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조계종과 불교 시민 단체들이 정치·종교·학계 인사들을 초청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예수의 죄목은 내란 수괴였다. 예수를 따르는 우리가 제대로 목사 노릇 하려면 시국 발언하다가 사형받아야 한다. 시국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기독교를 모르는 무식한 소리다."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박창신 신부가 제기했던 문제는 국정원 대선 개입이다. 3·15 부정선거보다 엄청났다.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정부가 계속 은폐, 외면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성염 전 천주교 교황청 대사)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에서 종교가 떠나서는 안 된다. 고통이 있는 곳에 종교가 쓸모 없다면 종교의 존재 이유가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지만 종교는 언제나 고통 곁을 지켜야 한다." (도법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정부 여당과 보수 단체가 종교인들의 잇따른 시국 발언을 '사회 분열 요소'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기독교·불교·천주교 원로들은 시국 발언이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당연한 요구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 회의장에서 열린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성염 전 천주교 교황청 대사, 도법 스님은 한목소리로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세 종교 원로를 비롯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신경민 민주당 의원,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태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정치적 해석으로 시국 발언 본질 흐려"

▲ 왼쪽부터 성염 전 교황청 한국대사, 신경민 민주당 의원,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사회). ⓒ오마이뉴스 이희훈

토론회에서 인 목사는 "기독교의 구약성경 전체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이야기로, 목사가 설교를 하려면 사회 전반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며 "목사에게 사회에 대해 말 못하게 하는 것은 목사직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 목사는 "설교는 설교로 강론은 강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설교, 강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석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보기 : [동영상] 인명진 "예수님이 정치범, 기독교 시국 발언은 당연" <오마이TV>)

성염 전 대사는 "종교 지도자들이 호소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움직여 주면 우리나라가 훨씬 쉽게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그런데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붙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왜곡하는 여당을 향해 "우리 속담에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정치적 공격에 도움이 되게 말을 왜곡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 원로의 의견에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현대사를 봤을 때 사회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종교는 죽은 종교였다"며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은 논쟁거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다만 종교인의 발언 수위가 지나치거나 사실에 오류가 있을 경우에 신자, 신도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위원장도 "제가 여당 편이었다면 박창신 신부의 사퇴 요구에 화가 났을 것"이라며 "강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종북 몰이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박 신부의 강론은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과 북이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미사·예배에서 정치적 발언은 부적절"

▲ 왼쪽부터 홍성걸 국민대학교 교수, 도법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 김형태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오마이뉴스 이희훈

이에 반해 김재원 의원은 "사회적 갈등이 심한 경우에는 종교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시국 발언을 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미사·예배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거나 특정 정치 세력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 행사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종교인이 반대 세력에 저주를 퍼붓고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신의 대리인을 넘어선 것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성걸 교수는 "기본적으로 종교인들의 시국 발언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박창신 신부 강론에 대해서는 편향성을 들어 비판했다. 홍 교수는 "박 신부가 강론 초기에 말한 대통령 하야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서는 국가 안보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신부의 강론을 수없이 읽어 봐도 평화를 읽을 수 없었다"며 "박 신부는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수 /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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