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포체프스트룸대학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후 대학 측과 협의해 논문을 수정했다. 이 사실에 대해 '논문 세탁', '논문 바꿔치기'라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은 이들은 이 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뉴스앤조이>가 연락한 포체프스트룸대학 출신 목회자나 교수들은 모두 학교의 조처를 의아해했다. 80년대에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공부한 이승미 전 교수(고신대)는 "(논문 수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사랑의교회가 받았다는 문서에) 학교 직인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91년부터 96년까지 남아공에서 공부한 이한영 교수(아신대)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학교가 정식 절차를 밟아 내린 결론이 아닌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 현직 교수도 "이런 절차가 있다는 건 들어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포체프스트룸대학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후 대학 측과 협의해 논문을 수정했다. <뉴스앤조이>가 연락한 포체프스트룸대학 출신 목회자나 교수들은 모두 학교의 조처를 의아해했다. (포체프스트룸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포체프스트룸대학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오 목사 측에서 학교의 공문을 반박 자료로 제시하며 논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뒤 권영준 조사위원장은 대학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고, 포체프스트룸대학은 지난 2월 2일 자로 재조사를 결정했다. 앞서 오 목사 측이 대학에 논문 문제를 알리면서 표절 부분을 축소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포체프스트룸대학 졸업생들은 공통적으로 "포체프스트룸대학은 유럽의 학풍을 따르는 학교로 논문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고 했다.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지도 교수가 일대일로 논문을 지도하고 학생이 논문을 제출한 다음에는 외부 인사 3명으로 구성된 조사관들이 논문을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사관들이 검토한 내용은 다시 지도 교수에게 전달되고 지도 교수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과 다시 논문을 다듬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어떻게 33쪽에 걸쳐 표절이 지적된 오정현 목사의 논문이 통과됐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의 논문 주제를 보면 지도 교수가 표절을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 졸업생은 "오 목사가 주제로 삼은 '제자 훈련'은 실천신학 분야에 포함되며 순수 학문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한국교회 교인과 목회자, 교수들은 제자 훈련을 잘 알지만 남아공 기독교인들에게 제자 훈련은 생소하다"고 했다. 오 목사가 표절한 마이클 윌킨스 교수의 저서는 제자 훈련을 공부한 사람은 알아도 순수 학문만을 연구한 사람은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 교수가 논문 주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논문을 살필 때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을 집중해서 보기 때문에 표절을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추후에라도 논문 표절이 밝혀지면 박사 학위는 취소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 양승원 목사가 논문을 표절해 문제가 됐다. 양 목사는 <The influence of the revival movement of 1901-1910 on the development of Korean christianity, 1901~1910년 부흥 운동이 한국 기독교 발전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미국 서든뱁티스트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 논문에서 박용규 교수의 <평양대부흥운동>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 박사 학위가 박탈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