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에서 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와 함께하는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성탄절 연합 예배'가 12월 25일 서울 정동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600여 명의 기독인들이 참석해 함께 예배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몇몇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동자의 아픔을 보듬어야 할 이 땅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국민·민중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 용산 참사 유가족, 쌍용차 노동자들이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것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사람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씩만 내려놓으면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함께 삽시다."

성탄절을 맞아 기독인들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연합 예배를 드리는 자리에, 김정욱 쌍용자동차지부 대외협력부장이 '시대의 증언자'로 나서 절박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소개했다. 경기 평택에서 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와 함께하는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성탄절 연합 예배'가 12월 25일 서울 정동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6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부당한 해고에 반대해 오랫동안 농성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이들과 고통을 나누었다.

▲ 김정욱 쌍용자동차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이 기쁜 날 추위 속에서 예배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전해 준 희망을 붙잡고 어두운 세상에 횃불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 회장과 진광수 목사도 나와 쌍용차 노동자와 "함께 살자"며 격려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정욱 부장, 강동균 회장, 진광수 목사. ⓒ뉴스앤조이 임안섭

이날 예배에는 쌍용차 분향소 지킴이들, 용산 참사 사건 유가족들,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주민도 함께 예배했다. 대한문 옆에는 쌍용차, 용산 참사, 강정마을 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함께 살자 농성촌'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도 시대의 증언자로 나서서 "나는 비록 불교인이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고, 사람답게 살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지난 한 달간 전국을 돌아보았는데 아프지 않는 곳, 피 흘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농성촌을 대표해 나선 김정욱 부장은 지금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절대 좌절하지 않고 죽지 않을 것이라며 아기 예수가 태어난 이 기쁜 날 추위 속에서 예배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전해 준 희망을 붙잡고 어두운 세상에 횃불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함께한 성탄절 연합 예배에는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 탄생을 기념하고,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공연도 펼쳐졌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그토록 아픈 기다림은 평화를 낳으리니." 쌍용차 노동자와 강정마을 주민 등을 위로하는 말씀이 선포됐다. 진광수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의장)는 참가자들과 "함께 살자"고 크게 외치며 말씀을 전했다. 진 목사는 "23명의 사람들이 죽고, 30m의 고공 송전탑 위에서 노동자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어도 요지부동인 이 사회가 얼마나 야만스러운가. 지금 시대는 이 땅의 노동자에게 캄캄한 밤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진 목사는 "2000년 전 자기 양떼를 지키기 위해 밖에 있던 목자들에게 기쁜 성탄 소식이 전해진 것처럼 주님께서 농성촌에 모여 있는 우리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줄 것을 믿는다"며 힘을 내자고 말했다.

▲ 참석자 모두가 성만찬을 하며 "우리는 이 떡을 먹으며 평등의 세상을 위해 오신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합니다"고 화답하며 쌍용차 노동자 복직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참가자들은 노동자들의 고통이 씻겨지길 기도하며 모두 돌아가면서 성만찬을 나눴다. 집례자가 "이 떡은 착취와 소외를 극복하고 정의와 평등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 그리스도의 몸입니다"고 말하자 회중은 "우리는 이 떡을 먹으며 평등의 세상을 위해 오신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합니다"고 화답했다. 참가자들이 낸 헌금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후원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예년보다 많은 이들이 성탄 예배에 참가해 쌍용차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이상국 씨는 추운 날씨에도 여덟 살 된 아이를 데려왔다. 그는 "아이에게 달콤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며 아이를 데려온 이유를 전했다. 아이는 "왜 철탑 위에 올라갔나요", "용산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질문도 던졌다고 한다. 최유리 씨는 "예배드리면서 경찰이 대화로 풀기 이전에 쌍용차 노동자를 죄인처럼 여기며 폭력적으로 진압한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며 "정부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해고돼 생계가 어려워진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 후원 계좌 : 국민은행 410101-01-274305, 김수산나(연합예배)

▲ 참석자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낮은 곳으로 임하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부당한 해고에 반대해 오랫동안 농성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이들의 고통이 씻겨지길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한 성탄 예배 장소인 대한문 옆에는 쌍용차, 용산 참사, 강정마을 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함께 살자 농성촌'이 자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쌍용자동차 노동자 3명은 송전탑 위에서, 20여 명은 송전탑 아래에서 쌍용자동차 국정 조사와 정규직 전환,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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