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재정 횡령과 불륜 의혹,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과 초대형 예배당 건축 논란 등으로 교계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한국교회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일병목회연구소(박영선 소장)가 11월 21일 서울 잠실동 남포교회에서 연 특별 강좌에 참석한 150여 명의 목회자들도 그런 이들이었다. 이들은 비난받는 한국교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각자의 현장에서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심했다.

▲ 일병목회연구소가 11월 21일 서울 남포교회에서 교계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두고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강의를 맡은 박영선 목사는 욥기를 통해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을 해석했다. 당대에 완전한 자라고 평가받았던 욥은 '내가 잘하면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는 보응의 원리'에 익숙했던 사람이었다. 박 목사는 욥이 가진 재산과 건강이 사라지더라도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묻는 사탄의 도전에 대항해 하나님이 자신의 명예를 욥에게 걸고 욥에게 고난을 허락했다고 했다. 고통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 욥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내 보이신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욥에게 닥친 고난은 인과응보적인 사춘기 신앙의 틀을 깨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고 했다. 순진하고 단순한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는 것처럼 보응의 원리에 매여 있던 욥은 처참한 고난을 겪은 뒤 성숙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보응의 원리에 취해 있던 한국교회가 비난받는 현실을 맞닥뜨린 건 더 성숙한 교회로 성장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박 목사는 짚었다.

물론 한국교회가 욥처럼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윤리적 실추가 교회가 손가락질받는 주된 원인이다. 박 목사는 조용기·오정현 목사 때문에 한국교회가 욕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지탄받는 거라고 했다.

세상이 교회를 욕할 때 우리도 그들처럼 함께 비난하고 싶지만 그런 자세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에게 그만 관두라고 외치거나 조용기 목사가 죽어야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답이 아니다. 목회자들은 하나님이 이 상황에서 무얼 하시는지 주시하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 하는 고민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 박영선 목사는 조용기·오정현 목사 때문에 한국교회가 욕먹는 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에 지탄받는 거라고 했다.ⓒ뉴스앤조이 이명구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욥처럼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끌과 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해야 한다. 티끌과 재를 뒤집어쓰고, 다 타고 남은 것이 없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일하심을 묵묵히 믿어야 한다. 이 고비를 지나야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자녀로 성숙할 수 있다. 박 목사는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여 죽지 말자고 강조했다.

강의를 듣고 몇몇 참석자가 질문했다. 재정 비리, 윤리적 타락, 목회자의 성범죄 등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현실을 두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의 명예 실추로 인해 한국교회가 지탄을 받는 것인데, 한국교회의 현실과 욥의 고난을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박영선 목사는 물론 지적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지만 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평자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비난에 너무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같이 욕먹는 게 싫어서 사회가 내쏟는 비난에 동참하므로 '나는 그런 목사가 아니다'라고 분리하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교회에 쏟아지는 질타는 우리가 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욕먹는 게 당연하다."

목회자는 관료가 아니라고 박 목사는 정의했다. 부정을 저지르지만 않으면 되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 장부를 속이지 말라며 도덕성 회복을 부르짖는 것에 우선할 것은 신앙 회복이라고 했다. 도덕 수준이 높아진다고 교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도덕성 회복이 따라온다. 예수를 제대로 믿으면 윤리적인 삶은 기본이 된다고 말했다.

일병목회연구소는 예장합신 소속 목회자들이 박영선 목사를 중심으로 모여 성경 공부를 하는 13개 그룹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일병'은 박 목사의 호로, '하나의 떡'를 뜻한다. 보잘것없는 하나의 떡 같은 목회 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을 격려하려는 마음을 연구소 이름에 담았다.

▲ 몇몇 참석자는 재정 비리, 윤리적 타락, 목회자의 성범죄 등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현실을 두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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