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교계 단체들의 극렬한 저항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을 철회하기로 밝혔다. 보수 교계 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진보 단체들은 반인권적,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4월 19일 법안 철회 의사를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쳐 온 보수 교계 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법안을 찬성해 온 단체들은 "반인권적, 반헌법적"이라며 반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대표회장은 "차별금지법 철회는 사필귀정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기독신우회 회장 김진표 의원은 4월 19일 보수 교계 단체장들에게 "민주당은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은 제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홍 대표회장은 "앞으로 민주당이 잘되도록 한기총이 도울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회장은 지난 4월 2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법안에 공동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 운동과 민주당 퇴출 운동을 언급한 바 있다.

바른교육교수연합 이용희 대표는 "교수들도 대부분 법안을 반대한다. 일부 선진국이 동성애를 합법화했다고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반대 1천만 국민 서명운동은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 단체들은 차별금지법 반대 1천만 국민 서명운동과 함께, 4월 말 차별금지법 철회 집회 계획도 세웠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 기독교사회책임 등 보수 교계 단체와 우익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차별금지법반대범국민연대는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애가 조장되고 공안 사범 등이 증가할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비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최원식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덩달아 곤욕을 치렀다. 공동 발의에 참여한 모 의원은 지역구 교회에 불려 갈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제정연대·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4월 19일 "철회 절차 소식에 우리는 허망함을 넘어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일로 법안이 철회되면 보수 기독교 세력이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개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초유의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법안 철회 시도를 중단하라고 했다.

공익 인권 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는 "일부 보수 교계 단체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반인권적인 주장을 하면서 사회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왜곡 선동에 기독교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늦어도 올해 안에 법무부가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손낙구 보좌관은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을 '종북 게이'라고 매도하지만, 보편적 인권의 원칙을 담는 법안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제기된 각종 문제를 보완해 법무부가 발의할 때 같이 낼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항문 성교 교육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적어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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