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이 심각한 표절이라고 결론을 내린 당회 조사위원회(조사위원장 권영준)의 보고서가 유포된 뒤, 오정현 목사 측은 <조선일보>와 <기독신문> 등 일부 언론에 반박 자료를 보냈다. 포체프스트룸대학(현 노스웨스트대학)에서 오 목사가 의도적으로 참고 문헌의 출처를 감추지 않았으며 윌킨스 교수(바이올라대학)의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자신의 것처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의 문서다.

당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 목사는 1월 27일 권영준 장로와 면담한 자리에서 "1998년도 박사 학위 논문 중 김진규 교수가 표절 부분으로 문제 삼은 부분을 이번에 새로 고쳤으므로 앞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포체프스트룸대학과 협의해 논문 수정 작업을 거쳤으니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과연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보냈다는 문서는 오정현 목사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전현직 대학 교수로 이루어진 당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뒤집을 수 있을까. 그렇게 볼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오정현 목사 측이 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받았다며 제시한 반박 문서는 오 목사의 표절 혐의를 덮기엔 궁색하다. (포체프스트룸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첫째, 포체프스트룸대학 측에서 수정하라고 권고(Recommendation)한 부분은 4쪽(13, 15, 16, 17)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당회 조사위원회가 오 목사의 논문에서 발견한 표절 부분은 33쪽에 달한다.

둘째, 포체프스트룸대학 측이 표절 혐의로 다룬 것은 윌킨스 교수의 저서를 인용한 부분뿐이다. 만일 누군가 윌킨스 교수 관련 내용 외에 조사위원회가 오 목사의 논문에서 발견한 표절 부분을 포체프스트룸대학 측에 알리고 조사를 의뢰한다면 대학 측은 어떻게 나올까. (관련기사 : 오정현 목사, 표절 어떻게 했나)

셋째, 만약 포체프스트룸대학 측에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다시 수정하라고 허락하면 문제는 사라지는 것일까. 오히려 대학의 이미지와 학위의 권위만 실추될 가능성이 크다. 오 목사는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한 장로에게 "포체프스트룸대학은 학위 수여 과정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운 학교로 정평이 난 정통 보수주의 신학교"라며 자신은 교수와 도제 방식으로 진행된 논문 작성 과정에서 세밀하게 점검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작성한 논문인데, 상당 부분에서 표절 혐의가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학위를 준 대학의 권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논문 표절과 대필 사례가 난무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대학에서 논문의 표절 혐의를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은 일반인의 윤리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넷째, 사랑의교회 측이 포체프스트룸대학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제시한 반박 자료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공문서에 첨부되는 학교 마크나 단과대학 표시도 없으며, 발신자의 이메일 주소도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반론을 펴면서 내놓은 자료치고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학자 출신인 사랑의교회 황의각 장로(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10여 년 전 논문을 수정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돈을 받고 처리한 일이라면 사법 처리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 내부에는 남아공으로 새로운 조사위원회를 파견해 학위를 준 대학 측을 만나는 등 진상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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