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신도 신학 교육에 집중했던 느헤미야가 M.Div. 과정을 개설한다. 느헤미야는 10월 17일 한국교회 신학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 보는 포럼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김형원 원장)가 신학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느헤미야는 10월 17일 '신학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포럼을 열어 우리나라 신학의 현 주소를 논했다. 발제 및 토론자로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황창기 교수(전 고신대 총장),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가 나섰다. 좁은 강의실에 70여 명이 몰려 북적댔지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진중했다. 포럼에 참석하려고 멀리 대전에서 속초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 발제자로 나선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가 현실에 밀착한 신학을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황창기 교수는 종말론에 대한 오해를, 강경민 목사는 목회와 동떨어진 신학 교육을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만열 교수, 황창기 교수, 강경민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개신교가 들어온 지 130년이 넘었지만 한국교회는 현실에 밀착한 신학 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에 자기 신학이 있는가"라고 자문하며, 양적 성장에 비하면 학적으로 상당이 뒤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남북이 분단된 우리는 왜 '평화 신학'이나 '통일 신학'을 발전시키지 못했나. 기독교라는 씨를 한국이라는 흙 속에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신학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신학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종말론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고 황창기 교수는 짚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나라를 죽은 다음에 가는 곳 정도로 인식해, 이미 진행 중인 재창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목회 현장과 동떨어진 신학 교육도 문제였다. 강경민 목사는, 신학생들이 학교에서 학문뿐 아니라 인격과 목회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신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단 신학의 폐쇄성을 완화하고, 지나치게 외국어를 강조하는 문화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포럼에는 70여 명이 몰렸다. 대전, 속초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포럼 내내 참석자들은 발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느헤미야는 신학 교육의 대안을 찾고자 11월 12일 다시 포럼을 연다. 이번 포럼이 우리나라 신학 교육의 현실을 드러내는 자리였다면, 다음 포럼에서는 신학 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이 포럼은 느헤미야가 내년부터 개설하는 목회학 (M.Div.equi.), 기독교학(M.C.S.equi.) 과정 입학 설명회를 겸한다.

느헤미야는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목회자가 변해야 한다며 2014년 1학기부터 목회학 과정을 설치한다. 원장 김형원 교수는 "4년 동안 평신도를 중심으로 교육에 집중해 왔지만 많은 한계에 직면했다. 병든 한국교회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목회자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기존 신학교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함께하는 연구위원들이 교단 신학교의 한계를 체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상과 소통하며 교회와 사회를 변혁하는 연구를 지향해 온 느헤미야의 정신은 목회학 과정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성경에 충실하되, 여러 교회나 NGO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문에만 그치지 않는 능동적인 신학을 강조한다. 교수진은 느헤미야 연구위원 김형원·권연경·김근주·김동춘·배덕만·조석민 교수 등과 몇몇 초빙 교수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간은 3년이다.

분열을 반복해 온 한국교회에 또 신학교가 생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느헤미야는 또 다른 교단을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열 교수는 "기존 신학교의 한계를 되풀이해 '또 하나의 신학교'가 나왔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너진 성전을 재건했던 느헤미야처럼 무너진 한국교회를 갱신하는 데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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