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2년 한국교회의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감리교 세습 방지법 통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총회 파행 사태, 이단 문제, 분쟁 중인 교회 등 한국 교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습니다. - 편집자 주

2012년 여름, 매주 2만 명이 모이는 한 대형 교회 목회자가 '교회 해체'를 선언해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7월 1일 주일 설교 시간에 "앞으로 10년 동안 교인 숫자의 절반이나 4분의 3 정도를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목사는 2011년 5월 650억 원에 매입한 교육관을 10년 후에 되팔아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계획했던 교육관 증축도 철회했다.

창립 10주년 예배를 드린 5월 13일 이후 이 목사는 영적 부담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 목사는 "'특정한 교회가 이렇게 비대한 게 옳은 일이냐', '너희 교회만 잘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하나님이 주시는 부담감을 떨칠 수 없었다"며 "분당우리교회가 사람 많이 모이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위기인데 희생을 통하지 않고서는 (한국교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해체 선언 이유를 설명했다. 

▲ 2012년 여름, 매주 2만 명이 모이는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7월 1일 주일 설교 시간에 "앞으로 10년 동안 교인 숫자의 절반이나 4분의 3 정도를 줄이겠다"고 밝혀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던 많은 이들은 대부분 이 목사의 선언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희년함께는 "한국교회가 외적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땅과 건물을 계속 사들여 부를 추구하면서 이로 말미암은 도덕성 타락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메가처치 현상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교인들과 사전에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목사 혼자 결단한 것은 목사 중심주의라고 지적하거나, 10년 뒤에 교회 해체를 시작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분립을 염두한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라고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 목사의 발언은 교계 언론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대형 교회 해체 선언이 이슈가 되자 이찬수 목사는 당혹스러워했다. 이 목사는 7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난 주 설교 시간에 던졌던 선포는 앞으로 우리 교회 방향에 대한 선언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이벤트화 또는 이슈화는 곤란하다"며 "10년 뒤나 완성될 일을 벌써 이런 식으로 떠벌리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1달간 휴식을 가진 뒤 강단에 복귀한 8월 19일에 다시 한 번 '대형 교회 해체'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교회를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내 교회만 살찌우지 않겠다는 비장한 영적 선포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등록 교인 기준으로 매년 3500명씩 교인이 늘고, 올해는 5000명이 늘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특정 교회로 교인이 몰리는 현상을 방치할 수 없었다"며 "주변 작은 교회들이 신음하고 교회가 문을 닫아 팔려 나가는 현실 앞에서, 한 교회가 비대해지는 것을 즐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선한 의도로 설교한 것이 주변 교회를 민망하게 하고 한국교회를 이간질하여 결과적으로 교회에 누를 끼치는 일이 될까 두려웠다"며 언론을 통해 이 발언이 알려진 것을 염려했다. 그는 "교인들이 우리 교회에서 치유되면 이전 교회로 돌아가거나 약한 교회로 가라고 한 말은 매년 선포한 이야기"라며, 교육관을 되파는 문제 역시 "오래 전부터 당회에서 거론하고 고민한 내용"이라고 우발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대형 교회 해체 선언에 대해 박영돈 교수(고신대 신학대학원 교의학)는 한 교회의 문제로 그쳐서는 안 되며, 이 기회를 통해 교회가 대형화되어서는 안 되는 신학적 근거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작고 건강한 교회가 많이 생겨나야 대형 교회를 선호하는 교인들의 의식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교인 쏠림 현상을 경계하며 대형 교회 해체 선언을 한 분당우리교회가 앞으로 10년 동안 어떠한 걸음을 걷게 될지 차근차근 지켜볼 일이다. 그것은 개 교회 문제가 아니라, 대형 교회 현상으로 고심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위한 걸음이기도 하다. 아울러 교회가 자신의 덩치를 비우고 나누듯이, 교인들도 교회의 건강한 실천의 모범을 따라 자기 삶에서 나누는 삶을 구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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