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고 장준하 선생의 긴급조치 위반이 39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박정희의 독재가 헌법 정신에 어긋났음을 확정한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12월 18대 대선 즈음 장준하 선생의 삼남 장호준 목사가 미국에서 '한국 현대사 특강'을 했습니다. 장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주중에는 스쿨버스 운전을 합니다. 바쁜 일정에도 역사가 바로 서야 한다는 일념으로 미국 주요 도시를 돌며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이때 미국에 사는 필자(이인엽)가 장호준 목사의 강의를 듣습니다. 강연을 소개하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필자는 한국 현대사가 '의인과 약자의 죽음'으로 얼룩졌다고 말합니다. 김구, 여운형, 장준하, 인혁당사건 희생자, 전태일, 광주 희생자 등등이 대표적입니다. 역사를 찬탈한 세력이 사회 주류를 이루어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에 한숨을 내쉽니다.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주교는 극우 파시스트에 가까운 당시 군사정부의 학살을 보다 못해 "주님의 이름으로 학살을 멈추시오!"라고 외치고, 당시 미국 정부에 독재정부 지원을 멈추라고 편지로 호소하다가, 1980년 미사 중에 총에 맞아 순교했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일에 보수 교회 교인인 백인들은 킹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기는커녕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인종차별을 합리화하고 건강보험 개혁이나 이민자 문제, 총기 규제의 문제 등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성경을 갖다 댑니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국 보수 기독교는, 역시 우리 사회의 약자와 역사의 희생자들의 편이 아닌, 친일과 독재의 후예들, 승자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대에 주시는 하나님의 명령, 즉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평과 복지라는 가치, 역사의 정의와 민주주의의 진전,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보다, '종북 좌파 담론'이라는 기득권의 칼춤에 놀아나고 있지요."

한국교회가 욕을 먹고 지탄을 받으며, 한국 사회에서 역사가 왜곡되고 여전히 불의가 창궐하는 것 같아도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필자는 말씀을 통해 하늘 위로를 받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혁명성은 의인의 생과 죽음을 통한 악의 폭로, 그리고 희생자와 의인의 부활을 통한 역사의 진보와 승리가 아닐까 합니다. 예수의 죽음에 우리가 실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손과 발에 못이 박힐 때, 인류의 역사 속에 예수라는 이름이 너무나 깊게 박혀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했고, 또한 그의 정신을 따르는 수많은 무리 속에서 부활해, 이제 예수 한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무리가, 그 시대의 악과 모순과 우상숭배에 저항해 죽겠다고 자청한다는 것이지요."

바로 보기 : 장준하, 오스카 로메로,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의인의 죽음과 부활(이인엽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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