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마당은 작은 교회 박람회에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내걸었지만, 초점은 탈성장에 더 맞추었다. 일단 과속 질주를 하며 '속도위반 성장'을 한 한국교회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성경 어디에도 "가능한 많이 모여라", "교회당을 크게 지으라"는 얘기가 없지만, 한국교회는 너 나 할 것 없이 더 많이 모이고, 더 크게 지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몸집이 커진 일부 교회는 한국교회의 표상이 되었고, 교회를 키우는 데 성공한 목회자의 목회 방식은 유행처럼 번졌다. 그랬던 교회와 목회자들이 온갖 추문으로 한국교회를 욕보이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성장에 목을 매고 있다.

에른스트 슈마허는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으로 인간답게 살려면 성장지상주의를 버리라고 산업사회를 일갈했다.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권진관·방인성·이은선·조헌정)은 2013년 10월 19일, 성장지상주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라고 외치려고 한다. 50여 교회가 참여할 예정인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작은 교회 박람회)'가 그것이다.

이미 에큐메니컬 진영에는 민중 교회의 전통을 이어 오는 기류가 존재하고 있고, 복음주의 진영 안에도 최근 작은 교회 운동을 시작한 몇몇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주로 사회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모색해 온 생명평화마당이 박람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곳곳의 작은 교회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이유는 무얼까. 생명평화마당 김영철 집행위원장과 방인성 공동대표, 이정배 신학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올해 들어 사회 변혁에서 교회 갱신으로 운동의 무게 중심을 옮긴 그들의 시선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향해 있었다. 작은 교회는 그들에게 새로운 종교개혁을 가져다 줄 열쇠였다.

- 생명평화마당은 진보적인 신학자와 목회자들 주축으로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한 뒤 그 정신을 이어받아 태동했다. 이후 월례 포럼 등을 진행하면서 주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해 왔다. '작은 교회 박람회' 개최는 그런 활동 맥락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인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방인성 목사(방인성) / 생명평화마당에 교회위원회·신학위원회·사회선교위원회 세 위원회가 있다. 교회위원회 안에서 생명·평화적 교회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처음부터 대두되었다. 현실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계속 고민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올해는 교회 문제에 집중해 보자는 생각이 모여 포럼을 진행했다. '탈성장 시대의 교회', '대형 교회 신화를 넘어서'가 그것이다. (관련 기사 : 성장 멈춘 교회, 대안은 작은 교회 운동) 두 번의 포럼을 거치면서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은 교회들이 모여서 서로 격려하며 정보를 교환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생명평화마당이 이를 수용했다. 특별히 신학위원회가 관심을 많이 갖고 적극 참여했다.

이정배 교수(이정배) / 우리는 사회문제에 있어서 에큐메니컬 정신하에 진보적 입장을 갖지만, 교회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별을 두고 싶지 않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2013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리라 크게 기대했다. 그에 따라 교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체제 만들기는 실패했고, 기대는 무너졌다. 우리의 시선은 2017년으로, 우리의 화두는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이어졌다. '종교개혁은 계속 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다. 사회 변혁이 수그러들었다고 해서 우리도 수그러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세상이 다 변해도 안 변하는 게 교회라고 말하지만, 진보와 보수 함께 교회의 변혁을 꿈꾸면서 2017년을 카이로스의 시점으로 만들어 보자는 희망이 이번 행사에 녹아 있다.

김영철 목사(김영철) / 지난 대선을 통해 우리는 복지와 평화통일을 위한 2013년 체제를 만들려고 했지만 좌절됐다.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의 보수성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공동선언문 사태가 일어났다. (관련 기사 : WCC 공동선언문의 불편한 진실) 두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 생명평화마당은 2년간 지역 교회 탐방을 하면서 생명 평화 교회론을 축적해 왔다. 원래는 탐방했던 교회들이 모이려고 했다가 좀 더 이벤트화해 다양한 작은 교회들과 함께 하자고 해서 박람회를 준비하게 됐다.

▲ 방인성 목사는 예수 운동이 열두 제자, 초대교회 성도와 함께 일어났듯이 하나님나라 운동은 조화를 이루고 연대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연대할 수밖에 없는 작은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이번 행사는 '탈성장·탈성직·탈성별'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취지문에는 "이번 행사가 대형 교회를 비판하는 이념 투쟁의 형태로 비쳐지지 않길 바란다"고 쓰여 있다.

