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을 조사한 7인대책위원회(대책위)가 권영준 장로의 보고서를 사실상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회는 대책위가 규명한 사실을 극히 일부만 공개하고 징계 수위를 낮추는 등 대책위의 결론을 대폭 완화해 입장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사랑의교회 당회가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구성했다. 대책위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3일까지 오 목사의 신학 박사 논문 표절과 표절이 드러난 전후 상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오정현 목사의 신학 박사 논문은 표절이며 오 목사의 진술 번복이 심각하다"는 권 장로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했다.

대책위는 오정현 목사의 신학 박사 논문이 표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박사 학위를 준 포체프스트룸대학이 오 목사의 논문을 조사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책위가 표절을 확인한 것이다. 대책위는 오 목사가 고의적으로 표절했는지는 알 수 없더라도 여러 저서 일부를 가져다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논문에 쓴 것이 맞다고 밝혔다. 고인의 서명을 가져다가 논문 수정에 사용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임 협박' 사실 아냐

'사임 협박설'도 사실과 달랐다. 대책위가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보니, 오 목사가 2월 10일 주일예배 시간에 울면서 말한 "48시간 이내에 사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 오정현 목사는 2월 10일 주일예배에서 "48시간 이내에 사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대책위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정현 목사 설교 동영상 갈무리)
오히려 오 목사 측 변호사가 지난해 오 목사의 논문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김진규 교수의 학교 부총장을 찾아가 법적 대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 교수가 오 목사의 논문을 조사하게 된 건 이런 협박 탓이었다.

대책위는 오 목사가 논문 표절과 관련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일도 확인했다. 오 목사는 대책위 앞에서도 말을 바꾸며 과거에 한 말을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표절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고 표절에 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대책위가 새롭게 문제 삼은 부분은 오정현 목사와 교회 측 사람들이 여론을 호도하려고 한 행동이다. 오 목사는 예배 시간에 강단에서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고, 고성삼 목사는 포체프스트룸대학을 방문하고 메일을 보내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교회 소식지인 <우리>도 오 목사에게 유리한 해석과 글을 실었다.

대책위, 1년 정직과 재신임 제안

대책위는 오정현 목사의 태도가 사랑의교회 목회자로서 온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적절치 못하다고 평가하고, 오 목사의 담임목사직을 1년간 정직한 뒤 2년 후 재신임을 묻자고 제안했다. 정직 기간 동안 봉급은 30% 삭감하자고 했다. 사건에 개입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고성삼 목사와 교인 여론을 호도한 <우리>의 관계자도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했다. 권영준 장로에 관해서는 논문 표절을 밝혀낸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자숙하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대책위 보고서를 받아든 당회원들은 고뇌했다. 담임목사의 잘못이 사실로 드러났고 담임목사가 두 번이나 "표절이면 사임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회, 징계 수준 낮춰

하지만 오정현 목사의 거취를 결정할 임시 당회 분위기는 오정현 목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당회원들은 논문 표절을 조사하고 밝혀낸 권영준 장로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막았다. 오정현 목사의 문제를 찾아낸 당회원을 배제한 것이다. 반면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은 긴 시간 발언하며 당회에 영향을 끼쳤다.

▲ 사랑의교회 당회는 교회 정관과 교단 헌법상 당회가 목회자를 징계할 수 없다는 내부 해석을 근거로 오정현 목사를 직접 징계하지 않았다. 지난 2월 3일 오 목사가 스스로 논문 표절과 관련한 문제를 당회에 맡겼는데도 당회가 소극적 태도를 취한 셈이다.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당회원들은 오정현 목사에게 자진 사임을 권고하는 안건을 무기명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29명이 반대하고 14명이 찬성해 안건이 부결됐다. 권고사직이 부결되자 당회는 "교단 헌법과 교회 정관상 당회가 목회자를 징계할 수 없다"는 내부 해석을 근거로 징계가 아닌 권고를 채택했다. 지난 2월 3일 열린 임시 당회에서 오정현 목사가 모든 사안의 처리를 당회에 맡겼는데도 스스로 권한을 축소한 셈이다. 징계가 아니라 권고안을 작성하면서 재신임 투표 조항은 삭제됐고 정직 1년은 설교 중지 6개월로 줄어들었다. 봉급 30% 삭감은 자진 반납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누리꾼과 교인들, 솜방망이 징계에 비판

당회가 결정을 발표하자 비판이 잇따랐다. 한 은퇴 장로는 당회의 결정 소식이 교회가 무너지는 소리 같다고 고백했고, 다른 은퇴 장로는 당회가 대책위 보고서를 받으면서도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은 모순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자숙이 아니라 포상 휴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결론"이라는 조소 섞인 반응과 "일반 사회에서는 (논문 표절이면) 모두가 당연히 사퇴하는데 교회는 왜 이렇습니까?" 하는 한탄이 이어졌다.

기도하면서 당회의 결정을 기다리던 교인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책위 보고서 공개를 요청하는 서명운동이 온라인에서 진행 중이며, 3월 19일 저녁에는 문제의식을 가진 교인들끼리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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