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조용기 목사가 10월 7일 오전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선 여의도순복음교회 전 총무국장은 "주식 매매는 조 목사가 지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조용기 피고인을 하나님 다음으로 섬겨 온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10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 안에서는 변호인과 참고인 간의 단답형 대화가 수없이 오갔다. 이날은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2차 공판 기일이었다. 형사 23부(조용현 재판장)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2002년 1월부터 2003년 9월 27일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총무국장을 역임한 김 아무개 장로가 참고인으로 나섰다.

김 장로는 조 목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망설임 없는 대답을 이어 나갔다. 2002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주식 매매는 조 목사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 때문에 교회가 153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해외 선교 등으로 조 목사가 교회 행정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공판장에는 조 목사,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비롯한 5명의 피고인과 변호인·기자·교회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관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공판은 오후 4시가 안 돼 끝이 났다.

▲ 배임으로 기소된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뉴스앤조이 이용필

2002년 12월 조 목사는 교회 재정으로 영산기독문화원(당시 조희준 이사장)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서너 배 이상 비싸게 사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장로의 진술에 따르면 조 목사의 결재에 앞서 당시 넥스트미디어홀딩스 차영 대표와 영산기독문화원 이사 박아무개 장로가 주식 매매 계약서를 들고 와 결재를 부탁했다. 넥스트미디어홀딩스는 교회가 주식을 적정가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게 사도록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로는 "박 장로가 '윗선에서 지시했다'며 결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장로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김 장로가 직접 조 목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다. 김 장로는 "주식 매매가 부당하다는 설명과 함께 교회가 어려우니 재고해 달라 했지만, 오히려 조 목사는 '조희준이 어려우니 결재해 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사실 평가도 안 된 주식을 8만 6000원대에 교회가 사들였는데, 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진술했다.

주식 매매는 조 목사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합작한 것이라고 김 장로는 주장했다. 조 목사 측 변호인이 "교회가 영리 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장로는 주식을 사고파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라는 게 그렇지 않나. 윗분들의 지시는 거의 받아들인다. 시시콜콜 뭐라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윗분이 누구냐는 질문에 "조 목사와 조희준 씨"라고 답했다.

김 장로는 검찰 마지막 조서에서 "(주식 매매 여부를) 피고인 조용기에게 직접 물었다. 조 목사는 '이미 합의된 내용이다. 그래서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 목사의 (주식 매매) 진위를 확인했다"는 소극적인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조 목사 측 변호인이 조서 변경에 대한 이유를 묻자, 김 장로가 작심한 듯 진술했다.

"제가 모시던 목사님이니 가급적 보호하는 차원에서 말을 안 했다. (그런데) 목사님이 검찰 진술에서 주식 매매 건은 '김 아무개와 박 아무개가 한 것'이라고 했다. 저와 박 장로가 교회 재산을 사고팔 만한 실력자는 아니다. 우리에게 떠넘기니 사실대로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3차 공판은 10월 21일에 열리며, 박 장로가 참고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 조용기 목사를 고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서울고등법원 입구 앞에서 시위 중인 모습. (사진 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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