이정배 / 길게 볼 때 대형 교회와 대립 구도로 가는 건 교회 개혁 운동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선명성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능력이 없고, 게으르다고 보는 인식이 팽배하다. 도시의 대형 교회 등장이 산업화 시대의 농촌 붕괴를 떠나서는 설명이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마치 목회자의 크기가 교회의 크기와 같은 것처럼 여긴다. 기업 경영처럼 목회를 한 사람의 역량으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에, 목회자가 오만불손하게 되고 교회도 문어발식으로 넓히는 것이다. 목회자가 모든 걸 관리하다 보니 교회 안에 불협화음이 생긴다. 성장한 과실을 따먹으려니 아들 생각이 나고, 주변에 가신 그룹도 생겨난다. 대형 교회에서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기독교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소수의 대형 교회들로 인해 작은 교회의 성실한 목회자들이 실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김영철 / 누군가 한국교회의 성장은 '속도위반' 성장이라고 했다. 건전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게 아니라 과속 질주를 해서 다른 차들도 큰 피해를 보게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지시켜야 될 상황이다.

- '성장 자체가 무슨 문제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복음이 살아 있는 교회는 자연스럽게 양적으로 성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배 / 오늘날 교회의 행태는 자본주의 성장 구도와 맞물려 있다. 한쪽에선 수천억을 들여 교회당을 세우고 한쪽에선 지은 지 얼마 안 된 교회당이 수백억 빚으로 경매장에 나온다. 뭇 교단을 막론하고 전체 교회 중 70~80%가 미자립 교회일 정도로 교회는 양극화됐다. 이런 기독교를 건강한 기독교, 성서적 기독교라고 할 수 있나. 현재 한국교회의 존재 형태가 자본주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인성 / 복음이 없어 교회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건 위험한 논리다. 하나님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외치고 살아 내는 교회 공동체가 과연 자본주의 사회가 얘기하는 것처럼 무한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논리는 작은 교회에서 진실한 목회를 하려는 목회자들에게는 큰 상처를 준다. 성도나 목회자 모두가 속게 되는 아주 위험한 사고이다. 도시 교회의 성장 형태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키우며 성숙과 동반해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은 대형 교회 목회자들도 인정할 것이다.

성숙이 동반하지 않은 성장, 제자 만들기에 실패

이정배 / 성장의 반대는 성숙이라는 가치다. 성숙은 뭔가. 나는 본회퍼가 떠오른다. 그는 제자가 부재한 교회를 향해 기독교를 이념과 신화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성장과 성숙을 얘기하면서 예수의 제자를 만들지 못했다. 예컨대 기독교인들이 교회가 전하는 축복, 성장, 불가능은 없다는 복음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 생활, 경제인 활동을 하는 중에 기독교인 비율을 훨씬 넘는 형태로 각종 부정한 일에 연루됐다. 이렇듯 기독교를 이념과 신화로 만들어 가는 걸 단절해 내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예수의 제자를 만들어 내자는 게 탈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유다.

김영철 / 탈성직과 탈성별도 함께 내세웠지만, 이번 행사 초점을 탈성장에 더 맞추었다. 평신도 위주의 교회 공동체, 여성들의 민주적 참여 질서를 강조하겠지만, 일단 사고 위험이 큰 과속 질주를 정지시켜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지 않겠나.

방인성 / 사실 세 가지는 서로 맞물린다. 탈성장이 외부적 기치라면 탈성직과 탈성별은 내부적 기치다. 한국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싱글 리더십을 가진 주도적 인물이 성직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독주하는데, 이는 무분별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교인과 목회자를 구분한 것은 신학적으로도 개신교가 해선 안 될 일이다. 여성이 교회에 제대로 세워졌다면 어머니 같은 마음, 생명을 보듬고 잉태하고 해산하는 마음이 있었을 테고, 그랬다면 교회가 무한 성장주의로 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무분별한 성장을 막기 위해서도 여성이 제대로 교회 공동체 안에 자리 잡는 것은 중요하다.

