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예배당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 예배'를 가졌다니. 어떻게 목사들이 신자들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예배를 "이런 짓"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들이 예배를 빙자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고, 하나님의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시켰으며, 목사 직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예배를 정치적 정략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만민이 기도해야 할 하나님의 교회를 강도의 굴혈로 만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와 인권유린을 일삼은 것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엄히 경계해도 시원치 않을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를 추모한다니 이것이 어찌 가당한 행위인가? 더구나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살아있는 권력이 되어 있는 이 때 이런 추모 예배를 갖는 것은 10살짜리 어린아이들이 들어도 권력에 기생하고 아부하는 기회주의자들의 행동이라 할 것이다.

박정희·육영수 종교는 불교

알다시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종교는 불교다. 국가기록원에도 불교로 기록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서구적 가치관을 추종하는 풍조를 지적하며 기독교를 여러 차례 비판했다. 또 국적 있는 종교를 강조하며 신라 불교 정신을 강조하며 불교계에 많은 지원을 했다. 그래서 불교계 일각에서는 매년 박정희·육영수 부부에 대한 추모법회를 열어왔다. 심지어 그의 고향 구미에서는 매년 박정희·육영수 내외를 위한 탄신제를 지내고 있고 이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근령씨도 참석해 왔다. 박근령씨는 부산 옥선사 등 사찰에 모셔져 있는 박정희·육영수 내외 영정 등을 찾아다니며 기도도 했다.

박근령 씨는 이외에도 2009년 통일교가 주최한 합동결혼식에 참석해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와 결혼식을 올려 사회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박근령씨가 이번 추모 예배를 주도하고 진행한 서울나들목교회(박원영 목사) 교인이고, 추모 예배에도 참석해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하니 참으로 가관이고 어처구니가 없다.

특혜와 동조가 증거라니

예배를 주도한 자들은 추모 예배의 이유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독교인이었고, 한국교회 발전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원영 목사는 "기독교 교인으로서의 박 전 대통령의 삶과 정치사상을 추억하고자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몇 가지를 증거라며 제시했다. 그런데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이 우리를 더 당황스럽게 한다.

이들은 그 증거로 박 전 대통령이 1966년 '국가 조찬 기도회'를 창립하고 참석함으로 한국 기독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데 공헌했다는 것을 첫 번째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가 박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인권유린을 묵인해 온 역사는 지금까지도 한국교회에 부끄러움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또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회관 부지인 정동 땅을 무상 제공한 것을 제시한다. 원래 정동 부지는 러시아 공사관 인근 땅으로 법적으로는 일반에 제공할 수도 없고, 빌딩을 지을 수도 없는 땅이었다. 당시 고 김준곤 목사는 정동 부지를 무상으로 받고 대신 대학교 내에서 반공운동에 전력하고,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치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결국 CCC가 받은 정동 땅은 당시 한국교회가 독재정권과 결탁하고, 불의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어려서 구미상모교회에 출석했고 그 교회 건축비의 대부분을 내고 군인들을 동원해 건축을 지원했다고 제시한다. 도대체 이런 것이 한국교회 발전에 무엇을 기여한 것이고 그것이 추모 예배의 이유가 된다는 것인가? 그렇게 보면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하고 독일 전체를 기독교 국가화했던 히틀러와 어려서 교회에 출석하고 신앙심 깊은 어머님을 기념해 교회 건축을 한 김일성도 추모 예배로 기념해야 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목사도 신자도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고 추모할 수 있다. 추모 예배를 그 가정에서 가족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누가 말리겠는가? 기독교인도 아니었던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며 예배당에 십자가 대신 그의 사진을 크게 걸고, 세우고 예배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성전을 우상숭배의 전당으로 만들었던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과 다름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추모 예배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나 SNS에는 신자/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욕설,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대형 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세습, 재정비리, 성범죄 등 끔찍하고 한심한 일들로 인해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비난과 비판을 듣고 있다. 그로인해 전도/선교의 문이 막히고 있는데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성과 개인적 유익을 위해 이런 짓까지 벌여서야 되겠는가?

어떤 분은 박 전 대통령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데 이를 기념하는 것이 무엇인 문제인가 항변한다. 올바른 역사적 관점으로 볼 때 이번 행사가 기독교단체나 교회에서 행한 기념행사라고 해도 그의 독재와 인권유린에 대한 원성으로 비난을 받을 것인데 문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교회에서 "추모 예배"를 드렸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해서는 안 될 행위이다.

아합 시대 시드기야 같은 자들

성경에 분열 왕국 시대 북이스라엘 11번 째 왕인 '아합'은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이방 신앙을 혼합하며 각종 우상숭배를 행한 왕이고,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군사독재를 행한 포악한 왕이었다. 그러나 북이스라엘 국가 입장에서 보면 아합 왕은 대단히 뛰어난 업적을 남긴 왕이다. 아합 왕은 정치적으로는 아람을 견제하고, 모압에게 많은 조공을 받고, 시돈 왕의 딸을 아내로 삼고 남유다 왕에게 자기 딸을 시집보내 주변 국가와도 외교적 안정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의 우상숭배와 포악함에 대해 엘리야 등 선지자들을 보내 질책하신다. 그러나 아합 왕은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아합 왕은 오히려 엘리야, 미가야 등 바른 말을 하는 선지자들을 가두고 핍박하고 죽이려 했다. 아합이 이렇게 한데는 아합 왕으로부터 재정적, 권력적 지원을 받고 있는 선지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400여 명이나 있었다.(왕상22장) 아합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사사건건 문제제기하고 반대하는 엘리야나 미가야 같은 선지자들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고 입만 열면 평화와 번영을 축복하는 400여 명의 선지자가 있는 것이 든든하고 믿음직 했을 것이다.

그런 거짓 선지자들의 대표격인 사람이 바로 '시드기야'다.(왕상 22:11) 시드기야는 자신에게 주어진 부와 권력을 믿고 바른 소리를 하는 미가야 선지자를 조롱하고 핍박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한다. 내가 볼 때 이번에 박 전 대통령 추모 예배를 진행한 목사들은 바로 이 시드기야와 같은 자들이다. 개인의 유익과 얄팍한 정치적 편협성을 가지고 하나님의 교회를 모독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지금은 비록 아합 왕이 건재해 자신들이 무언가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는 추상과 같은 것이며 심판은 받드시 임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 갈멜산에서 엘리야가 백성들에게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 머뭇머뭇 하려느냐?(왕상 18:21)"며 성공과 번영의 바알신앙과 공평과 정의를 따르는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 사이에 선택하라고 했던 것과 같이 이 혼탁의 시대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신앙과 삶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특별히 이번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추도 예배를 주도하고 참여한 서울나들목교회를 비롯해 광은교회, 성광침례교회, 수지영락교회, 신월중앙감리교회, 인천만민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잠실동교회 등의 성도들은 자신이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가 이런 짓을 못하도록 막던가 그런 교회를 탈출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어느 때까지 머뭇머뭇 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