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 개신교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가 2012년을 마무리하며 송전탑 위와 아래서 투쟁하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평택과 울산 송전탑, 아산 유성기업 농성장을 방문한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홈페이지 갈무리)
바람에 찬 기운이 스미기 시작한 지난 10월 17일 울산, 두 명의 노동자가 울산에서 송전탑에 기어올랐다. 한 달여 뒤 평택에서도 노동자 세 명이 송전탑에 올랐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12월 23일 현재 다섯 명의 노동자는 여전히 지상 20m 높이에서 철 기둥에 몸을 메고, 얇고 좁은 합판에 몸을 의지한 채 버티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소속인 천의봉 사무국장과 최병승 조합원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며 송전탑에 올랐다. 천 사무국장은 발에 동상에 걸렸고, 최 조합원은 12월 22일 밤 산소 부족으로 쇼크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평택 송전탑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수석부지회장 등이 송전탑에 올라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아산에서도 노동자들이 직장 폐쇄에 맞서 다리 위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종인 유성기업 노조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아산공장 앞 7m 높이의 굴다리 위에서 '노조 파괴'를 주도한 사 쪽 책임자 처벌과 노사 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과 '어용노조' 해산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장에 복귀한 한 노동자가 사 측의 요구대로 구사대로 나서 옛 직장 동료들과 대치하다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까지 벌어졌다.

▲ 김동민 피디는 "우리 삶의 처절한 현장에서 드러나는 예수의 고난과, 승리와 부활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CBS 개신교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가 2012년을 마무리하며 송전탑과 다리 위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평택과 울산 송전탑, 아산 유성기업 굴다리 시위 현장을 방문한다. 크리스천 NOW 연출팀과 출연진들은 추위 속에 외로이 싸우는 이들의 눈물과 절박함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아 올 요량이다.

"거리와 현장에 있는 예수, 고난받는 이들과 동행하시는 하나님, 의도하건 하지 않았건 인류를 선으로 이끄는 하나님을 믿는다. 우리 삶의 처절한 현장에서 드러나는 예수의 고난과, 승리와 부활까지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 주고 싶다."

크리스천 NOW 김동민 피디는 교회 안에 갇힌 예수가 아니라 밖에서 울고 있는 예수를 카메라에 담고자 한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농촌 주민 등 사회 약자가 짓씹히듯 잊히고 교회 도덕이 바닥에 추락한, 하나님나라의 정의가 무너진 현실을 외면했던 개신교 방송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 강단 위 목사만 찍던 카메라를 갈등하는 교회와 고난받는 교회 밖 약자를 향해 돌려 들었다.

"예전부터 가난한 사람, 포로 된 사람, 눈먼 사람, 눌린 사람을 위한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응교 교수(숙명여대)는 크리스천 NOW의 취지에 공감했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보아도 좋을 방송이라고 생각했기에, 김동민 피디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 김응교 교수는 "가난한 사람, 포로 된 사람, 눈먼 사람, 눌린 사람을 위한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크리스천 NOW 진행자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크리스천 NOW는 교회가 외면하는 우리 내부의 치부를 먼저 세상에 드러냈다. 사회가 비판해도 교회는 침묵하는 교회 문제, 즉 대형 교회 세습과 전병욱 목사 성추행 문제를 다뤘다. 교회가 세속으로 치부하며 외면하거나 빨갱이 운운하며 이념 잣대로 재단하는 정치·사회 문제는 기독교 가치로 돌아봤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비판 작업은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참여해 더욱 예리해졌다. 기획 단계부터 TV보도부 기자들이 함께 하면서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은퇴 뒤에도 팟캐스트 방송 등을 하며 꾸준하게 활동하는 유경재 목사,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투쟁하는 노동자와 시민을 찾아 예배하는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 제주도에서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송강호 박사 등이 초대 손님으로 나섰다.

방송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젊은이들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이 텔레비전 앞을 지키는 시간대다. 정치도 신앙도 보수에 가까운 이들이 진보적이라고 느낄 방송을 보는 셈. 김동민 피디의 관심도 보수적인 시청자들을 향한다.

"보수적인 시청자들이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공감하고, 이해해 주실 분들이다. 이런 이야기와 어조를 처음 접하시거나 보수적인 신앙 토양을 가진 분들이 격려와 비판을 많이 해 주길 바란다."

반응이 왔다. 늘 여당만 지지하던 목회자는 강단에서 크리스천 NOW를 소개했고, 대선을 주제로 토론했을 때 보수적인 시청자로부터 서경석 목사를 초대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서 목사를 반기는 보수적인 시청자들은 토론에 함께 나온 김민웅 교수의 발언도 들었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보수가 진보를, 진보가 보수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젊은이들은 유튜브나 SNS로 영상을 실어 나르고 공유했다.

▲ 크리스천 NOW는 교회가 세속으로 치부하며 외면하거나 빨갱이 운운하며 이념 잣대로 재단하는 정치·사회 문제는 기독교 가치로 돌아봤다. 정부와 기업 등을 상대로 투쟁하는 노동자와 시민을 찾아 예배하는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 제주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송강호 박사 등이 초대 손님으로 나섰다. (크리스천 NOW 갈무리)
프로그램 이름에 크리스천을 넣었지만, 비개신교인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게 목표다. 개신교인이 아닌 사람과 다른 종교인도 스튜디오로 모시려 한다. 내년 1월에는 고은 시인을 김응교 교수가 인터뷰할 예정이다. 종교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개신교를 이야기하고 볼 수 있도록 외연을 넓히는 것. 김 교수와 김동민 피디는 프로그램 외연을 넓히는 것이 개신교인들이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가둔 하나님나라를 교회 밖으로 확장하는 길이라 믿는다.

이제 8번 방송했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도, 해보고 싶은 촬영도 많다. 우리가 사는 오늘, 그리고 현장에 살아 있는 예수를 지금 여기서 오랫동안 다루는 것. 크리스천 NOW를 만드는 두 사람 바람이다.

▲ 김동민 피디와 김응교 교수는 종교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개신교를 이야기하고 볼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게 목표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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