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이단 규정에서 풀어 준 전도총회(다락방·류광수 목사)의 이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기총은 교단 간 연합 기관으로서 이단 해제를 주도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잘못을 시인하고 고치겠다는 류광수 목사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신학대 교수들은 2011년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을 인정한 한기총에 회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처음 34명으로 시작한 신학 교수들은 최근 전국 25개 대학의 201명으로 늘어났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고신은 9월 총회에서 다락방의 이단 규정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한기총의 다락방 이단 해제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한기총의 다락방 영입을 반대하는 신학 교수들도 2년 전 34명에서 최근 전국 25개 대학의 201명으로 불어났다.

다락방은 90년대 중반 배타적인 전도 운동과 신학적 문제로 예장합동과 통합을 비롯한 주요 교단 9곳(예장합동·통합·고신·합신·개혁·고려, 기독교대한감리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독교한국침례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됐다. 류광수 목사가 김기동 씨의 마귀론과 흡사한 내용을 가르치고, 다락방을 기성 교회보다 우월시하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주요 교단의 이단 규정에도 다락방 이단성 논란은 2011년부터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교단들의 연합 기관인 한기총이 직접 나서서 다락방을 두둔해 한국교회에 혼란을 초래했다.

다락방은 2011년 예장개혁과 통합했다. 당시 총회 신학위원회는 다락방에 이단성이 없다는 면죄부를 줬고, 대다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다락방을 전격 영입했다. 다락방은 같은 해 6월 예장개혁에 들어갔고, 예장개혁은 다락방을 받아들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갈라섰다.

▲ 한기총은 2011년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을 회원으로 인정했다. 주요 교단과 신학 교수들이 반발했지만, 한기총은 올해 1월 14일 다락방에 이단성이 없다고 선언했다. 2011년 대표회장으로 있었던 길자연 목사(오른쪽),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왼쪽). ⓒ마르투스 구권효

논란은 한기총이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에 회원권을 부여하면서 증폭됐다. 교단 연합 기관으로서 이단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할 한기총이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에 회원 교단 자격을 인정하고 회원 교단 증명서를 발급한 것이다. 반면 교단 분열을 감수하면서 다락방을 반대한 측에는 회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기총은 올해 1월 14일 다락방에 이단성이 없다고 선언했다. 작년 10월 다락방의 이단성을 조사하기 위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를 구성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진 검증 결과였다. 한기총 이대위는 다락방의 이단성 의혹에 대한 질의와 류광수 목사의 해명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주요 교단들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검증하는 것에 비춰 볼 때, 한기총 이대위의 다락방 검증은 졸속으로 이뤄진 셈이다.

▲ 한기총의 신학 검증에서 류광수 목사는 이단과 관련된 오해를 사과하고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단 검증에 따라야 할 후속 조치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류광수 목사는 2012년 12월 28일 한기총 이대위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이단과 관련된 오해를 사과하고, 잘못된 점은 지도를 받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요 교단들에 의해 지적된 문제들을 수정할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후속 조치 대신 광고를 했다. 당시 이대위 전문위원장이었던 김만규 목사는 자신이 발행하는 <기독신보> 3월 29일 자와 4월 12일 자에 연달아 류광수 목사가 당회장으로 있는 임마누엘교회의 광고를 실어 줬다.

주요 교단의 이단 전문가가 배제된 채, 다락방을 옹호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가 포함된 이대위 면면도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이대위 전문위원으로 발탁된 나용화 위원은 2011년 예장개혁이 다락방을 영입할 때 총회 신학위원장을 지냈던 인사다. 신학위는 2011년 4월 16일 '전도총회 류광수 목사의 신학적 문제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류광수 목사의 신학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남식 전문위원도 2011년 6월 21일 예장개혁의 다락방 영입 축하 예배에 참석해 격려사를 전했다.

이런 이유로 각 교단의 이단 전문가들은 한기총 이대위의 검증 작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형택 소장(합신이단상담소)은 교단들의 연합 기구인 한기총이 소속 교단들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다락방 이단 규정을 해제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교단들의 연합 기구가 반교단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이대위원장을 지냈던 최삼경 목사도 한기총의 신학 검증은 처음부터 다락방의 이단 규정 해제를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기간 류광수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박형택 대표회장)는 한기총 이대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세이연은 <복음편지>‧<현장복음>‧<기초메시지>‧<영접의 열두 가지 의미> 등의 다락방 양육 교재와 류광수 목사의 설교에서 주요 교단들이 지적한 문제들이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이연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류광수 목사가 여전히 김기동 씨와 유사한 마귀론을 가르치고, 다락방을 우월시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호 한기총 이대위원장은 다락방의 신학 검증은 이단사이비 규정집에 의해 절차대로 진행된 것으로 기간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3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절차를 준수했다는 것이다.

한기총이 이단 해제를 주도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교단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한기총은 예수를 부정하는 협의적 이단만을 검증한다고 했다. 다락방은 예수를 부정하는 협의적 이단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언제든지 다락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제기되면 재조사할 것을 명시했다고 답했다.

류광수 목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락방 관계자인 김 아무개 목사는 주요 교단에서 문제 삼은 용어인 '천사 동원권'과 '사단 결박권'은 이제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한기총 이대위에서 다락방의 모든 양육 교재와 녹취록을 검증했고,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성 교회를 비판하고 다락방을 우월시하는 내용의 가르침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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