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개정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선거 규정이 98회 총회 현장에서 재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규정 개정은 실행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선거법개정위원회의 합작으로, 97회 총회 결의를 임의로 삭제해 교단 목사·장로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지난해 9월 19일 97회 총회 셋째 날, 총회는 96회기 선거관리위원회의 보고를 받았다. 선관위는 선거 규정 중 목사부총회장 입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500명 이상 교회 시무자'를, 다른 임원 입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를 추가하자고 보고했다. 총회를 대표하는 사람에 대한 목회적인 검증 차원이었다. 총회는 찬반 토론 끝에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다음날인 9월 20일, 총회는 임원 선거 방식을 제비뽑기에서 절충형으로 바꿨다. 제비뽑기로 선출된 사람들의 지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선제를 가미했다. 총회는 이를 결의하면서 '연구 및 시행위원 5인'을 선정해, 연말까지 총회 실행위에 보고하고 98회 총회부터 바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구성된 5인 위원회는 선거법개정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총회 파행의 영향으로 뒤늦게 구성된 선거법개정위는 올해 2월 실행위에 개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97회 총회 셋째 날 결의했던 세례 교인 수로 총회 임원 후보에 제한을 두는 조항이 빠져 있었다. 총회 결의가 삭제된 채 올라온 개정안을 실행위는 그대로 통과시켰다. 여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왜 총회 결의를 폐기했나

총회는 교단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이기 때문에, 총회의 결의는 오직 총회에서만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연구 및 시행위원 5인'이 총회 결의를 임의로 빼 버렸을까.

선거법개정위는 선거제도가 제비뽑기에서 절충형으로 바뀌어 선거 규정 전체를 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총회는 5인 위원회에 선거 규정을 고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절충형 선거제도를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연구해 세칙을 마련하는 일을 맡겼을 뿐이다.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은 매우 민감한 사항인데, 이를 5명이 맘대로 바꿀 수 있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선거 규정을 바꾸는 방법은 총회 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선관위 2/3 이상이 결의하고 총회에서 인준받는 것이다. 만약 총회가 선거 규정 자체를 개정하고자 했다면, 애초에 이를 5인 위원회가 아닌 선관위에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절충형 선거 방식에 따라 시행 세칙만 갖추면 되기 때문에 5인 위원회에 맡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왜 총회 활동 경력을 추가했나

세례 교인 수 제한 조항이 총회 임원 입후보 가능자를 너무 줄인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조항을 충족하는 교회는 전국에 3.3%, 3개 지역 구도로 나누면 1.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피선거권과 선거권 모두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거법개정위는 주장했다.

하지만 선거법개정위는 총회 임원 후보 자격에 그동안 한번도 논의된 적 없는 '총회 활동 경력'을 추가해 입후보 가능자를 현저하게 줄였다. 위원회가 추가한 조항에 따르면 목사부총회장 후보는 총회 임원, 상비부장, 선관위원장, 공천위원장, 총회 산하 기관장(GMS 이사장, 기독신문사 이사장·사장, 총신대 운영·재단이사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는 중부·호남권 인사는 1%도 되지 않는다.

총회 산하 기관장에 총신대 재단이사장을 포함시킨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총회 규칙과 선거 규정은 총회 산하 기관장에 총신대 운영이사장만을 언급하고 있다. 운영이사장은 총회 규칙과 선거 규정의 영향을 받지만, 재단이사장은 사립학교법과 학교 정관의 영향을 받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영이사장은 총회 선거 규정에 의해 제비뽑기로 선출되지만, 재단이사장은 총신대 정관에 의해 이사들의 호선으로 선출된다.

왜 굳이 총회 전에 바꾸려 하나

총회 결의가 불합리할 수도 있다. 이를 바꾸려면, 노회에 헌의를 하든지 아니면 총회 현장에서 긴급동의안을 상정하면 된다. 이것이 헌법과 규칙에 맞는 상식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실행위는 2월 27일 선거법개정위가 총회 결의를 삭제하고 엉뚱한 조항을 추가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받고, 신문에 공고해 버렸다. 문제가 제기되자 실행위는 5월 1일 이미 두 차례나 공고된 선거 규정을 다시 인준했다. 절차적 문제를 뒤늦게 무마시키고자, 선관위가 개정안을 올린 것처럼 하고 총회를 대신해 실행위가 인준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방식을 택할 이유가 있을까. 세례 교인 수 제한 조항이 선거제도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약 이 조항이 부당하다면 98회 총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무리하게 개정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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