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계 인사 20여 명이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함께 '회복을 위한 예배'를 열어 논란이 일었다. 참석자들은 사적인 모임인 줄 알고 갔다고 해명했다.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논문 표절로 6개월 동안 교회 강단을 떠났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주일예배로 돌아온 뒤 사랑의교회에서는 '회복을 위한 예배'라는 이름으로 교계 인사 20여 명이 모여 예배했다. 오 목사가 9월 22일 교회에서 사랑을 강조하는 설교를 한 지 사흘 뒤에 일어난 일이다.

예배는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가 준비했다. 정 목사는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가 회복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마련한 예배라고 했다. 한 참석자 말로는 예배 명칭이 처음에는 '오정현 목사의 회복을 위한 예배'였다가 항의를 받아 그냥 '회복을 위한 예배'로 수정했다고 한다. 예배는 오후 2시부터 40여 분간 진행됐고 오후 네 시까지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오 목사는 안수기도해 달라 요청했고 목사들이 둘러서서 기도해 주었다.

예배 참석자들은 오정현 목사에게 위로를 전했다. 한 참석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격려할 사람들만 왔고 그저 격려만 했다"고 한다. 대부분이 오정현 목사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거나 일하는 데 도움을 받은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을 도와준 데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찾아간 사람들도 있었다.

이 소식이 언론의 보도로 외부에 알려지자 많은 비판이 일었다. 교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오정현 목사를 위로하러 예배를 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실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신의 잘못으로 강단을 떠난 사람이 회개보다 모든 걸 사랑하라는 설교를 하며 돌아온 판에 교계 인사들이 나서서 응원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예배라는 형식으로 오정현 목사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목회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정현 목사의 기사를 보고 값싼 은혜와 참된 회개가 없는 용서 등이 떠올랐다며 우리가 곳곳에서 드리는 예배가 주님을 분노하게 하지 않길 빌었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를 중심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가능한 예배였다. 정성진 목사는 오 목사가 다시 목회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들으라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부족한 사람이지 불의한 사람은 아니며 사랑의교회는 오 목사가 떠나면 있을 때보다 100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움을 당한 사람을 돕는 의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김지찬 교수(총신대) 역시 사랑의교회가 연착륙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노라고 했다.

참석자 다수는 오정현 목사가 회개했다고 생각했다. 설교를 맡았던 박희천 목사(내수동교회 원로)는 "사람이 돌이키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오 목사가 돌이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범일 장로(가나안농군학교)와 정성진 목사는 오 목사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배에서 오정현 목사는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교회가 둘로 나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사랑의교회는 9월 29일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예배 소식을 전하면서 "사랑의교회가 한국교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기원한다"는 박용규 교수(총신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교계 인사들이 논란을 예상할 수 있는 자리에 편하게 등장한 것은 '지인들끼리 모이는 조촐한 자리'로 알았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기자들이 여럿 있어 자신이 생각한 모임과 달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박희천 목사도 기사가 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참석자 중 한 명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매우 화가 났었다고 토로했다. 오래 알고 지낸 오정현 목사가 부탁하기에 거절할 수 없어 참석하면서도 보여 주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막상 갔더니 자신이 생각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쓴소리도 있었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한 목회자는 그 자리에서 "6개월 자숙 기간이 끝났다고 고난이 끝난 거라 여기면 안 된다. 목회자는 고난을 안고 가야 한다. 새 예배당 입당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김범일 장로 역시 이 문제의 책임은 오정현 목사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품고 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참석자 명단이 틀려 혼란이 일기도 했다. 참석했다고 이름이 나갔던 조현삼 목사(서울광염교회),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원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등은 초대받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도 초대받았으나 다른 일정으로 가지 못했다. 권성수 목사(대구동신교회)는 교단 총회 때문에 예배 전 잠시 들러 인사만 하고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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