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학교 국문과에서 5월 24일 유교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고사를 지냈다. 그때 갑자기 한 신학생이 들어와 제사상을 뒤엎어 갈등을 빚었다. 목원대학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설립한 사립 종합대학이다. (목원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목원대학교에서 고사를 지내던 도중에 한 학생이 들어와 난동을 부렸다. 이를 찍은 영상이 5월 24일 유튜브에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목원대 국문과는 5월 24일 학술제를 앞두고 유교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고사를 지냈는데, 신학과 학생이 느닷없이 나타나 학교에서 제사를 지낼 수 없다며 제사상을 뒤엎었다. 국문과 고사는 학교 측에 허락을 맡아 26년 동안 해 온 행사이고, 목원대학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설립한 학교이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신학생을 옹호하는 쪽과 비난하는 쪽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다. 일부 기독교 신자는, 학생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고 옹호했다. 반면, 대다수 네티즌은 신앙을 빙자한 아집이라고 비난했다.

사건이 벌어지고 두 학과 학생들의 감정이 격화되자, 신학과 학장 박노권 교수는 학생을 대신해 사과하며 중재에 나섰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학과 학생은 기독교 학교에서 미신적인 제사가 드려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상을 뒤엎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학생이 뜨거운 신앙이 있어 그랬다며 학생을 두둔했지만, 그 표현 방식이 다소 경솔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현재 국문과 학생들은 해당 신학과 학생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신학과 학생은 사과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사상을 뒤엎은 신학과 학생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전 감신대 교수)은, 학생의 행동은 복음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에서 유발된 것으로, 다른 과의 전통문화 체험을 이해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의 행동은 타 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적대적인 태도라는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땅 밟기, 불화·단군상 훼손 등...타 종교에 대한 공격적 태도

2010년 가을, 한 찬양 선교회 교육생들이 서울 봉은사에서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모습과 불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 갈무리)

타 종교에 대한 개신교의 공격적인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가을에는 한 찬양 선교회 교육생들이 서울 봉은사에서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모습과 불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이를 접한 대다수 사람은 '상식 밖이다', '기독교는 타 종교를 포용할 관용도 없는가'라며 기독교를 비난했다. 2년 후에는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봉은사에서 설교 CD를 불교 CD처럼 포장, 배포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개신교 목사가 불교 경전을 찢고 불화를 훼손한 뒤 방뇨까지 해 비난을 받았고, 경북 영주 지역에서는 단군상 건립 반대 운동을 주도하던 한 목사가 단군상 훼손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한편, 작년 11월에는 교계 원로들이 모여 기독교 윤리 선언을 마련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손인웅 위원장)가 발표한 '한국교회 목회자 윤리 선언'에는 '기독교가 타 종교를 존중하며, 그들이 가진 신앙과 종교 시설을 폄하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타 종교와 마찰이 계속 발생하는 데 대해 목회자들이 만든 자구책인 것이다.

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손인웅 목사는 목원대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현했다. 손 목사는 종교 간에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한스 큉의 말을 인용하며 기독교가 타 종교를 대할 때, 먼저 그들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가 참된 진리를 가지고 있다면, 그 우월성을 삶의 실천에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신대, 화계사와 갈등에서 화합으로

타 종교와 갈등을 겪다 화합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목원대와 같은 기독교 학교인 한신대학교는 울타리 하나 사이로 불교 사찰인 화계사와 이웃하고 있다. 화계사는 90년대 중반 세 번의 방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이 기독교 신자들의 소행으로 알려져 큰 싸움으로 번질 뻔했다. 그러나 이 갈등은 한신대 신학생들의 선행으로 해소됐다. 당시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던 김경재 교수가 학생 20여 명과 함께 화계사를 방문해 화재 이후 뒤처리 수습을 돕고 위로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화계사가 내건 성탄 축하 펼침막. 종교 간 큰 싸움으로 번질 뻔했던 갈등은 한신대학교 신학생들의 선행으로 해소됐다. 그때부터 12월이면 화계사는 어김없이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펼침막을 걸어놓는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그해 12월부터 화계사는 답례로 '예수님의 탄생! 우리 모두의 기쁨!'라는 펼침막을 걸었고, 이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신대원 학생들이 '축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플래카드로 화답했다. 이때부터 매년 한신대와 화계사는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에 '축하 펼침막 릴레이'를 펼쳤고, 이 사례는 종교 간 화합의 사례로 알려졌다. 한신대는 199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에 화계사를 찾는 불자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운동장을 개방하기도 했다.

당시 화계사와 화합을 이끌었던 김경재 교수는 종교 간의 갈등을 떠나 옆집에 불이 났으면 당연히 위로하러 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학생들에게 제안했고, 학생들도 흔쾌히 받아들여 화계사를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신대 일부 학생들이 신대원에 걸려있는 펼침막을 찢고, 종교 혼합주의라고 반발했지만, 그때마다 동기와 이유를 말하고 설득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타 종교를 지나치게 단죄하면 불필요한 종교 분쟁이 일어난다며 기독교 선교 활동은, 초대교회처럼 아가페적인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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