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11월 12일 입학 설명회를 열고, 2014년 1학기부터 개설하는 목회학 연구 과정과 기독교학 연구 과정의 개요를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또 하나의 신학교'는 만들지 않겠다. '또 다른 신학 교육'을 할 것이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김형원 원장)가 본격적으로 신학 연구 과정 모집에 착수했다. 느헤미야는 11월 12일 입학 설명회를 열고, 내년부터 개설하는 목회학 연구 과정과 기독교학 연구 과정의 개요를 발표했다. 설명회에는 30여 명이 참석해 각 과정의 목표와 특징, 기본적인 커리큘럼 등을 들었다. 느헤미야 연구위원들은 또 하나의 신학교가 세워진다는 걱정 때문에 시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느헤미야는 2014년 1학기부터 목회학 연구 과정(Pastoral Studies)과 기독교학 연구 과정(Christian Studies)을 설치한다. 목회학 연구 과정은 기존 신학교의 목회학 석사 과정(M.Div.)에 준하는 교육이지만, 느헤미야는 M.Div.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정식 학위를 주는 과정이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신학 교육과 다르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현실에 밀착한 신학을 추구해 온 느헤미야는 새로 만든 과정에도 이를 그대로 투영했다.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육을 지향하고, 복음주의 신학의 결과인 로잔 언약과 기독교 세계관 운동, 성서한국 운동을 지지한다. 인문학적 신학 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양식 있는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성서 자체를 철저하게 연구하는 느헤미야의 기본 정신이 있다.

목회학 연구 과정은 목회자 양성을 취지로 한다. 3년간 40과목 10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기독교학 연구 과정은 일반 교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적인 신학 교육이다. 2년간 30과목 7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두 과정 모두 1학년 때에는, 느헤미야가 일반 교인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독교학 입문 과정을 들어야 한다. 교과 과정은 느헤미야의 정신에 부합하게 성서학과 실천 신학을 강조했다. 과목은 다음과 같다.

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의 또 다른 특징은 인턴십과 멘토링이다. 두 과정 모두 현장 활동을 체험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는데, 기존 신학교에서 시행하는 '전도사' 목회 실습과는 다르다. 학기마다 희년함께·예수원·라브리 등 공동체,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성서한국 등 NGO, 대안 교회 및 특수 목회 현장을 3~6개월 동안 탐방·체험한다. 또 재학생들은 느헤미야 교수진 및 현장 목회자와 일대일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다. 한 사람의 사역자를 공동체가 함께 길러 낸다는 취지다.

교수진은 느헤미야 연구위원들과 몇몇 초빙 교수들로 구성된다. 구약학은 김근주 교수, 신약학은 권연경(숭실대)·조석민(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및 윤리는 김동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김형원(하.나.의.교회) 교수, 교회사는 배덕만 교수(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가 맡았다. 여기에 전성민 교수(웨신대), 박득훈 목사(새맘교회), 김응교 교수(숙명여대), 우종학 교수(서울대)가 초빙 교수로 함께한다.

느헤미야 목회학 연구 과정을 졸업하면 국제장로교단(IPC) 한국노회(방인성 노회장) 소속 목사가 될 수 있는 수련 과정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IPC는 라브리 공동체의 창시자인 프란시스 쉐퍼의 정신을 계승하고 복음주의에 기반을 둔 교단이다. 느헤미야와 IPC는 이달 안으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또 내년 초 창립하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과도 연계해, 인턴십과 졸업 이후 사역을 모색할 예정이다.

목회학·기독교학 연구 과정 모집 인원은 각각 15명이다. 등록금은 학기당 300만 원에서 반액 장학금을 적용해 150만 원 선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서류 전형 기간은 12월 10일~20일이며 그 후 면접이 진행된다. 연구위원들은 "느헤미야가 추구하는 '하나님나라 구현'과 '한국 기독교의 재구성'을 정말 원하는 사람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모집 요강은 느헤미야 홈페이지(www.nic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30여 명의 참석자들이 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의 목표와 특징을 들었다. 각 과정에는 '현실에 밀착한 신학 연구'라는 느헤미야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됐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억압적·폐쇄적인 신학교 현실, '다른 신학 교육'이 필요해

느헤미야는 입학 설명회에 앞서 '신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지난 10월 17일 '신학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에서 한 발짝 나아간 논의였다. 기존 신학교의 근본적인 문제와, 왜 느헤미야가 목회자 양성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 운영위원 남오성 목사와 김형원·김동춘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기존 신학교의 운영 구조와 그에 따른 폐해는 심각했다. 남오성 목사는 대부분의 신학교가 교단에 소속되거나 한 개인에 사유화되어 운영진에게 토를 달 수 없는 억압적인 구조라고 진단했다. 자연스럽게 신학은 폐쇄적이 되고, 교수들은 자기 검열하며 억눌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학문적 양심과 창의력이 사라진 신학교에는 결국 성공에 대한 욕망만 남는다고 말했다. 결국 신학교는 세속적 풍토를 따라갔고, 교육은 목회 현장과 멀어져 버렸다고 했다. 신학 교육의 실패는 목회자의 실패, 교인의 실패, 교회의 실패를 야기했다.

▲ 입학 설명회에 앞서 '신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현재 우리나라 신학교의 한계를 직시하고, 왜 느헤미야가 목회자 양성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왼쪽부터 남오성 목사, 김형원 교수, 김동춘 교수.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람들은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막상 '다른 신학교'가 필요하다고 섣불리 말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신학교가 있고 각 교단과 교파로 수없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느헤미야도 목회자 양성 과정을 준비한다는 게 알려진 후부터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하나의 무인가 신학교를 만들려 하나", "얼마나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결국 교단을 세운다는 것 아닌가", "재정적으로 준비는 되어 있나" 등등, 때로는 날선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원장 김형원 교수는 우려에 대해 조목조목 답했다. 이미 신학교가 많기는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다른 신학 교육'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느헤미야는 교단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여러 교단·기관과 제휴하는 형식으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교권과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독립해, 절대 '또 하나의 신학교'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느헤미야는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김 교수는 "누구도 100% 온전한 하나님의 일꾼을 길러 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느헤미야가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안을 깊이 고민했으니 최소한 한 걸음은 더 나아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과 약점이 많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고, 그 후에는 다음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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