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2년 한국교회의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감리교 세습 방지법 통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총회 파행 사태, 이단 문제, 분쟁 중인 교회 등 한국 교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습니다. - 편집자 주

여신도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전병욱 목사가 2012년 5월 21일 목회를 재개했다. 삼일교회를 사임한 지 1년 반 만에 일이다. 교회 개척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으로 삼일교회와 5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삼일교회 사임 시 구두로 약속한 '2년간 개척 금지'와 '수도권 개척 금지'는 모두 무시됐다.

▲ 목회자 징계 권한이 있는 평양노회는 전 목사에 대한 면직 청원을 절차 상의 이유로 반려했다. 개혁연대는 지난 11월 12일 전 목사의 치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등 6개 단체는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공동대표 김주연·박종운·백종국)를 꾸렸다. 전 목사와 협력 관계였던 한미준과 규장출판사 등에 책임을 물었고 전 목사의 치리를 촉구하는 목회자 성명도 발표했다. 총회 앞 1인 시위와 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도 게재했다. 전 목사의 가해 사실을 알리는 '전병욱목사진실을알립니다' 카페가 개설됐다. 1만 7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회원들은 전 목사 책 반납 운동과 1인 시위 등 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오랜 기간 침묵하던 성추행 피해자들도 <뉴스앤조이>와 만나 그간의 고통을 털어놓으며 전 목사의 교회 개척에 대해 분노했다. 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가 성추행당한 피해 여성은 "전 목사는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너무 교만하고 뻔뻔하고 역겹다"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는 "전 목사가 나타난다는 장소에 가면 혹시나 마주칠까 봐 계속 두리번거리는 버릇도 생겼다"며 결국 견딜 수 없는 한계에 이르러 교회를 떠났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전 목사에 관한 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혁연대와 삼일교회 교인들, 심지어 삼일교회 당회까지 전 목사의 면직을 청원했지만, 징계 권한을 가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며 모두 반려했다.

▲ 전병욱 목사는 자신을 예레미야에 비유하며 잘못 없이 모욕당하고 조롱당했다고 설교했다. (홍대새교회 설교 동영상 갈무리)

노회의 이러한 암묵적인 비호 가운데 전 목사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식의 설교를 계속했다. 전 목사는 "교회는 허물을 드러내는 곳이 아니라 덮어 주는 곳이다", "회개는 하나님 앞에 은밀히 하는 거다", "회개가 쇼냐"며 공개 사과를 바라는 한국교회의 뜻을 여러 차례 일축했다. 또한 전 목사는 "예레미야는 사실 잘못한 것도 하나 없는데 이렇게 모욕당하고, 조롱당하고 어려움 당하지 않았느냐"며 "내가 예레미야의 심정을 알겠다"고 설교했다.

▲ 삼일교회 위임목사가 된 송태근 목사가 성추행 피해 여성에게 사과했다. 사진은 10월 10일 위임식에서 사과하는 송태근 목사. ⓒ뉴스앤조이 정재원

전 목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삼일교회 새 담임으로 부임한 송태근 목사는 교회를 대표하여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송 목사는 10월 10일 위임예배 인사말에서 "상처 입고 만신창이 된, 있을 수 없는 오욕을 겪은 피해 자매들에게 삼일교회 공동체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피해 여성의 보상을 약속했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을 처음 보도한 <뉴스앤조이>는 7월 12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전병욱 사건을 통해 보는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성추행 피해자 변호를 맡은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개혁연대 공동대표)와 삼일교회 수석 부목회자였던 지강유철 선임연구원(양화진문화원), <전병욱 비판적 읽기> 저자 한종호 대표(꽃자리출판사), 황영익 실행위원(교회2.0목회자운동) 등이 발표했고,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묶어 <전병욱 다시 읽기>라는 제목으로 소책자도 출간됐다.

앞으로도 전 목사의 면직을 청원하는 탄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매번 전 목사의 치리를 회피했던 평양노회가 전 목사를 책임 있게 징계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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