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부정선거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이어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에도 시국 선언이 들불같이 번지고 있다.

기독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국 선언을 외치는 곳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기독교공대위)'다. 기독교공대위에는 고난함께, 교회개혁실천연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등 30개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이들은 11월 27일 연지동 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전까지는 국정원을 해체하라고만 요구하던 기독교공대위는 발언의 수위를 더 높였다.  

▲ 기독교공대위는 11월 27일 연지동 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올해 6월 구성된 기독교공대위는 국정원이 해체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매주 목요일 모여 기도회를 열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했다. 국정조사가 무위로 끝난 이후, 국정원 특검을 요구하는 화요 기도회를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했다. 검찰이 국정원의121만 건 트윗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지난주 보도되고, 정부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를 종북으로 몰자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고 기독교공대위는 판단했다.

기독교공대위는 부정선거의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관위가 선거법에 명시한 '수개표'를 하지 않고 헌법 1조를 위협하는 전산 개표를 했으며, 때문에 선거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국민의 선택권을 유린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에 침묵하던 현 정권이 이를 은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과 수사 검사를 자리에서 쫓아내고,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이들을 '종북 좌파'로 규정하며 척결 대상으로 여기며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목정평 전 회장 김성복 목사는 사실상 박근혜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 김성복 목사는 부정선거로 현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검찰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를 수사하려는 움직임도 비판했다. 성직자의 설교를 문제 삼는 행동은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도 시국 선언 행렬에 동참했다. 장신대 평학생회는 11월 26일 페이스북에 시국 선언문을 게재하고 29일까지 재학생과 졸업생의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180여 명의 학생과 신대원생이 동참했다. 이들은 "국가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을 때에 우리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과거 독재 정권에 재갈을 물리고 얻은 시민들의 자유가 다시 불의한 권력자들에게 돌아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동안 시국 선언을 했던 재야인사, 종교인, 대학생, 청소년, 시민 단체, 지식인 등과 신념과 종파적 교리는 다르지만 현 시국에 대해서 그들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장신대 학생들은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불온한 세력으로 규정하고 종북으로 모는 정치적 음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현 정권에게 요구했다.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선거의 수혜자이며 총책임자라며 현 시국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주문했다.

신학대 학생들의 시국 발언은 장신대가 처음이 아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8월 '국정원사태감신대대책모임'을 결성해 매주 수요일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9월 10일에는 국정원 사태를 신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총신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35명은 10월 29일 "국정원 선거 개입과 경찰의 축소 수사와 관련한 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계의 시국 선언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의평화기독인연대는 12월 6일과 12일에 시국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목정평은 1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금식 기도회'를 진행한다. 기독교공대위는 12월 25일 대한문 앞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연합 성탄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불교와 원불교도 움직인다.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1월 28일 승려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시국 선언을 준비 중이다. 현재 700여 명의 승려가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국 선언문에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관한 특검 도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참회 △민생 우선 정책의 시행 △극단적인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현 정부의 행태 중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원불교는 천주교 시국 미사에 대한 연대의 뜻에서 시국 토론회를 진행한다. 원불교 교무들은 11월 29일 전북 익산에서 토론회를 열고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8월 21일 원불교 교무 234명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선거운동을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법질서를 훼손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시국 선언을 한 바 있다.

한편 보수 기독교계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를 질타하고 나섰다. 11월 25일 한국장로회총연합회·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의회는 시국 성명서를 발표해 "국론 분열과 종북적 망언을 자행한 사제들은 종교를 이용한 정치 개입과 사회 혼란 선동 및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 정당화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했다. 26일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계는 설교라는 명분하에 편향되고 왜곡된 이념적 견해를 토해 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침략자를 옹호하는 언행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 대한 모독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적 언동이며 반역사적인 행태이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사제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사제단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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