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건축 기공 헌신 예배에서 새 예배당을 세계적인 장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오 목사가 기대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3년 내 건축을 완공하여 글로벌 교회로서 준비하고, 5년 내에 중국 교회에 대한 소명을 감당하고, 7년 내에 통일을 준비한다." "앞으로 경인 운하가 완공되면 중국 교회 본부가 있는 상해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배를 타고 반포에서 내려 사랑의교회에서 예배하게 될 것이다."

3년 전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건축 기공 헌신 예배에서 오정현 목사가 밝힌 포부다. 사랑의교회 교인과 교계 인사 등 1만여 명이 앉은 자리였다. 새로 짓는 예배당을 세계적인 장소로 만들겠다는 오 목사의 야심이 엿보인다.

오정현 목사가 많은 사람 앞에서 건축이 성공하리라 자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건축 허가를 아무 탈 없이 빠르게 받아낸 경험이 작용했다. 사랑의교회가 공사를 시작하기 전 정부와 서초구로부터 얻어 낸 조건을 보면 이해가 간다.

특혜 논란 조처들 어려움 없이 척척

사랑의교회는 2009년 6월 새 예배당을 짓기 위해 서초구 꽃마을 일대를 사들인 뒤, 교회 건축에 맞게 토지 개발 계획을 바꿔 서초구에 제안했다. 사랑의교회가 제안한 계획안에는 △건물 높이 제한을 60m에서 75m로 완화 △지하철 출입구를 사랑의교회와 연결하도록 이전 △작은 도로를 폐지해 교회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구획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른 회사들이 고도 제한에 막혀 공사를 포기한 것과 대조된다. 서초구는 사랑의교회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2009년 12월 꽃마을 지구 단위 계획을 변경했고, 변경된 계획안은 두 달여가 지난 후에 서울시가 승인했다.

사랑의교회가 공공 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짓도록 허락받은 과정도 순조로웠다. 서초구는 2009년 12월 사랑의교회가 공공 도로 지하를 사용해도 괜찮은지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에 문의했고, 두 기관은 담당 구청이 알아서 해도 된다고 답했다. 답변을 받은 서초구 건축위원회는 "공공 도로 지하 점유 허락을 받은 뒤에 건축 허가를 받으라"고 지시한다. 교회가 건물을 지으려면 공공 도로 지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준 셈이다. 서초구는 2010년 4월 사랑의교회가 공공 도로 지하를 쓰도록 허락한다.

공공 도로 지하 사용, 지하철 입구 변경, 건축 고도 제한 완화 등 특혜 논란이 불거진 일련의 조처는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 사이에 처리됐다. 사랑의교회가 새 예배당을 짓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교계 안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때다. 건축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맞서 건축의 정당성을 외치던 사랑의교회가 교인들 모르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일을 처리한 것이다. 고 옥한흠 목사가 건축을 찬성한다고 밝힌 동영상이 방영된 시기도 이때다.

사랑의교회가 건축 허가를 받는 데에는 정치인과 공무원의 도움이 있었다. 박성준 전 서초구청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건축 허가 때문에) 청와대 관련 인사의 연락까지 받았다고 말했으며,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기공식에 참석해 건축 허가를 받기까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행사에서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사랑의교회가 건축 허가를 받도록 이리저리 뛰며 노력했다고 밝혔다.

▲ 사랑의교회가 받은 특혜는 공사가 시작된 지 수개월 뒤에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공공 도로 지하 점용과 지하철 입구 연결 등 각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MBC 피디 수첩 방송 화면 갈무리)
교회가 공사를 시작한 지 수개월 뒤 사랑의교회가 새 예배당을 세우면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언론이 공개한 특혜 중에서도 교회 공사를 이유로 공공 도로를 폐쇄한 일과 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세운다는 사실은 많은 질타를 받았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서초구 주민과 서초구의회 야당 의원들은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때 사랑의교회 영향력이 다시 발휘됐다. 황일근 서초구 의원이 발의한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 의혹 조사를 위한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은 서초구의회 여당 의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황 의원은 서초구의회 건물에서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를 비판한 기자 회견을 열었다는 등의 이유로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어 30일간 출석 금지를 당했다. 서초구 주민이 신청한 행정소송은 원고 자격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주민 소송, 논문 표절…변화의 시작

서초구 주민이 택한 마지막 카드는 주민 감사였다. 서초구 주민 362명은 2012년 4월 서울시에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2개월 뒤 서울시는 "공공 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짓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주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초구 주민은 서울시의 감사 결과를 근거로 주민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 소송은 서울행정법원이 올해 1월부터 다루는 중이다.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가 법정까지 갔지만 사랑의교회는 침묵했다. 건축을 반대하는 교인 대다수가 교회를 떠난 뒤라 교회는 잠잠했다. 그러다 올해 2월부터 교회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건축 문제를 외면했던 교인들의 태도를 바꾼 사람은 건축 시나리오를 작성한 오정현 목사다. 오 목사의 논문 표절과 표절을 둘러싼 언행으로 실망한 교인들이 건축에도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오 목사의 강요로 고 옥한흠 목사가 건축 헌금을 독려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회 안 여론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교인들의 변화는 6월 11일 주민 소송 관련 마지막 심리가 열린 행정법원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2013년 1월 재판이 시작된 뒤 5월까지 법정을 찾은 사랑의교회 교인은 없거나 극소수였는데, 이날은 건축을 지지하는 교인, 반대하는 교인 등 70여 명이 법원을 찾아 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사랑의교회 집사·장로·권사 등 교인 497명은 "건축을 찬성했으나 각종 불법이 드러난 지금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 사랑의교회 건축을 비판하는 서초구 주민들이 택한 마지막 카드는 주민 감사였다. 서울시는 주민 감사를 받아들여 조사한 후에 "사랑의교회의 공공 도로 지하 점용은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공공 도로 지하 사용' 불법 여부가 소송 핵심

행정법원은 공공 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짓는 것이 적법한지 집중해서 다룬다. 원고 측은 공공 도로 지하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도로의 본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피고 측인 서초구와 사랑의교회는 공공 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짓는다고 해서 도로 본래의 목적이 훼손되지 않을뿐더러 필요하다면 도로를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의교회는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1심 판결에서 건축을 중단하라는 명령이 나올지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1심 판결은 7월 9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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