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한흠 목사의 3주기를 추모하는 예배가 9월 2일 안성수양관에서 열렸다. 추모 예배에는 1000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오정현 목사는 이 상을 시상할 자격이 없습니다!"

고직한 선교사가 강단 위로 뛰어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은보상을 시상하기 위해 올라온 오정현 목사는 당황한 기색 없이 고 선교사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고 선교사는 순식간에 교역자들에게 둘러싸여 강단 아래로 끌려 내려졌고, 오 목사가 강단 위에 마이크를 잡고 홀로 섰다. 고 선교사를 향한 야유와 오 목사를 향한 박수가 동시에 쏟아지며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은 소란스러웠다. 9월 2일 열린 고 옥한흠 목사의 3주기 추모 예배에서 벌어진 일이다.

추모회는 어두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한기수 장로가 도덕성이 떨어진 교회의 모습에 눈물 흘리며 기도할 때 수양관을 가득 채운 1000여 명의 참석자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수염을 기르고 나타난 오정현 목사는 눈을 감거나 바닥을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오 목사와 나란히 앉은 유가족은 눈물을 훔치며 정면을 응시했다.

▲ 유가족과 오정현 목사 부부는 나란히 맨 앞 줄에 앉았다. 사진 왼쪽부터 옥한흠 목사 장남 옥성호 집사, 옥 목사 부인 김영순 사모, 오정현 목사 부인 윤난영 사모, 오정현 목사. ⓒ뉴스앤조이 한경민

고 옥한흠 목사의 설교 '눈물의 경고'가 상영될 때는 옥 목사가 살아난 듯했다. 구원을 쉽게 파는 교회와 예수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교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교인들은 옥 목사가 강단에 서 있는 듯 엄중한 경고에는 아멘으로, 가벼운 농담에는 웃음으로 답했다. 설교가 끝나고 이어진 기도에서 교회와 강단의 세속화를 언급하자 교인들 사이에서 "주여"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멘' 소리가 가장 크게 나온 시간은 김효은 은퇴 장로가 추모사를 발표할 때였다. 김 장로는 옥한흠 목사님이 흠이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신을 낮추는 분이라서, 자신의 의견을 반대하는 장로들을 묵사발로 만드는 다른 대형 교회 목사와 달라서 존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옥 목사가 지금 이 교회에 있었다면 예수님이 주신 방법으로 한 방에 문제를 해결했을 거라 확신했다. 누군가 목청껏 "아멘 아멘 아멘"을 부르짖었다.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자신의 건강, 가족을 돌보지 않고 목회한 옥 목사를 추억하며 눈물 흘릴 때 교인들의 흐느낌도 커졌다. 이어 옥 목사 아내인 김영순 사모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살자는 말로 인삿말을 마무리했다.

▲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로 교회가 갈등을 겪는 터라 추모 예배 분위기는 많이 무거웠다. 도덕성이 타락한 교회 현실을 한탄할 때 많은 교인이 눈물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김영순 사모의 말이 끝나고, 은보상 시상을 위해 오정현 목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고직한 선교사가 강단으로 뛰었고 추모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단 가까이 앉은 교인들은 오 목사가 시상해야 한다고 소리 질렀다. 수양관 뒤쪽에 앉은 한 중년 여성이 일어나 오 목사의 시상을 반대한다고 외치자 일명 용팔이로 불리는 김용남 집사가 다가가 자리에 앉혔다.

▲ 은보상을 시상하러 오정현 목사가 나오자 고직한 선교사가 강단에 뛰어올라가 막았다. 오 목사는 당황한 기색 없이 다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오정현 목사는 시상을 김영순 사모에게 넘겼다. 김 사모가 시상하러 올라올 때까지 오 목사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교인들의 아우성이 수양관을 울렸다. 김 사모는 참다못해 마이크를 잡았다. "사랑의교회 수준이 언제 이렇게 되었습니까. 시상을 오정현 목사가 하든 말든 문제가 아닙니다." 이 말이 끝나자 오 목사가 김 사모 어깨에 손을 올렸고 두 사람은 꼭 껴안았다.

▲ 오정현 목사의 등장으로 추모식이 잠시 중단되자 김영순 사모가 강단에 올라 소란을 정리했다. 오 목사는 김 사모 곁에 다가가 포옹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오정현 목사는 "옥성호 집사가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지만 저도 옥한흠 목사의 영적 아들입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강단에 다시 선 오정현 목사는 추모객들 앞에서 말했다. "옥성호 집사가 옥한흠 목사님의 아들이지만 저도 옥한흠 목사님의 영적 아들입니다." 오 목사와 나란히 선 김영순 사모는 오 목사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목회자가 되길 기원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 오정현 목사는 교인들과 교회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 목사가 박사 학위 논문 표절로 자숙하기로 한 기간은 9월 17일로 끝난다. 오 목사는 9월 22일 주일예배에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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