기 전, 국고를 충실히 준비했다. 다윗처럼 홍재철 목사도 잘 준비했다"고 했다. 지덕 목사는 "어제까지 미세 먼지가 가득했는데, 오늘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는 홍성익 목사에게 하늘 문이 열린 것과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만신 목사는 후임자에게 너무 간섭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경서교회 당회장으로서는 마지막이다. 후임자에게 교회를 맡기고 참견하지 않는 원로목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 홍 목사에게는 "후임자로서 원로목사의 자문을 잘 받으라"고 말했다. 홍재철 목사는 "32년간 함께해 준 교인들에게 감사한다. 후임의 목회에 관여하지 않겠다. 담임목사로서 잘 섬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사를 전했다.

홍재철 목사의 과거를 추억하는 회고사를 전한 김성광 목사는 은퇴 후에도 종북 좌파 세력 척결에 힘쓰자고 권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분열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그 안에 종북 좌파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을 없애는 데 앞장서자. 얼마 전 타계한 만델라 대통령이 95세를 살았다고 하는데, 홍재철 목사는 그보다 10년을 더 살며 훌륭한 일을 많이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익 목사의 위임 예배는 홍재철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 예배와 함께 진행되지 않았다. 예배 후 <뉴스앤조이> 기자를 만난 홍성익 목사는 "내빈이 많아 위임 예배를 함께 진행하기에는 너무 혼잡스럽다고 판단했다. 내년 1월 중에 위임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 변칙적인 방법으로 세습 절차를 밟고 있는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왼쪽)가 내년 1월에 세습을 완료한다. 오른쪽은 아들 홍성익 담임목사.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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