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대하는 한국교회는 5년 전 장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몇몇 보수적인 목사들만 박근혜 후보의 굿과 신천지 연루 의혹 등에 대해 변호하고 있다. 선거일을 3일 앞둔 12월 16일 주일 설교에서도 투표를 독려하는 수준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몇몇 교회에서는 박근혜 후보 측 인사를 예배 강사로 초청하고, 박 후보를 지지 혹은 두둔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는 5부 청년 예배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회장(성주그룹)이 특강을 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시대의 청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 여정을 중심으로 강의했다.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대선을 3일 앞둔 시기에 새누리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불러들인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것 자체가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김성주 새누리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인천순복음교회 5부 청년 예배에서 특강했다. 정치적인 발언은 없었지만, 대선을 3일 앞둔 시점에 열린 행사에 일각에서는 그 자체가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변승우 목사(큰믿음교회)는 주일 설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변 목사는 "독재가 더 위험한가, 빨갱이가 더 위험한가. 친일이 더 위험한가, 빨갱이가 더 위험한가"를 물으며, "교회는 절대로 공산주의랑 같이 못 간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굿판 의혹과 신천지 관련 의혹 등을 염두에 둔 듯, 변 목사는 "다른 작은 문제는 사실이든 아니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성광 목사(강남교회)는 박근혜 후보는 물론 문재인 후보 측에서도 굿을 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경서교회)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가 한기총과 자신을 공격한다고 지적하고 자신은 돈 써서 대표회장이 되지도 않았고 자신만큼 깨끗한 목사도 없다고 변론하는 데 집중했다. 홍 목사는 정치에 관해서 한기총은 영원히 중립을 지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서교회 본당 입구에 놓인 교인 배포용 <지저스타임즈>라는 신문은 1면에서 "종북 세력을 뽑지 말라"고 하는 등 편향된 정치적 발언이 깔려 있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사탄 마귀'에 빗대어 반대했던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원로)는 이날은 정치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목사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부흥회에서 한 지인이 자신에게 전화해 "박근혜가 떨어질까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며 "우리나라는 적화 통일되기 딱 알맞은 상황이다"고 말하는 등, 마귀가 주도하는 적화 통일을 경계하자는 평소 지론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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