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97회기 임원회는 강북제일교회 앞에서 끝까지 무기력했다. 총회 임원회는 9월 2일 강북제일교회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를 사실상 해산했다. 총회 임원회는 강북제일교회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임원회는 올해 2월 평양노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습전권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강북제일교회 당회가 정상 활동이 어려우니 총회가 위원회를 통해 개입하자는 취지였다. 일부 교인이 정치 목사들의 개입을 우려해 당회가 처리하도록 해 달라고 청원했으나 기각됐다.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자 인적 구성이 문제였다. 강북제일교회 관련 재판에 참여한 박진우 장로와 장세준 목사가 수습전권위원으로 선정되면서 갈등이 생겼다. 현재 교회에 남아 싸우고 있는 교인 중 당회 측은, 두 사람이 이전 사건에 연루되었으므로 위원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총회 헌법위원회도 두 사람은 수습전권위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갈등이 심각한 교회 사정이 알려지자 이들을 대신해 들어갈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수개월 교착 상태에 있던 수습전권위를 움직인 사람은 손달익 총회장이었다. 손 총회장은 8월 10일 갑작스레 임원회를 소집해 박진우 장로와 장세준 목사를 수습전권위원에 임명했다. 당회 측 교인들은 항의했다. 박진우 장로와 장세준 목사가 교회를 점거한 하경호 집사 측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었다. 당회 측은 하경호 집사가 손 총회장의 교회 앞에 8월 한 달간 집회 신고를 하자, 손 총회장이 압박을 느끼고 내린 결정이라 추측했다.

당회 측은 임원회 결의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고 9월 2일 임원회가 소집됐다. 임원회는 문제가 된 인사들의 임명을 취소했다. 결국 수습전권위는 간판만 만들고 임원회와 함께 임기를 종료하게 됐다.

수습전권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촌극은 강북제일교회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97회기 임원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지난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강북제일교회에는 신천지 논란, 황형택 목사의 당회장 지위 확인 등 교회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97회 총회 임원회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강북제일교회 문제는 98회 총회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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