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의 해부> / 자끄 엘륄 지음 / 황종대 옮김 / 대장간 펴냄 / 418쪽 / 1만 8000원

"기술 사회에 대항한 혁명은 모든 영역에서 효율성의 감소, 개인 행복의 퇴보, 공동 생산 체계의 축소 및 대중문화의 점진적 소멸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혁명의 해부>, 제5장 '진정으로 필요한 혁명'에서)."

엘륄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혁명을 하려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우리의 욕심과 욕망 가운데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더 많은 권력을 갖는 것, 더 큰 자아실현, 극대화된 쾌락….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욕심과 욕망은 인류의 공동의 가치, 공동체적 삶을 파괴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가 사는 환경, 지구를 황폐화하고 있다.

우리는 극도로 첨단화된 자본주의사회에서 오늘도 내 욕심과 욕망을 위해 이웃을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와 우리의 자녀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신음하도록 한다. 우리는 엘륄이 이야기한 대가(사회적 효율성의 감소, 개인 행복의 퇴보, 생산 체계의 축소, 대중문화의 포기)를 치르기 전까지, 이 고통이 더욱 심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자끄 엘륄의 혁명을 주제로 한 삼부작(<혁명의 해부>, 대장간 역간, <혁명에서 반란으로>, <인간을 위한 혁명>, 대장간 역간) 중 첫 번째 책이다.

자끄 엘륄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때는 마르크스주의자였고,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엘륄이 이 책을 저술하던 당시의 프랑스 사회는 여전히 68년 5월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젊은 프랑스 지성인들 사이에서는 혁명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을 것이다. 여러 시대와 사상을 거치면서 그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보아 왔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엘륄은 무엇보다도 역사를 통해 혁명의 정의를 내리려 하였고, 우리 시대의 거짓된 혁명을 벗겨 내려 하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교회에도 혁명이 있어야 한다고, 아니면 혁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첨단의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성장주의가 교회 내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교회 내의 신도들은 어떠한가? 각 개인은 교회 안에서 하나님 앞의 개인으로서의 가치와 소중함을 상실한 채, 교회의 성장과 생산성의 극대화,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위해서 소비되고 있지 않은가? 마치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과 같이, 신도들은 똑같은 예배와 프로그램의 반복 가운데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으며, 대중의 익명성 가운데 개인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한국교회는 자본주의사회, 그리고 기술 사회에 대한 선전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기술 사회의 병폐를 여과 없이 수용한 한국교회에, 그리고 예언자적 역할을 상실한 한국교회에, 엘륄 읽기는 분명히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한 부분을 조명하고 있다.

[추천사]

자끄 엘륄은 정치사상만큼이나 기술, 신학 또는 법률사에 대한 저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이 책은 인간을 사회 결정주의나 자연 결정주의 속에 인간의 능력을 가두지 않는 역사적 분석을 위해서, 인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엘륄은 혁명 현상을 도덕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그는 혁명이 이론과 조직을 통해 진행되지만, 저항은 무엇보다도 본능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저항과 혁명을 구분하고 연결한다. 저항과 혁명은 모두 과거를 이상화시키면서 나타나거나, 또는 근본적인 과거를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둘의 공통적인 목표는 기존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시몬 샤르보노의 '추천의 글' 중에서

[저자]

자끄 엘륄(Jacques Ellul 1912~1994) / 1912년 보르도 태생. 1937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의 연구부장으로 지명되었으나 비시(Vichy) 정부에 의해 해임되었다. 1936~1939년 사이에 프랑스 정계에 투신하여 활동하였고, 1940~1944년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열렬히 가담했으며, 1953년부터는 프랑스 개혁교회의 총회 임원으로 일해 왔다. 법학박사인 그는 수많은 책을 저술하여 사회학자, 신학자, 철학자로서 널리 알려졌다. 보르도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신앙과 삶>(Foi et Vie)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였다. 사후인 2002년에 얏 바셈(Yad Vashem)재단에 의해 나치 치하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것이 밝혀져 '열방 가운데 의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역자]

황종대 /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재학 중 국비 유학생 시험에 합격하여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에서는 La Villette 건축학교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였고, 프랑스 건축사 면허를 취득하였으며, 현재는 한국에서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와 건축은 무엇보다도 함께 사는 삶의 질이 담보되어야 하고, 공동체적 삶을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우리의 아이들이 보다 풍성한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자끄 엘륄의 책을 두 권(<혁명의 해부>, <머리 둘 곳 없던 예수-대도시의 성서서적 의미>)을 번역하였다.

[차례]

역자 서문 5
추천의 글 9

서 문 15

제1장, 저항에서 혁명으로 : 역사를 거스르는 혁명 19
1. 저항21
2. 저항에서 혁명으로 63
3. 두 가지 추가적인 이미지 86

제2장, 역사 속의 혁명: 신화와 모형 95
1. 절대화 : 근본적인 혁명 98
2. 신화와 모형 123
3. 혁명의 정의(定義) 142

제3장, 역사 속의 혁명: 변질된 혁명 161
1. 일반화된 혁명 163
2. 일반화의 결과 181
3. 역사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 203

제4장, 혁명의 일상화 233
1. 어휘에 대한 고찰 241
2. 정치적 일상화 273
3. 혁명의 신학 292

제5장, 진정으로 필요한 혁명 313
1. 이 시대에 필요한 혁명이 존재하는가? 315
2. 필요한 혁명의 특성들 333
3. 혁명의 목적 358
4. 혁명의 궁극적 목표 375

요약401
엘륄 저서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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