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기 목사(예수인교회)가 선거 규정 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 목사는 지난 8월 23일 열린 전국 호남인 대회에서, 개정안이 총회의 권위를 무색하게 하고 총대들의 여론을 등졌다고 지적했다. 선거 규정 개정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민 목사가 처음이다.

민 목사는 수년간 총회 석상에서 소신 있고 설득력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현재 GMS 부이사장과 총신대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 공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선거법 개정에 무엇이 잘못됐고 총회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8월 30일 예수인교회에서 민 목사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 보았다.

- 이번 선거 규정 개정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민찬기 목사가 총회 결의를 무시한 선거 규정 개정에 일침을 놨다. 민 목사는 97회 총회 결의를 살려 임원 선거를 치르는 것이, 문제가 있는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회 결의를 무시한 것이다. 실행위원회와 선거법개정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권한 밖의 일을 했다. 97회 총회는 절충형 선거제도를 잘 시행할 수 있도록 세칙을 정리하라고 했을 뿐인데,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선거 규정 자체를 건드렸다. 총회 석상에서 한 결의를, 어떤 위원회에서 임의로 바꿔 시행하면 안 된다.

총회 결의를 무시했다는 것은 총대들의 민의를 저버렸다는 말과 같다. 총회 임원 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를 추가한 것은 다수의 총대들에 의한 결의다. 교단 대표의 리더십 문제에 아픔을 겪은 총대들이, 적어도 그 정도의 검증은 필요하다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총대들의 여론을 무시한 채 현 개정안대로 임원이 선출된다면 총회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 세례 교인 수 제한을 두면 입후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피선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럴 만한 소지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우리는 총회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자기 목회는 소홀히 하면서 총회 정치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 사는 소위 '정치꾼'들이 많다. 거의 매일을 출근하듯이 총회 회관에 출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목사들의 교회는 어떨까. 정치꾼들이 총회를 장악할수록 교단 개혁의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 임원 자격에 세례 교인 수 제한을 두는 것은 최소한의 목회적인 검증 차원이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이 조항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안건을 상정해 다음 총회에서 논의하는 게 정상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실행위·선관위·선거법개정위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처리했다.

- 선거법 개정이 잘못됐다면, 98회 총회 현장에서 어떻게 임원 선거를 해야 하나. 총회 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개정안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98회 총회 현장에서 개정안의 불법성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선거는 반드시 97회 총회 결의를 살려서 치러야 할 것이다. 이미 확정된 후보가 총회 결의에 위배된다면, 현장에서 다른 후보를 추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설사 임원 선거가 하루 늦어지더라도, 총회 결의를 제대로 지키는 것이 문제 있는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낫다.

너무 파격적이고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어떻게든 망치만 두드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선거를 강행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발언하려 하면서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또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을 자행할 것인가. 하지만 그런 모습을 피하자고 틀린 것에 수긍하며 지나가면 안 된다. 잘못을 발견했을 때 되짚고, 고치고 넘어가는 게 건강한 공동체라 믿는다.

총회 정치권은 항상 여론을 등에 업는 데 실패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얄팍한 꼼수를 쓰기 때문이다. 총대들 중에는 순수한 목사·장로들이 많다. 그들은 총회가 잘못된 쪽으로 가면 분노하고, 바르게 간다면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그런 총대들의 뜻을 무시하고 총회 임원이 선출된다면, 그 지도부가 어떻게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으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나. 총대들은 그 자리에서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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