이정배 / 개신교는 종교개혁 원리 가운데 '오직 믿음', '오직 은혜'는 너무나 강조하고 지키는데, 만인제사장직은 잘 지키지 않는다. 앞의 두 원리는 과해서 탈인데 나중 것은 지나치게 미흡하다. 종교개혁 정신에서 너무나 후퇴한 것이다. 개신교는 가톨릭만큼이나 평신도와 목회자의 위계가 강화되는 듯하다. 중세 면죄부보다 더 타락한 게 개신교 성직자의 은총독점주의란 말이 있다. 성직자가 하나님의 은총의 대리자처럼 이해되다 보니, 평신도와 목회자 사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신학적으론 말이 안 되지만 교회 현실은 철저히 목사에게 의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개혁 500주년과 연결해서 평신도가 얼마만큼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에 참여하는 교회 중에 평신도가 중심에 선 교회도 있다. 그런 사례를 보며 평신도와 목회자가 어떤 관계를 갖고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영철 목사는 산업사회 패러다임이 끝나고 개신교인 수가 급감하는 시점에 교회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 그런 역할을 해 왔고, 할 수 있는 작은 교회의 교인들이 긍지를 갖게 되길 기대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교회와 기독교인이 사회문제의 중심에서 손가락질받는 시대여서, 감히 '교회가 희망이다'라고 말하기가 남우세스러운 현실이다. 작은 교회는 왜 희망인가.

김영철 / 필연적으로 오는 시대적 흐름이 있다. 2020년에 개신교인은 400만으로 줄어들어 가톨릭에 추월당할 거라고 한다. 가톨릭이 국정원 사태에 각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교황청의 지시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사회와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건 개신교의 현실이 7년의 풍년이 끝나고 7년의 흉년이 찾아온 요셉 당시의 애굽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호흡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거 일부 교회가 지역과의 호흡 없이 대형화할 수 있었던 건 산업사회 패러다임 때문이었다. 이제 그 패러다임은 거의 끝나 간다. 사회적으로 마을 공동체 형성에 기여했던 초기 한국교회의 전통으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주체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

방인성 / '교회가 희망이다'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몸이 교회이니 '예수 그리스도가 희망이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종교적 집단이 희망이라고 보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행보가 희망이 되는 것이다. 작은 교회란 생명과 평화를 담보하는 걸 의미한다. 정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면, 비대한 교회에 진정한 생명력이 있을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팍스로마나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그리스도가 준 평화는 그에 반대되는 것이다. 예수 운동은 열두 제자, 초대교회 성도가 함께했다. 하나님나라 운동은 조화를 이루고 연대할 수밖에 없다. 사방에서 사람을 끌어모은 큰 교회는 지역사회와 동떨어져도 되지만, 작은 교회는 지역으로 들어가 연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교회를 희망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역과 호흡하는 작은 교회의 등장, "시대적 과제"

김영철 / 작은 교회는 능력이 없어서 작은 게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자기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경제적 흐름이나 마을 공동체 운동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형태가 작은 교회다. 작은 교회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혜를 교환하면서 어려움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작은 교회 박람회의 시대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작은 교회의 필요성은 어느 교단도 공감한다. 그래서 시대적 흐름 속에 나타나는 필연적 과제라고 본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작은 교회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걸 보편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배 / 말씀하신 대로 작은 교회는 도시 대형 교회보다 지역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또한 작은 교회는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작은 규모이기에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으나 각자 특화시킬 수 있는 것(카리스마 공동체)이 있는 까닭에 다른 공동체와도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듯 교회들은 저마다 특수한 언어를 사용하며 특별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 하지만 특수한 방식, 특별한 종교적 언어만을 강조하면 그 공동체는 협소해지고 세상과 불통한다. 예컨대 구원, 영생, 하나님의 나라라는 언어를 교회가 사용하지만 이것들이 생명과 평화라는 현실의 구체적 가치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위해 작은 교회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대형 교회는 세상에 함몰된 삶의 양식밖에 보여 주지 못한다. 교회가 이 세상을 넘어서는 삶의 양식을 보여 주어야 함에도 말이다. 우리 스스로 개편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라도 교회가 재조직되고 재편될 날이 곧 올 거라는 게 종교사회학자들의 지적이다.

- 이 교수님께서 이번 박람회 취지문에도 쓰셨듯이 제도권 교회를 탈피해 대안을 추구해 온 교회는 그동안 기독교 대중의 마음을 사기 어려웠다. 작은 교회 박람회가 이런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까.

방인성 / 목회자가 되려는 신대원생들은 그들 모두가 대형 교회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선망할 따름이다. 대형 교회는 가난의 시기, 독재 시기를 벗어나 갑자기 경제성장을 한 것과 맞물려 탄생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지속될 수 없다. 냉철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형 교회가 얼마나 남을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도 대형 교회는 5%뿐이다. 목회하는 신학생들에게 대안적 작은 교회를 통해 연대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게 주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라고 깨우쳐 주고 싶다.

