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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을 읽다

거대한 규모, 화려한 외관…욕망이 투영된 건물

김은실   기사승인 2013.10.25  20: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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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건축에는 목회 철학과 공동체의 지향점이 드러난다.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에는 어떤 의미와 메시지가 있을까. ⓒ뉴스앤조이 김은실

30년 전 사랑의교회는 예배당을 세우는 첫 삽을 떴다. 몇 년 뒤 완성된 건물의 자태는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예배실을 과감하게 땅 아래에 짓고 땅 위는 마당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텄다. 마당은 자연스레 주민들의 이동 통로가 되었다. 이은석 교수(경희대 건축학과)는 이웃을 배려한 건축이라 평했다.

서초역 부근에 세워지는 사랑의교회 새 건물에서도 옛 건물에 담긴 정신이 언뜻 읽힌다. 예배실을 지하로 내려보내고 지상은 누구나 오갈 수 있도록 광장으로 꾸몄다. 건물 외관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각형 형태 대신, 중앙에 다리를 놓은 디자인으로 설계해 여백을 두었다. 무조건 많은 인원을 수용하려 지은, 장충체육관에 비견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보다는 나아진 상이다.

교회는 새 예배당을, 화려하지는 않아도 감동이 있는,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상징물로 만들겠다고 건축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오정현 목사는 한 건축 설계 사무소와 만난 자리에서 새 예배당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주는 건물이 되어야 하며, 사치스럽다는 인상이 아니라 예술적인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새 예배당의 엄청난 규모는 디자인이 주는 조형미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바로 아래서 올려다 본 건물은 거대한 유리 벽에 가까웠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그러나 새 예배당 곁에 서면 은혜와 조형미는 사라진다. 새 예배당의 남쪽 건물은 14층으로 최고 높이가 75m에 달한다. 북쪽에 있는 건물도 8층 높이다. 왕복 7차선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바라본 교회는 거대한 유리 벽에 가깝다. 공사장 주변에서 인터뷰를 시도한 20여 명 중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12명이 하나같이 꺼낸 첫 마디는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언덕에서 뒷짐을 지고 교회를 바라보던 박정순 씨(59)는 혀를 찼다. 교회가 왜 이렇게 크고 호화스러워야 하냐는 질책이었다. 박 씨는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대법원의 권위에 도전할 태세로 서 있는 교회에 불만을 표했다. 박 씨와 대화하는 중간에 끼어든 한 중년 여성은 "저게 뭐예요? 교회예요? 어머, 우리나라 왜 이럴까" 하며 스쳐 갔다.

사랑의교회가 육중한 몸체를 곡선으로 빚어도 중세 교회의 첨탑 이미지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정시춘 건축가(정주건축연구소)는 새 예배당을 중세 시대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같이 여겼다. 하나님의 영광을 핑계 삼아, 남의 교회보다 더 높이 짓고 싶은 욕망을 한껏 드러내던 중세 건축물과 같다는 것이다. 김광현 교수(서울대 건축학과) 역시 욕망에 가득 찬 건물이라 평가했다.

   
▲ 사람들은 유리로 된 새 예배당을 보며 대기업 본사를 떠올렸다. 사진 왼쪽은 삼성 본사 오른쪽은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유리 옷 입은 교회

새 예배당 겉면은 유리로 둘렀다. 대법원‧서초경찰서‧서울고등검찰청 등 각진 벽돌 건물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유리로 장식한 지상 공간은 어린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사용한다. 교회 건축위원회 관계자는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사회의 중심부를 바라보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호연지기를 기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밖에서도 안이 잘 보이는 소재로 교회가 사회와 소통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도 했다.

교회의 의도는 공감을 사지 못했다. 유리가 주는 차갑고 현대적인 느낌은 전통적인 교회의 느낌을 지워 냈고 자본주의와 돈을 생각나게 했다. 서초역 부근에서 근무하는 이상현 씨(31세)와 임영래 씨(31세)는 새 예배당을 보고 대기업 본사를 떠올렸다. 이들에게 사랑의교회는 도심에 선 대기업 빌딩, 여론의 뭇매를 맞은 몇몇 호화 청사와 닮은꼴이었다.

화려한 외형은 자연스레 건축 비용을 궁금하게 했다. 사치스럽게 짓지 않았다는 교회의 해명은 통하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공사장을 지나던 한 여성은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게 4000억짜리야 4000억!"이라 외쳤다. 쌍용건설의 본사로 착각하고 멋있다며 칭찬하던 60대 남성은 교회가 이웃을 돕는 데 돈을 써야지 이런 곳에 돈을 써야 되겠느냐고 눈살을 찌푸렸다.

   
▲ 유리 건물은 빛 공해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사랑의교회 건물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바라본 사랑의교회. (사진 제공 서울고등검찰청)

사랑의교회가 자랑스레 내놓은 건물이 야박하다 싶을 정도의 평가를 받은 건, 이웃을 배려한 흔적이 적기 때문이다. 유리 빌딩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해가 지는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 유리로 된 오목한 벽면이 쏘는 햇빛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등검찰청까지 닿았다. 눈부심을 견디기 힘들었던 검찰은 교회와 서초구청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 요청했다.

건축은 자기 존재의 증명이라고 한 김광현 교수의 말처럼, 예배당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 교회와 예수를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자, 그 자체로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이다. 정시춘 건축가는 "건축은 언어다. 교회 건물에는 기독교의 본질, 교회가 공공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는 사랑을 실천해도 자랑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사방으로 빛을 반사하면서 자신을 빛나게 하고 다른 사람 눈이 아플 정도로 과시하는 건물이 예수의 가르침에 어울리는가." 홍성태 교수(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의 일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연장 구조의 예배실

   
▲ 교회 건물의 핵심인 대예배실은 여느 대형 교회처럼 공연장 형태로 설계됐다. 사진은 사랑의교회 대예배실 평면도. ⓒ뉴스앤조이 김은실

유리 벽을 지나 교회의 핵심이라 할 대예배실에 다다르면 6000명이 동시에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커다란 공간이 펼쳐진다. 예배실 중앙에는 강단이 있고, 교인들이 강단을 중심으로 죽 둘러앉는다. 가운데서 바라보면 물결이 강단으로 흘러오듯 2층부터 1층까지 좌석이 길게 배치되어 있다. 강단 뒤에는 대형 화면과 현수막이 걸릴 예정이다.

공연장 같은 예배실은 목사의 영상이 점령한다. 박종환 교수(실천신대 예배학과)는 교인들이 한 시간 내내 중앙에 있는 목사의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 중심의 교회를 내면화한다고 지적했다. "종교 건축이란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라는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의 통찰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이웃들의 골목으로 자리 잡은 사랑의교회 마당에는 오정현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이 매주 모여 기도회를 연다. 기도회에서는 건축을 향한 비판이 이어진다. 많은 돈을 들여 시작한 교회 건축 덕분에 배려의 공간은 갈등의 공간이 되었다. 사랑의교회는 비판과 갈등 속에서 마당을 뒤로하고 유리 광장이 있는 새 예배당으로 다음 달 이전한다. 

* 참고 문헌
<교회 건축의 이해>(이정구, 한국학술정보), <아름다운 교회 건축>(이은석, 두란노), <건축을 꿈꾸다>(안도 다다오,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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