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2년 한국교회의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감리교 세습 방지법 통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총회 파행 사태, 이단 문제, 분쟁 중인 교회 등 한국 교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습니다. - 편집자 주

 

"교회를 무리하게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물려준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큰 잘못이었다."

휠체어에 앉은 김창인 충현교회 원로목사가 천천히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대형 교회 세습의 신호탄을 쏘았던 김 목사가 지난 6월 사람들 앞에 나와 세습을 공개 회개하면서 교회 세습은 2012년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김창인 원로목사의 사과는 교회 밖에서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간지와 방송 등 일반 언론이 앞다투어 김 목사 회개를 보도했고 환영했다. 많은 교인, 으리으리한 교회 건물, 엄청난 규모의 헌금과 재산 등 교회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행태를 지켜보던 사회의 불만이 세습 반대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세습 회개는 여론의 지지를 얻고 세습 방지법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9월 25일 열린 임시 입법의회에서 아들과 아버지, 사위와 장인이 같은 교회에서 목회하거나 장로를 맡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교단 법으로 세습을 막은 첫 사례다. 감리회의 세습 법안은 다른 교단으로도 이어지기 시작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평양노회도 세습 관련 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교회 밖에서는 세습 금지 움직임을 반겼지만, 교계에서는 오히려 세습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이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었거나, 물려줄 예정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대표회장은 "세습은 시기심을 막는 방법", "세습이 아닌 승계" 따위의 논리로 세습을 옹호했다.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는 세습 방지법이 생긴지 10여 일 만에 세습을 강행했다. 교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법적인 이양 절차를 밟았다.

▲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세습을 강행하거나 옹호해 세습 반대 운동에 찬물을 끼얹자 개신교 단체들이 나서 세습반대운동연대를 출범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하지만 세습에 제동이 걸린 교회도 있다. 광명 A교회 최 아무개 목사도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기려 했으나,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위임 예배를 드리기로 한 날 아들 목사가 나타나지 않았고, 노회에 제출한 서류도 거짓으로 꾸몄다가 나중에 들통이 났다. 제일성도교회 황진수 목사는 사위에게 세습하려 했다. 공동의회에서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사위 목사의 자격이 문제가 됐다. 사위 목사가 교단 편입하는 과정에서 대리 출석 의혹 등으로 총신대에서 낙제를 받았고, 노회에도 가입하지 않은 정황 등이 드러났다.

세습에 대한 원로목사의 양심선언과 교단 차원의 세습금지법 제정으로 모처럼 한국교회가 칭찬을 받을 즈음, 일부 중대형 교회들이 찬물을 끼얹자 세습을 반대하는 개신교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먼저 나서 세습 반대 운동을 선언했다. 개신교 단체들도 힘을 모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바른교회아카데미가 연합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를 출범했다. 세습 반대 운동의 거점이 마련된 셈. 2012년이 교회 세습 행태에 다시 경종을 울린 해라면, 2013년은 세반연을 중심으로 한 세습 반대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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