김영철 / 신대원생들, 현실 교회에 실망해 교회를 떠난 소위 '가나안 성도', 의미 있는 공동체를 찾고 있는 사람들을 이번 박람회에 초대하고 싶다. 그러나 먼저 작은 교회 교인들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유익을 얻었으면 한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작은 교회 교인들이 열패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작은 교회에는 신학이 있고, 큰 교회에는 경영학이 있다"라고 말하더라. 목회란 하나의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교회 교인들은 새로운 시대의 과제를 감당할 주역이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교단에서 작은 교회 대상으로 세미나를 많이 하는데 여전히 초점이 교회 성장에 맞추어져 있다. 산업화 시대에 대형 교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을 일부 인정한다. 이제 그 동력은 사그라지고 있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자각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교회를 섬기면서, 새로운 교회를 추구할 힘을 작은 교회 교인들이 가져야 한다.

이정배 / 작은 교회에 가면 어떤 역할을 맡을 거라는 부담 때문에 기피하고 큰 교회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는 공동체 구성원이 아닌 익명의 존재로서 명색이 기독교인으로 살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뚫고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며 작은 교회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외롭고 처절하게 걸어왔는데, 이 모임에서 '아!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이 있구나. 서로 연대할 친구들이 있구나!'라며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우리의 책임은 작은 교회를 이끄는 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서로 비전을 나누고 격려하는 모임도 자주 마련하면서 작은 교회가 저마다 카리스마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방인성 /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은 유대 땅, 그중에서도 갈릴리 소외된 변방에서 벌어졌다. 지역에서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소박하게 자기 은사를 가지고 사회와 소통하며 성도들을 제자로 키워 내는 운동이 바로 하나님나라 운동이다. 이런 하나님나라 운동의 정체성이 작은 교회에 담겨 있다. 작은 교회 운동은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배워 가는 매우 귀한 운동이다.

▲ 이정배 교수는 대형 교회는 세상에 함몰된 삶의 양식밖에 보여 주지 못한다며, 세상과 소통하며 생명과 평화라는 현실의 가치와 만나기 위해 작은 교회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 사이에 상존한다. '작은 교회'라는 구호가 신학적 차이를 보이는 두 그룹에 접촉점과 관계망을 제공할 수 있을까.

김영철 / 교회2.0목회자운동이나 일하는예수회 등 작은 교회 운동을 펼쳐 온 기존 단체들이 있는데 왜 생명평화마당이 이 모임을 주도하게 됐을까. 기독교사회포럼과 같은 행사는 있지만, 실제로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이 함께 구성한 단체는 없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는 교회가 약 50곳인데, 20곳가량이 복음주의 쪽 교회이고 30곳가량이 에큐메니컬 쪽 교회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교회 갱신 운동을 펼쳐 온 교회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회 개혁 이슈에 천착하면서 노하우를 많이 쌓았더라. 작은 교회가 나아갈 건전한 방향을 모색하며 공동으로 실천할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정배 / 양 진영이 연대해서 이 행사를 하는 게 보기에 참 좋다. 복음주의에는 근본주의 요소가 있는데, 근본주의는 뿌리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에큐메니컬은 연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양 진영이 만난 것은 '뿌리로 돌아가서 연합한다'는 말이다. 본회퍼는 당시 교회를 향해 예수의 제자로 살려면 가진 것을 다 팔아 사회에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한국교회는 상대적으로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가능하면 조직도 헐겁고 유연하게, 가진 것도 적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도 예수님처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티핑포인트>(말콤 글래드웰, 21세기북스)라는 책이 있다.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규모가 150명이라고 나온다. 후터파 공동체는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어김없이 분리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 중에 150명보다 적은 교회가 많지만, 적어도 그 이상이 되면 분가해야 한다. 그때 교회가 사회와 교감할 수 있고 공동체로서의 교회도 가장 활성화된다. 그런 근본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우리의 제도를 새롭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걸 양 진영이 모여서 보여 줘야 한다.

