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김영우 재단이사장이 김지찬 교수를 신학대학원에서 학부로 발령한 인사 조치가 1월 22일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김 교수가 김 이사장을 상대로 지난해 9월 제기한 소속변경발령무효확인 소송에서 학교의 발령이 '보복성 인사'인 것을 확인하고 김 교수의 손을 들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2월 21일 김 교수를 학부 신학과 교수로 임명해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관련 기사 : 총신대 신대원생들, '교수 인사' 해명 요구)

김지찬 교수는 이 발령이 김영우 이사장의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2011년 11월 김 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김 이사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실질적으로 좌천에 해당하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자신의 동의 없이 발령이 이뤄진 점도 지적했다.

학교 측은 학부 신학과와 신대원을 통합하는 '7년제 커리큘럼 개발 및 실시 사업'에 의한 인사 조치일 뿐 보복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발령을 통해 김 교수에게 생활·정신상 불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감수할 수준 내에 있으므로 이사장의 재량권 범위 내에 있는 정당한 처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7년제 커리큘럼 사업이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김 교수를 발령한 점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총신대가 신학 전공 7년제 커리큘럼 사업을 2004년에 수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 2011년까지 사업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에야 재단이사회가 '7년커리통합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김 이사장은 7년제 교육과정이 마련되기는커녕 연구위원회마저 구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 교수의 소속을 변경한 것이다.

게다가 신대원에서 전공과목을 18년간 가르친 김 교수를 학부로 발령해 개론 정도의 강의를 하게 한 것은 7년 커리큘럼 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았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지난해 2월 20일 학부와 신대원 교수들의 통합 및 순환 근무를 결의한 바 있다. 이사회는 학부 신학과를 신대원 입학을 위한 예비 과정으로 만드는 '대학 신학과의 프리세미나리(pre-seminary)화'를 명목으로 내세우며 학부에서는 신학 기초 및 인문 교양을 위주로, 신대원에서는 신학 심화 과정을 강의하자고 했다. 이사회 결의로 볼 때 김 교수의 발령은 명목과는 맞지 않는 인사였다.

발령 시기도 문제가 됐다. 김영우 이사장이 김지찬·이한수 교수의 소속을 변경한 날은, 김 이사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두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날이었다. 특히 이 교수는 목회전문대학원으로 발령받았지만 목회전문대학원에는 강의할 자리가 남아 있지도 않은 상태였다. 또 발령 당시는 개강을 1주일 앞두고 학생들의 수강 신청도 완료된 상태였다. 법원은 "급박하게 교수들의 소속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근로 계약과 다른 발령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근로 계약상 근로 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변경하는 전보 명령을 하려면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2004년 4월 신대원 정년 보장 교수로 임명돼 소속과 근무 장소가 신대원으로 한정된 근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소속 변경 발령에 대한 김 교수의 동의 내지 의견을 구하는 등 사전 협의 절차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중앙지법은 이 발령을 보복성 인사로 규정하고 '무효'라고 선언했다. 김 교수가 김 이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김 이사장의 사과 요청을 거절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가 생활·정신상 불이익을 입은 사실도 인정했다. 법원은 "소속 변경 발령은 김 이사장이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남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행한 전보 또는 징벌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송 결과를 들은 김 교수는 "이미 보복성 인사인 줄 알고 있었지만 법원이 제대로 판결했다"고 답했다. 똑같은 내용으로 소송 중인 이한수 교수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아직 판결문을 읽지 못해서 내용 파악을 못한 상태지만 재판은 마지막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항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1월 30일 회의에서 김 교수의 승소 건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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