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가 교회협이 주관하는 제26회 인권상을 수상했다. 쌍용자동차 지부 대표로 참석한 김정우 지부장은 "해직자 전원 복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사진 제공 교회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제26회 인권상을 수상했다. 교회협은 "쌍용차 노조가 사 측의 일방적인 해고(2646명)와 갖은 폭력에도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견디고 있다. 노동 현장의 모순을 개혁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주는 숭고한 투쟁이기에 인권상 수여를 통해 감사와 격려를 전한다"고 밝혔다. 교회협은 "쌍용자동차 지부의 투쟁은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와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허원배 목사)는 인권 주간을 맞아 12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제26회 인권상 시상식과 연합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김정우 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김 지부장은 41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한 바 있다. 김 지부장의 동료 한상균 전 지부장과 문기주 정비 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 부지회장은 지난 11월 20일 평택 공장 고압 송전탑에 올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이다.

교회협 인권상은 1987년 박종철 물고문 사건 진상 규명에 이바지한 오연상 씨를 시작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교회협은 세계인권선언일(12월 10일)에 맞춰, 인권 주간을 제정하고 인권 주간 연합 예배와 인권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는 2012 한국교회 인권 선언문.

2012 한국교회 인권선언문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16:26)."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온 생명의 구원을 이루셨고 한국교회는 이 생명을 선언하는 사명 위에 서 있습니다. 인류가 과학, 기술, 자본, 정치,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오랜 역사와 행적을 통해 보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존귀함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따르는 한국교회는 2012년 인권 주일을 맞아 한국사회의 인권 상황을 진단하고 그리스도교 복음에 비추어 인권을 향한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2012년은 사회적 갈등이 유례없이 지속된 한 해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는 23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를 낳았고, 4년째인 지금도 거리와 철탑 위에서 처절한 절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고 민주, 평화, 생명을 지키려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 종교 단체의 고투는 5년을 넘어섰습니다. 그 외에도 밀양 송전탑 7,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 6, 강원도 골프장 반대 노숙도 만 1년을 이미 넘겼습니다. 전국의 노동 현장, 농어촌, 도시 서민, 평범한 주민 등의 고달픈 피 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사회적으로 별 힘을 갖지 못한 이들을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대한 한 해였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안타깝게 여기고 분노하는 것은 이러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정부가 사회적 조정 기능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현실입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여 국민의 고달픔을 덜어주어야 하건만 우리 정부는 이들의 울부짖음에 무관심하거나 너무나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노동자와 사용자, 개발 업자와 철거민의 갈등이 첨예화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여 가공할 폭력을 행사한 용역 업체의 잔인함과 이를 방치한 공권력의 태도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는 권력의 오만을 감시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제 역할을 감당하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며 심히 염려한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127일 서울시 인권위원회가 출범하여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어둠 속에 비춘 한 가닥 희망이었습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하루빨리 권력으로부터 스스로 독립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권위원회를 만들어서 인권 보호에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암울했던 유신과 군부독재의 한국현대사를 인권운동을 통해 이겨냈던 한국교회는 2012년을 돌아보며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로 진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1. 정부는 아주 오랫동안 사회적 갈등으로 힘겨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제주강정마을, 용산 참사 등 현안 문제들에 대해 인권적 접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2.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하게 인권을 보호하는 제 역할에 충실해야하며, 지방자치단체도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3. 정부는 공권력의 존재를 무력화하는 사설 용역 업체들의 무자비한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법에 따라 강력하게 엄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정부는 국제 엠네스티가 지적했듯이 국가보안법 남용 실태를 인정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적극 추진하여야 합니다.

5. 남성 대비 여성,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의 심각한 차이는 인간을 차별하는 인권 침해이기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6. 이주민, 성적 소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7. 생존권 수호 과정에서 체포된 용산 참사 피해자들, 평화를 위해 신앙 양심에 따라 행동한 한상렬 목사와 정연길 목사 등 아직도 감옥에 갇혀있는 분들이 하루 빨리 석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8. 학생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충돌되지 않고 서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 환경과 정책을 개선해야 하며,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9. 작은 화재에도 생명을 잃은 장애인 활동가 사망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장애인의 노동권, 주거권, 이동권을 입법화하여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합니다.

10. 우리 사회에 흉악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형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201212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 무 김 영 주

정 의 평 화 위 원 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