방인성 / 신학적 차이는 분명하다. 깊이 들어가면 정서적·문화적 차이도 있다. 요즘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더 이상 한국교회를 이대로 놔두면 심각해진다는 움직임이 있다. 양 진영의 만남은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관심에서 성사됐다고 본다. 역사 속에 사셨고,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셨고, 죽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을 한반도 땅에서 재현해 보자고 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복음주의 진영은 교회 개혁 운동을 활발히 했지만 시야가 너무 교회 안에 국한됐다. 에큐메니컬 진영은 교인들의 고통과 교회의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이번 만남을 통해 복음주의 진영은 교회 안에 매몰되기보다 좀 더 시야를 넓히고, 에큐메니컬 진영은 교인들이 뭘 고민하는가, 사회운동을 벌여 온 지도자들이 교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는지 돌아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 이밖에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무엇일까.

김영철 / 한 교회도 의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내부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래서 준비 과정이 더 힘들었다. 참여 교회마다 부스를 차려 자기 교회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이 시대에 제대로 된 교회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해 한국교회에 생긴 정체 현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해소되길 바란다. 대화 마당에서는 '작은 교회는 교회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작은 교회의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나'를 두고 사례도 듣고, 토론도 할 것이다. 젊은 세대와 중견 세대가 만나 새로운 교회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올해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교회론, 즉 생명과 평화의 교회론을 만드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방인성 /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다양한 교회가 모이는 것이다. '교회' 하면 대강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 건물에 많은 수가 모여 비슷한 형식의 예배를 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는 전문인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 건물이 없는 교회 등 각기 다양한 특색을 가진 교회가 참여한다. 그래서 교회라는 게 딱딱한 조직이나 건물이 아닌 유기적 생명 공동체, 은사 공동체임을 보여 주는 장이 될 것이다.

이정배 / 걱정되는 것도, 기대되는 것도 있다. 우리가 참여 교회를 선정하느라고 애쓰긴 했는데, 혹시나 우리보다 그 교회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처럼 평가받는 교회가 있다면 우리의 취지가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앞으로 계속 이 모임을 지속하고 키워야 하는데, 재정이 탄탄하지 못해서 자기모순에 빠질까 하는 점도 걱정이다. 작은 교회 운동하면서 큰 교회에 손 벌리면 안 된다. 좋은 뜻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모임에 참여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동력이 붙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두 번째 종교개혁'이란 기치로 2017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신학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루터의 종교개혁 신학의 한계를 말했던 신학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종교개혁이 한국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란 소망도 가져 본다.

방인성 / 단지 행사만 치루고 말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성서적 기반을 찾아서 새로운 신학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박람회에 앞서 9월 24일에 신학 심포지엄을 한다. 참여 교회들이 행사 전에 먼저 모여 신학적으로 검증을 하고, 결단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갖는다. 앞으로도 우리 모임은 한반도 땅에서 성서가 얘기하는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는 과연 한반도 땅에서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가라는 교회론 찾기가 될 것이다.

생명평화마당이 10월 19일 열리는 "2013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준비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합니다. 주제는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이고 9월 24일 저녁 6시 30분부터 감신대 웨슬리관 1세미나실에서 열립니다.

2013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

일시 : 2013. 9. 24(화). 저녁 6시 30분~9시
장소 :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관 1세미나실
주관 : 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회
순서

1부(발제)
- 사회 : 이은선 교수(생명평화마당 신학위원장, 세종대)
- 발제자 :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무교회주의의 교회 모델"
               홍인규 교수(백석대), "신약성서의 교회 모델-가정 교회 모델"
               이정배 교수(감신대), "한국적 교회 모델"

2부(토론 및 박람회 오리엔테이션)
- 사회 및 진행 : 김영철 목사(새민족교회, 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 기사연 부원장)
문의 : 010-7770-9494(김영철 집행위원장), 박재형 사무국장(010-6432-8063)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

일시 : 2013. 10. 19(토). 오전 10시~오후 5시
장소 : 감리교신학대학교
주제 : "작은 교회도 희망이다!"
주최 : 생명평화마당
주관 : 2013생명과평화를일구는작은교회박람회준비위원회
후원 : 감리교신학대학교, <뉴스앤조이>, CBS
문의 : 010-7770-9494(김영철 집행위원장), 박재형 사무국장(010-6432-8063)

 

▲ 생명평화마당이 "2013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교회 박람회"를 10월 19일 감신대에서 개최한다.
▲ 작은 교회 박람회를 준비하는 "2013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이 9월 24일 감신대 웨슬리관 1세미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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