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울교회에서 분가한 광교산울교회가 11월 17일 합신 신대원 강당에서 설립 예배를 드렸다. 이번에는 산울교회를 세우고 15년간 목회한 이문식 목사가 직접 분립 개척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산울교회(윤여길 목사)에서 분가한 광교산울교회(이문식 목사)가 11월 17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합신대)에서 설립 예배를 열었다. 지난 7월 합신대 강당에 둥지를 튼 지 4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는 광교산울교회 교인 100여 명과 산울교회 교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산울교회 교인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형제', '지체'라는 말이 두 교회 교인들에게는 더욱 피부에 와 닿았다.

광교산울교회는 산울교회에서 네 번째 분가한 교회다. 특이한 점은, 산울교회를 개척해 15년 동안 담임목사로 목회했던 이문식 목사가 직접 분립 개척해 나갔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네 번째 분립 개척은 담임목사가 직접) 지난해 8월 산울교회 당회는 이 목사의 분립 개척을 결의했다. 올해 7월 650명의 교인 중 73명의 교인들이 이 목사와 함께 분가했다.

▲ 산울교회 교인 200여 명이 광교산울교회 설립을 축하하러 왔다. 4개월 만에 만난 교인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광교산울교회가 분립한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문식 목사의 분립 개척은 일반 교인들은 물론 당회 장로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갑자기 담임목사를 떠나보내야 했던 교인들은 크게 상심했다. 담임목사가 안정적인 자리를 포기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교회 개척은 이 목사뿐 아니라 산울교회 교인들의 결단도 필요했다.

이 목사의 뒤를 이을 목회자를 세우는 일도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후임 목사 후보자 세 명을 두고 교인들의 의견이 갈라졌다. 15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담임목사와 헤어지는 슬픔과 후임 목사 청빙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교인들은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아픔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산울교회 교인들은 세 번의 분립 개척을 통해 "한 그루 큰 나무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숲을 이루겠다"는 이 목사의 목회 철학을 체화했다. 담임목사를 보내고 싶지 않지만, 점점 숲이 되어 가는 산울교회의 모습을 감사하기로 했다.

교인들은 후임 목사를 청빙하면서, 겸손하게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보다는 후보자들을 채점하듯 판단했던 태도를 회개했다. 이후, 산울교회 부목사로 7년, 선교사로 8년간 사역했던 윤여길 목사가 공동의회에서 95.7%의 지지를 받아 후임 목사로 청빙됐다. 다시 하나 된 산울교회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청빙위원장이었던 이강우 장로는 이번 일을 통해 교인들이 한층 더 성숙했다고 말했다.

▲ 홍정길 목사는 예수를 따르는 삶과 분립 개척의 좋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잘 전수하라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설립 예배 설교는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가 맡았다. 홍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한 위기는 예수를 따르는 삶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한흠·이동원·하용조 목사와 함께 나름대로 '제자 훈련'에 몰두했지만, 멋진 말과 프로그램만 있었지 정작 삶을 전수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예수를 좇아가라고만 했을 뿐, 내가 어떻게 예수를 좇아 살았는지 얘기하지 않았다고 홍 목사는 후회했다.

홍정길 목사는 하나의 큰 교회보다 작은 교회 여럿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야 '제자 훈련을 하는 교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교인들을 한 교회에만 모으다 보니, 건물이 커지고 이권이 끼면서 교회가 타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광교산울교회가 그리스도를 좇아가는 삶과 분립 개척의 좋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잘 전수하기를 바랐다. 

▲ 광교산울교회는 '생태 교회'를 지향한다. 이문식 목사는 생태적인 삶과 창조 신학 등을 교인들과 함께 공부하고, 자연 친화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광교산울교회는 창조·생명·상생 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생태 교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의 소유와 지배의 탐욕이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생태적인 삶과 창조 신학을 공부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제와 나눔, 에너지 절약 운동 등을 시작하고 좀 더 자연 친화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도 이 목사는 중요하게 여겼다. 가난한 자를 섬기는 일은,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섬기는 사람의 영성도 깊게 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광교산울교회가 직접 나서지 않고, 그 지역의 작은 교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고 지역의 작은 교회와도 상생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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